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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234차 미사(11월10일, 대법원 앞)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매월 둘째주 월요일 19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진실의 측면에서는 이미 이긴 것이지만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나승구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또 다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눈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찬바람과 추위를 겨울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겠지만 직장을 잃고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동료를 잃은 이들에게는 매섭고
무섭고 슬프고 가슴 아픈 계절입니다.
그 가슴 아픈
계절을 여섯 번이나 맞이해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회사가 없어진
것도 아닙니다.
코란도C,
체어맨,
투리스모,
렉스턴W...
쌍용의 마크가
달린 수많은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해고되어야
하는 커다란 잘못을 저질러서도 아닙니다.
불법적인 회계
조작으로 부실기업으로 만들어 헐값에 이리저리 넘겨버리는 자들의 손에 한 사람의 귀중한 존재가,
단란했던
가정이,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오순도순 살고 있던 한 지역 공동체가 풍지 박산이 났습니다.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의 구조조정! 2009년 4월에 들었던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로부터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습니다. 77일간의 옥쇄파업! 극력분자들이 회사를 파괴하고 불을 붙인다는 위협적인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청소를 하고, 발전기를 돌려 공장 도장 공장의 도료가 굳지 않도록 애쓰고, 인화 물질에 불이 붙지 않을까 촛불조차 켜지 못하고 공장을 지켰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본 것은 살인적인 진압이었습니다. 해고는 살인이요,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에게 굉음의 헬기는 최류액을 비 퍼붓듯 들이 붓고, 적군과 전투하는 듯 완전무장을 갖춘 경찰특공대는 지붕을 뛰어다니며 곤봉으로 내리치고, 그리고 패잔병이 되어 줄지어 끌려 다니는 노동자들. 77일 옥쇄 파업의 결과는 완전한 진압, 완벽한 패배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육년하고도 반년 동안 안 해 본 것이 없습니다. 목숨을 건 41일간의 단식투쟁, 171일간의 송전탑 고공농성, 20여일에 걸친 집단 단식, 김밥을 팔며 출근길을 지켜내고,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잊혀가는 손 기억을 살려 차를 만들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도 하였습니다. 길바닥의 노숙,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제와 추모제, 수없는 탄원도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인간이 할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미사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제 뭘 해야 할지……”라며 너스레를 떠는 것이 이젠 진짜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이제 이 대법원 앞에서 매일 2000배를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세상의 누가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점잖게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쉬운 일만 찾다보니 그런 게 아니냐고...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라도 열 번 스무 번 두드리면 형편이 달라질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칠전팔기! 고생 끝의 낙! 입지열전! 흔히 젊은이들에게 사표가 되는 이야기들이 쌍차 노동자들 앞에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데도 이룰 수 없다면 무언가, 정말 무언가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이야기는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그 잘못된 이야기가 바로 잡히는 시작이 보이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잘못되었다는 판결입니다. 지난 6년 동안 이들이 당한 무수한 고통의 나날들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억울한 것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는 사도 바오로가 자신의 제자 티토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공동체를 관리하는 사람의 자격에 대한 말씀입니다. 원로와 감독은 공동체룰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이처럼 엄격한 자격을 요구하는 것은 바오로가 까다로운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판단하는 것!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 그 누구도 공동체에서 소외되어 떨어져 나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잃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공동체를 지키는 일입니다. 지난 2월 7일의 고등법원은 그 원로와 감독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국민을 억압하고 처벌하는 무기가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마지막 방어벽이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매일 2000배의 절을 바치며 13일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립니다. 우리의 상식대로라면 오히려 기다려야 할 기대해야 할 13일의 판결입니다. 그러나 왠지 초초하고 긴장되는 것은 우리가 기대고 있던 그 방어벽이 거꾸로 흉기가 되어 위협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우리의 상식을 믿고 싶습니다.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아주 작은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겨자씨 하나의 믿음이 그것입니다. 이제 회개하는 이들을 용서해 줄 아량도 있습니다. 다시금 공장으로 돌아가 무죄하게 잃었던 일자리를 되찾고, 흩어졌던 가족을 모으고, 깨졌던 가정을 돌보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추스린다면,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의 영혼과 함께 용서한다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일곱번 미워했던 그 마음이 6년하고도 6개월 곱해졌지만 더 큰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우리 모두는 진실을 믿는 사람들의 자세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2000일, 그 다음 다음 날(13일)이면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진실의 측면에서는 이미 이긴 것이지만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우리가 이처럼 기도하는 이유는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그릇됨 없이 열심히 살아온 것을 보았고 들었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삶의 진실함을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쌍용자동차 동지들을 위해 기도와 연대를 아끼지 않으며 그 친구들이 활짝 웃는 예쁜 미소를 희망합니다.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자신 있습니다
김득중 쌍용차 해고노동자
추우시죠?
한 달 동안 기도 많이 해
주셨어요?
