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린 눈과 비에 가을이 물러가고 며칠 사이 쌀쌀한 초겨울 날씨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감기 몸살로 고생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환절기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종종 자리에 눕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주위엔 온통 병 져 누운 사람뿐이다” “한 일주일 정도 기침을 계속 하더니 마침내 병 져 누웠다”처럼 병이나 고통이 심해 몸을 가누지 못할 때 ‘병 져 눕다’고 표현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몸져눕다’의 잘못이다.
‘지다’는 “꽃이 지다” “모닥불이 지다”에서처럼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사그라져 없어짐을 뜻할 때 쓰인다. “그늘이 지다” “노을이 지다”와 같이 어떤 현상 또는 상태가 생겨나거나 이루어질 때도 사용된다. 따라서 ‘병 져 눕다’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병이나 고통이 심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 있다는 뜻으로 ‘몸져눕다’는 하나의 단어가 관용적 표현으로 사전에 올라 있다. 따라서 ‘병 져 눕다’보다 ‘몸져눕다’가 적절한 말이다. 몸져눕는 것이 병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연상해 ‘병 져 눕다’로 잘못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홧병으로 몸져누웠다” “어머니는 처녀 적에 앓았던 폐병이 도져 조금만 힘든 일을 하면 몸져눕곤 했다” 처럼 ‘병 져 누웠다’보다 ‘몸져누웠다’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2007/11/20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