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블로거지
손 원
'블로거지’란 신조어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말인 블로거지는 상품이나 식사 등의 서비스를 받고도 해당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그 대가로 과장되거나 왜곡된 광고 글을 써주는 블로거를 부르는 말이다.
상품 구매나 식당을 가기에 앞서 SNS 검색을 하곤 한다. 이미 구매했거나 이용한 자가 남긴 후기 댓글을 참고하기 위해서다. 좋은 평가 글이 많으면 신뢰하고 이용한다.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구매한 상품이나 이용한 식당은 선입견인지 몰라도 거의가 잘된 선택임을 느낀다. 선택의 잘잘못은 오롯이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상품구매 전에는 내 발에 맞는 신발을 고를 수 있다면, 구매가 끝난 경우, 신발에 내 발을 맞추어야 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기에 구매는 신중해야 한다.
얼마전 처형제 모임 때 늦은 점심을 해야 했다. 읍 지역으로 맛집이 귀해 고민을 했다. 그래서 SNS 검색을 하니 이용 후기로 호평난 식당이 눈에 띄었다. 오리 불고기 식당으로 메뉴가 괜찮다고 해 그곳으로 갔다. 읍내서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6명이 한 차로 갔다. 늦은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식당은 한산했다. 창가 쪽에 자리 잡으니, 아래로 수려한 계곡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출발 전까지 주전부리로 배를 채웠기에 가볍게 먹으려고 오리 불고기 6인분을 주문했다. 천천히 식사하며 더 시킬 요량이었다. 금방 오리 불고기를 담은 냄비가 가스 불에 올려졌다. 냄비에 채소가 깔리고 그 위에 슬라이스 냉동고기가 올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고기양이 너무 적은 것 같았다. 6인분인데 화투장만 한 얇은 고기 20점 정도였다. 이 정도면 2인분 정도쯤이었다. 산속의 풍광이 무색하게 인심이 야박해 서둘러 먹고 식당을 나왔다. 내가 데려간 처형제께 미안하기도 하고, SNS에 속은 기분마저 들었다. 알고 보니 해당 식당을 소개한 SNS 글은 일부 블로거들의 대가성 글들이 도배된 이른바 ‘뒷광고’ 글이었던 것 같았다.
가끔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딸애는 상에다 차려 놓고 인증사진과 평가 글을 웹에 올려 준다. 그러면 일정액을 되돌려 받기에 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로서 다소의 이득이 된다기에 괜찮다고 여겼다. 물론 음식을 먹고 나서 진정성을 가진 평가일 때다. 하지만 음식을 먹기 전에 차리기만 한 상태로 호평한 것은 그저 경제적 이득만 취하려는 것이다. 그것을 요구하는 업체의 얄팍한 수단에 현혹되어 좋은 평가를 양산할 수도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최근 SNS를 통해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영향력과 파급 효과를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했고, 사업자들은 인플루언서에게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고 후기 글 게시를 의뢰하는 등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 규모가 성행하고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일부 비양심적인 SNS 운영자들의 대가성 글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SNS에 대가 지급 사실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글을 접한 소비자들은 이 글이 해당 사업자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기초로 작성된 상업적 광고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글로 인해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나 구매 결정하는 것을 방해받거나 제한받을 수 있다.
인터넷 구매일 경우, 대부분 상품구매 후기가 있고 별점이 매겨져 있기도 하다. 상품 구매 후기가 블로거지의 글인지, 아니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소비자의 글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천편일률적으로 만족했다는 후기 글이 있고, 만족과 불만이 뒤섞인 후기 글도 있다. 후자가 구매자들의 양심적인 글일 확률이 높다고 하겠다. 같은 상품을 구매한 경우, 일부는 만족, 일부는 불만을 가지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댓글의 진정성 여부까지도 살핀다. 그저 상품만 하자가 없다고 만족으로 보지 않는다. 상품을 받고 사용해 본 경험까지 모두가 후기 글에 남는다. 상품의 질, 실용성, 가성비, 서비스까지 포함되기에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구매자의 자발적이고 양심적인 구매 후기여야 하고 그것이 진정한 평가로 구매 질서 확립의 기초가 된다. 거기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생산자나 판매자는 보람을 갖게 되고, 소비자는 믿음을 갖고 구매할 수가 있어 좋다.
관심만 있다면 상품 구매 후기를 남기는 일은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쉽다. 좋은 상품으로 만족도가 크면 구매 후기를 올려 생산자나 판매자께 감사하고 싶어진다. 반대로 상품이 불만스럽다면 다른 구매 희망자가 참고 하도록 구매 후기를 올리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진다. 나잇살이 든 사람으로서 반대급부를 멀리하고 진실한 구매 후기를 남겨야 한다. 구매 후기는 직접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누구나 진실하게 작성해야 한다. 경제적 이득을 바라고 얄팍한 상술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자에게 득이 가고, 소비자를 속이고 자신의 배만 불리고자 하는 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것이 소시민으로서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역할이다. 판매자든 소비자든 양심을 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2024. 11. 20. 영남경제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