기도 덕분에 아직 저희들 무탈하게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봤어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천주교
130190인의 선언을 봤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에 맞서 끝까지 미사를
하시겠다는 내용들,
그리고 백서를 포함한 진상규명을 밝히겠다는 의지들을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그랬습니다.
또 한겨레 1면에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 조합원 중 한 분이 기사화 되어 있더라고요.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생계 나가 있는 조합원들을 보듬지 못했고 저희들만큼이나 지난 6년 동안 생과 사를 넘나들며, 사실 약까지 먹어가면서 그랬다는 기사를 보면서, 알고는 있었는데 한겨레신문을 통해서 읽다보니 이 13일의 대법 판결이 정말 어떨까 싶고, 이것을 받아들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오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해고 6년이고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하면서 1배를 하고요. 해고 6년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의 해고노동자들의 삶 그리고 떠나간 25명의 가족들 동료들 기억하면서 또 1배를 합니다. 오는 13일 대법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해달라는 호소의 마음으로 또 1배를 합니다. 그렇게 저희들 하루 2천배를 여기서 하고 있습니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 반 또는 7시가 되면 끝납니다.
사실은 이 대법의 판결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어요. 저희 법률 대리인들이 세 가지의 경우 즉 1, 2심이 뒤 바뀌는 경우나 사회적 파장이 클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경우 이 셋 중에 단 하나만 포함이 되더라도 2년 이상의 대법 판결 시간이 걸린 것이라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는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가 다 포함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2015년이나 2016년이나 돼야 판결이 날것으로 예상해 법적 문제를 미뤄놓고 법적 대응팀에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난 6년처럼 저희가 해왔던 방식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13일날 일정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짧은 기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하고 논의를 거듭하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2000배를 이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되게 힘들어요. 막상 해보니깐 힘듭니다. 어렵고.
그런 기도를 하게 돼요. 이 땅에서 정리해고 문제가 남용되는 문제, 사실 쌍용자동차 2646명 그리고 비정규직 포함 3000명의 정리해고 문제는 이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 문제를 얼마나 악용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빼내가고 먹고 외국으로 튀는 이 외국 자본에 대해서 정부와 이 자본이 어떻게 현장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쌍용차 사례를 봐서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문제가 남용되고 있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시 쌍용자동차 13일의 이 선고가 제자리로 돌려놓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판결이 되길 기원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지난 6년 동안 당당하게 투쟁해왔던 이 쌍용자동차의 투쟁이 법으로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이번 13일의 판결이 우리 쌍용차 187명의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위기이자 분수령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2000배를 하며 오늘로 5일차이고 저는 4일부터 24시간 노숙농성과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밤마다 13일 이후 어떻게 우리가 또 마음 모아내고 함께 해 나갈 것이냐 고민합니다. 그것이 승소든 패소든 우리의 나아갈 길과 우리가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이렇게 달려와 주신 여러분들 계시기에 자신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자신 있습니다.
여섯 번째 겨울인데요. 이곳에서 겨울준비를 하면서 지난겨울에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봤습니다. 09년도 겨울은 대다수가 구속되어 있었지만, 밖에 계셨던 분들은 사회적 냉대와 패배감 때문에 그 겨울을 정말 힘들게 보냈을 거 같고, 10년도에는 마힌드라의 졸속 매각 반대에 맞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100여일이 넘는 노숙농성으로 겨울을 보냈고, 11년도에는 희망텐트라고해서 공장 앞에 텐트를 치고 그해 겨울을 보냈습니다. 12년도에는 아시겠지만 대한문에서 함께 보냈고, 13년도에는 다시 평택공장으로 내려와서 분향소 설치했고, 이제 여섯 번째 겨울입니다. 이 여섯 번째 겨울은 아마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되고, 13일 현명한 법원이 공정하게 판결 할 것이다, 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회사가 자본이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들 끝까지 달려 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5일 날 무슨 날이지 아시죠? 12일이 2000일이지만 15일 평택 공장 앞에서 2000일 날짜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에서 우리가 힘 있게 출발하겠다는 결의와 각오와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15일 4시에 집회를 합니다. 함께 많은 분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자리가 13일 승소해서 축제의 장이 될 수도, 패소해서 심적으로 부담은 있지만 달려와 주신 연대분들과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어째든 많이들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날씨가 많이 쌀쌀하지만 또 가까운 과천에 가보면 10년 이내 끝내겠다는 각오로 코오롱 최일배 위원장 단식하고 있고, 저 멀리 구미에는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가 168일차 굴뚝 농성 중이고, 기륭의 동지들, 재능의 동지들... 아직도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많이 있는데요. 이 동지들과 함께 연대하고 함께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겁니다.
저희가 다음 달에는 웃으면서 좀 더 좋은 이야기들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추운 날씨에 함께 해주신 많은 신부님들, 수녀님들, 신자분들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