월하독작1(月下獨酌1)-이백(李白)
달빛 아래서 혼자 술을 마셨소-이백(李白;701-762)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나무 사이에서,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친구 없이, 혼자 술을 마신다.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마주하니 셋이 친구 되었네
月旣不解飮(월기부해음), ;달은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니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만 부질없이 나를 따라 다니네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 달을 친구하고 그림자 거느리고
行樂須及春(항낙수급춘). ;즐거움을 누리는 이 일 봄에야 가능하리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도 따라다니고
我舞影零亂(아무영령난).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깨어서는 함께 서로 기뻐하고
醉后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각자 나누어 흩어진다.
永結無情游(영결무정유),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을 영원히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저 멀리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서로 기약하자.
<감상1>-오세주
“月下獨酌”은 <李白>의 같은 제목의 연작시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은 아마도 시의 소재와 설정이 특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 시에서 <인간 본연의 고독과 우수>를 보여주고 있다.
1, 2 구절을 보자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나무 사이에서,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친구 없이, 혼자 술을 마신다.
산문적 의미는,
“만발한 꽃나무(花) 사이(間)에서, 한(一) 동이(樽)의 술(酒)을, 친한 사람(相親) 누구도 없이(無) 혼자서(獨) 술을 마신다(酌).”이다.
여기서는 “꽃 사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작자가 처한 상황이 소개되었다.
그는 지금 꽃 사이에 앉아있다. 친한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말이다. 무슨 일로 꽃 사이에 앉아 있는지, 무엇 때문에 한 동이의 술을 마시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는 이러한 궁금증이 생긴다
3, 4 구절을 보자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마주하니 셋이 친구 되었네
산문적 의미는,
“술잔(杯)을 들어(擧) 밝은 달(明月)을 맞이하고(邀), 내 그림자(影)를 마주하니(對) 나를 포함해서 세 사람(三人)이 되었다(成).”이다
여기서는, 처음 설정한 공간이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작가만 홀로 있는 공간에 “밝은 달”이라는 객체가 등장한다. 밝은 달은 혼자 있는 작가를 비추고 있고, 작가는 밝은 달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마시고 있던 술잔을 들어 달을 맞는다. 작가는 달을 자신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서 불러들이는 것이다. 달도 거절하지 않고, 기꺼이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마음이 외로운 작가는, 또 다른 대상을 발견한 것이다. 다름 아닌 자신?그림자이다. 그림자는 멀리 가지도 못하고, 늘 자신의 주변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따라다닌다. 그림자는 낮에는 작자에게 의식되지도 못하는 존재다. 낮은 모든 생명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달이나 그림자는 작자의 의식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작가는 혼자가 아니다. 작자의 술친구는 당당히 셋이 된 것이다. 달은 밤의 세상을 떠돌다가 작자에게 초대된 객이고, 그림자는 작자가 평소에 의식하지 못한 자신의 일부로서의 친숙한 주변인인 것이다.
5, 6 구절을 보자
月旣不解飮(월기부해음), ;달은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니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라 다니네
산문적 의미는
“달(月)은 원래(旣) 술을 마시지(解飮) 못하고(不) 그림자(影)는 헛되이(徒) 내(我) 몸(身)을 따라 다닌다(隨)”이다
여기서는 밝은 달과 작자의 그림자에 대한 작자의 느낌과 인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렇다, 달은 공중에 높이 떠서 세상을 비추고 살필 뿐, 작자가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이백의 초대에 응하는 친구 정도일 뿐이다. 달은 언제고 작자가 아닌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수 있는 주체이다. 달은 시간의 제한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 달은 기울고, 해가 뜨면 사라지는 존재다. 달은 높고 멀리 있어서, 아무래도 작가의 영향 밖에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달은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자신의 그림자는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존재이다. 내가 춤추면 따라 춤추게 할 수 있고, 잠들면 같이 잠들 수 있는 만만한 존재다. 어쩌면 늘 함께하여 귀찮은 존재로도 느껴지는 것이다
7, 8 구절을 보자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 달을 친구하고 그림자 거느리고
行樂須及春(항낙수급춘). ;즐거움을 누리는 이 일 봄에야 가능하리
산문적 의미는,
“잠간(暫) 동안 나는 달(月)을 친구삼고(伴), 내 그림자(影)를 거느리고(將) 같이 논다. 이러한 저녁의 즐거운 놀이(行樂)는 오직(須) 봄(春)에만 가능한 것이리라(及)”이다.
