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셔널(Le Professionnel) - 1981년
감독 - 조지스 라우트너
출연 - 장 폴 벨몽도, 로버트 허슨, 마리 크리스틴 데스코아드, 시리엘 클레어
TV에서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되었는데 영화를 잘 표현한 제목이다. 조직의 힘은 강할 수 있지만 그 조직을 이루고 있는 개개인은 조직 앞에서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인데 활동 중 정치적 이유로 정보기관의 버림을 받은 장 폴 벨몽도 요원의 복수극을 담고 있다. 영화보다 영화음악의 대부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가 더 유명할 정도로 영화 분위기와 음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Chi Mai'를 배경으로 한 엔딩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영화.
파이어폭스(Firefox) - 1982년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프레디 존스, 데이빗 허프만, 워렌 클라크
줄거리 - 월남전의 경험도 있고 미공군의 비밀부대에서 비행기 조종 훈련을 받았던 미첼 갠트(Major Mitchell Gant: 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어느날 엄청난 지령을 받는다. 그것은 영국 비밀 첩보국의 정보에 의하면 소련이 대단한 성능을 갖춘 최신 전투기 미그 31을 완성하여 시험 비행을 한다는 것이다. '파이어폭스'라는 이름의 이 미래형 전투기는 마하 6에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으며 조종사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사고 유도병기 장치 컴퓨터를 정착하고 있는데, 나토 측이 이것에 대항하는 전투기를 만드는 데는 최저 10년 이상을 걸려야 하므로 해결 방법은 그 전투기 자체를 훔쳐오는 것이다. 영국의 헤로인 거래업자로 위장해 모스크바에 도착한 갠트는 그림자처럼 따르는 소련의 감시 요원을 따돌리고, 파이어폭스를 설계한 과학자의 도움으로 전투기의 성능과 그가 변장해햐 하는 그레고리 체코프 대위의 특징을 배운다. 한편 모스크바에서는 감시요원에 의해 갠트의 정체를 알게 되나, 이미 갠트는 파이어폭스를 몰고 미국으로 오고 있었다.
당시 냉전상황을 반영하듯 스파이영화의 스릴과 탑건과 같은 스피드 넘치는 비행 전투신을 맛 볼 수 있는 영화이다. 탈취한 소련 전투기 파이어폭스를 몰고 도망치는 장면은 지금까지 그 어떤 비행장면보다 박진감 넘치고 화면을 통해서도 그 스피드를 충분히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적 레이다를 피하기 위해 바다를 저공으로 비행할 때 용트림하는 바닷물도 그렇고 특히 연료가 거의 떨어질 찰라에 얼음판을 뚫고 나오는 아군 잠수함과 조우하는 모습은 최고의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2시간 투자해서 2편의 영화를 보고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영화.
소련 KGB(The Fourth Protocol) - 1987년
감독 - 존 맥켄지
출연 - 마이클 케인, 피어스 브로스넌, 네드 비티, 줄리안 글로버
적대국이나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지만 개인 또는 조직의 파워를 더욱 증대시키고 더 많은 권한을 얻기 위해 방관하거나 오히려 상대편과 묵언의 암시 속에 대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큰 줄거리가 이와 같다. 조직내의 권력 장악과 세력 확대를 위해 긴장감을 조성해 냉전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피어스를 영국으로 파견해 소형 원자폭탄을 폭파시키려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단순히 테러와 이를 막으려는 첩보전처럼 보이지만 냉전이라는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열강들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노 웨이 아웃(No Way Out) - 1987년
감독 - 로저 도날드슨
출연 - 케빈 코스트너, 진 핵크만, 숀 영, 윌 패튼
국방장관의 정부와 사랑에 빠진 케빈 코스트너. 국방장관 진 핵크만은 자신의 정부와 함께 있다 그녀가 우연한 사고로 죽게 되자 그녀와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음모를 꾸미게 된다. 이런 음모와 함께 시작된 수사 속에서 케빈은 점점 범인으로 몰리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며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반전과 반전이 기다리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억지스럽고 보여주기 위한 반전이 아니라 사람을 벼랑 끝까지 휘몰아치다가 마지막에 자연스럽고 아주 강렬하게 뒤통수를 치는데 앞의 빠른 구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정신적으로 탈진상태에 빠지게 한다. 진실 뒤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어싸인먼트 (The Assignment) - 1997년
감독 - 크리스찬 드과이
주연 - 애이단 퀸, 도날드 서덜랜드, 벤 킹슬리
희대의 테러리스트이자 암살자였던 자칼. 자칼과 너무 닮은 외모 때문에 자칼로 오인되어 잡힌 라미레즈라는 인물을 자칼처럼 훈련시켜 그를 잡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반이상을 라미레즈를 자칼로 만들기 위한 훈련 과정에 치중하고 있는데 초반의 지루한 전개나 억지스러운 설정이 약간은 있지만 평범한 가정의 한 가장이었던 남자가 교할하고 사악한 살인병기 자칼로 변신하는 과정 등 화려한 액션과 방대한 스케일 속에 자칼을 현대판으로 부활시킨 브루스 윌리스의 '자칼'과는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
