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인문학 필독 컬럼
러너스 하이, 진화가 준 '달콤한 유혹'
그런데도 왜 뛸까? 프로 선수야 직업이니까 뛴다고 하지만, 아주 많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왜 42.195km라는 긴 거리를 고통스러워 하면서 뛰는 것일까. 보상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상은 인간의 진화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오래 잘 뛰어야 인간이 제대로 번성할 수 있기 때문에, 진화가 '달콤한 유혹'을 준비해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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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진화의 결과물인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인간'에게 진화는 '러너스 하이'라는 선물을 준비함으로써, 혹시라도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오르가슴'이라는 선물을 준비해, 번식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했듯.
[달리기와 인문학 9] 이봉주, 끈질긴 생명력으로 영웅이 되다
말아톤... 초원이... 춘마... 아, 마라톤은 인생이다
삶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신의 주변을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들로 채우고 이들을 그렇지 않은 것들과 구분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좇는 삶과 그 속에 몰입해서 둘러싸여 사는 삶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리막길같은 삶...달려보라, 에덴이 열린다
#1. 어느날 미국의 한 회사원은 신경질적이고 우울한 상태가 되어 퇴근했다.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해 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칫하면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 싶어, 안전하게 자살하는 방법으로 죽을 때까지 뛰기로 결심했다. 비만에 골초였으니 곧 심장마비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최대한의 속도로 뛰었다. 남들이 보기엔 느리고 숨 헐떡이는 우스운 모습이지만, 그에게는 최선이었다. 그런데 심장마비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 제대로 준비하고 더 빠른 속도로 더 멀리 뛰었다. 그래도 심장마비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엔 더 빨리 더 멀리 두번이나 달렸는데 점점 몸도 마음도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장마비는 커녕. 기운이 샘솟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달리기를 한다고 죽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치유해주는구나.' 그래서 달리기 장비를 잔뜩 구입하고, 더 멀리 뛰었다. 그런데, 길을 건너다 그만 화물 트럭에 치여 죽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살 빼고, 면역력을 강화하고 건강한 몸으로 복귀하고 싶어하고 있다. 지금, 혁명의 씨앗이 무르익고 있다. 초기의 조거들은 유쾌한 형태의 달리기를 '조깅 jogging'이라고 불렀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뛰는 것을 조깅이라고 했다. 이 말은 17세기 영국에서 사람이나 동물이 부드럽게 뛰는 모습을 묘사하는 말이었고, 가끔은 빠르게 뛰는 말을 묘사할 때도 사용됐다.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가 '아침 조깅'이라는 표현을 써 좀 더 알려졌다지만, 이 무렵까지도 세상에 널리 알려진 말이 아니었다. 요즘은 산업의 아이템이 될 만큼 시장이 커졌지만, 처음엔 뭐, 이런 것을 하나,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달리기와 인문학 15] 혁명? 그냥 내가 뛰면 된다, 남들도 따라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