여기서는 달을 친구 삼고, 그림자를 거느리고 술을 먹으며 즐기는 밤의 놀이는, 봄날 저녁이라야 가능한 일임을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만이 봄날 저녁의 특별한 술자리를 즐기고 있다고 자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9, 10 구절을 보자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도 따라다니고
我舞影零亂(아무영령난).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
산문적 의미는,
“내가(我) 노래하면(歌) 달(月)은 내 노래 소리를 듣기 위해 내 주위를 배회하고(徘徊), 내가(我) 춤추면(舞) 내 그림자(影)는 나를 따라 어지러이(零亂) 춤을 춘다”이다.
여기서는 달과 내 그림자 그리고 내가 어울리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즐거워 노래하면, 달은 내 노래를 듣고서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내 주위를 배회한다. 내가 흥겨워 춤을 추면 내 그림자도 흥겨워 어지러이 춤을 추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작자와 밝은 달 그리고 그림자가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아일체의 황홀경인 것이다.
11, 12 구절을 보자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깨어서는 함께 서로 기뻐하고
醉后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각자 나누어 흩어진다.
산문적 의미는,
“술을 먹고 취한 때에도 달과 그림자를 구별할 수 있을 때(醒時)는 모두(同交)가 즐거웠고(歡), 완전히 취한(醉) 후(後)에 의식을 잃고 잠이 들었을 때는 각자(各) 나누어(分) 흩어진다(散)”이다.
여기서는 작자가 설정한 공간에서 일어난 즐거운 상황이 절정에 도달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醒時”는 “술이 완전히 깬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먹어 “적당히 취하여 기분이 좋은 상태”를 뜻한다. 그 상태는 달과 자신의 그림자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다. 이 경우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어떤 괴로움과 근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이 취하여, 의식을 잃고 곤드레만드레 잠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작가는 취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그는 그대로 잠들고, 달은 달대로 제 자리로 돌아가 다시 고요한 밤하늘을 항해하고, 자신의 그림자는 주인을 따라 편안히 잠들고 마는 것이다.
13, 14 구절을 보자
永結無情游(영결무정유),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을 영원히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저 멀리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서로 기약하자.
산문적 의미는,
“정에 얽매이지 않는 교유(無情游)를 영원히(永) 맺어(結), 저 멀리(邈) 은하수(雲漢)에서 만나기를 서로(相) 약속하자(期)”이다.
1, 2 구에서 설정한 작자가 꽃 사이에서 혼자 달과 술을 마신 속뜻이 여기서 비로소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無情游”이다. “無情游”란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이다.
사실 사람들은 가까이 사귀게 되면 정에 얽히게 된다. 정에 얽히면 부자유와 고통을 맛보게 된다. 헤어지면 슬퍼지고, 슬프고 싫어도 헤어져야 하는 때가 있는 것이다. 정 든 사람이 아프면 내 마음도 아프고, 정 든 사람이 돌아서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도 느낀다. 작자는 아마도 이러한 아픔을 많이도 겪었나 보다. 그래서 그는 “정에 얽히지 않은 교유”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에게는 미운 정까지 든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혼자 술을 먹고 싶었던 때가 많았을 것이다. 오늘도 꽃 사이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시간은 지나 밤이 되고, 달은 떠올라 이백의 외로운 영혼을 비추는 것이다.
이백도 어쩔 수 없이 정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인가 보다. 그는 사람 대신, 달과 자신의 그림자와 “그들만의 밤의 교제”를 맺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러한 상황을 연출한 매개물로서 <술>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현실세계에서 고통을 주는 <정에 얽힌 교유를 두려워하면서도 정을 그리워하는, 인간 본연의 고독에 떨고 있는 이백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