D-13(Thirteen Days) - 2000년
감독 - 로저 도날드슨
출연 - 케빈 코스트너, 브루스 그린우드, 스티븐 컬프
첩보원을 주인공으로 다룬 여타 영화들 보다 더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3차대전으로 확산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쿠바미사일 사건을 배경으로 시간에 쫓기며 소련 수뇌부와의 서신 한 글자 한 글자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 대립 속에서 이에 대응하려는 워싱턴 정가의 모습은 당시 철저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소련이었기에 그 압박감은 관객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사질적으로 다가온다. 소련과 쿠바가 자신들의 바로 턱밑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실할 뿐 다양한 루트와 첩보를 통해 얻은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수뇌부가 느끼는 무게감은 이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이기도 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결과를 알기에 맥이 빠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담아 내느냐에 따라 픽션보다 더한 긴장감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D-13'이 보여주고 있는 영화.
스파이 게임(Spy Game) - 2001년
감독 - 토니 스콧
출연 - 로버트 레드포드, 브래드 피트
첩보영화로서의 긴장감은 물론이고 로버트가 브래드 피트와의 인연을 말하는 부분에서 저격하는 장면은 '더블 타겟'의 초반 여러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데 표적과 헬기만 다를 뿐 유사한 장면이 많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재미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영화를 끝까지 끌고가는 핵심인 냉전시대를 같이 누볐던 요원이고 친구였던 한 남자의 우정과 의리까지. 로버트가 브래드를 첩보원으로 키우는 과정은 기존의 체계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마치 무협영화의 사제지간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중에 하나.
뮌헨(Munich) - 2005년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키애런 하인즈
가끔 참 편협한 지식을 배워왔다는 생각이 드는데 뮌헨올림픽에서 '검은 9월단'이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저지른 이스라엘 선수단에 11명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서 만행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사를 배워왔다. 이후 이스라엘이 복수의 명분으로 행한 더욱 더 참혹한 만행과 배경은 쏙 빠진 반쪽짜리 역사책으로.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이런 복수극이 반복되다 보니 이들에게 선빵의 의미를 부여해 잘못을 가리는 것은 반복되는 복수만큼이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데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이 나서고 또 그에 대한 복수를 위해 또 다른 사람이 나서는 뒤에 오는 공허함과 허무함을 3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담아내고 있다. 유태인이 바라보는 니힐리즘을 표현한 영화.
굿 셰퍼드(The Good Shepherd) - 2006년
감독 - 로버트 드니로
출연 - 맷 데이먼, 안젤리나 졸리, 알렉 볼드윈
탈냉전시대에 이라크가 눈에 가시였다면 냉전시대에는 쿠바가 미국에게는 그런 존재였는데 1961년 사회주의를 선언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피그만 침공을 배경으로 3시간의 긴 시간동안 한 남자의 유년시절을 시작으로 첩보원으로서의 삶 그리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는 미명하에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아파해야 하는 가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긴 런닝타임과 함께 맷 데이먼이 출연한 다른 영화에 비하면 다소 느린 전개를 보이면서 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역사적 배경지식을 갖고 보신다면 단순한 첩보물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새김꺼리를 찾을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겉으로는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소 냉전의 허상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더 컴퍼니(The Company) - 2007년
감독 - 미카엘 살로먼
출연 - 크리스 오도넬, 알프리드 몰리나, 로리 코크레인
미국 TNT방송국에서 3편으로 제작된 TV시리즈물로 2차세계대전 이후 50년대 베를린을 분활통치하던 시대에 CIA 초기 모습부터 90년대 초반 소련이 해체되는 시기까지 쿠바의 사회주의 선언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CIA와 KGB가 개입되어 치열한 정보전과 첩보전을 치루는 모습을 담고 있다. 초반이 약간 지루한 면이 있지만 냉전시대를 음지에서 이끌었던 CIA와 KGB 두 정보기관의 40년 가까이 되는 혈투를 함축적으로 집대성했다는 점만으로도 첩보물을 좋아 하시는 분들에게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