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 군자금을 탈취한 이른바 '간도(間島) 15만원 사건'의 주역인 윤준희·임국정·한상호 선생과 김강 선생 등 4명의 독립유공자가 '2023년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고 31일 국가보훈부가 밝혔다.
보훈부에 따르면 이들 중 윤준희·임국정·한상호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을 달성하고자 1919년 북간도 청년들과 함께 비밀결사 '철혈광복단'(鐵血光復團)을 조직했던 인물들이다.
1919년 당시 국내의 '3·1만세운동'의 소식에 북간도에서도 '3·13만세운동'이 벌어졌으나, 일제의 무차별 진압으로 13명이 순국하고 30여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윤 선생 등은 '오직 무장투쟁으로만 조국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기를 구하고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이후 윤준희·임국정 선생은 '대한국민의회'(1919년 3월 블라디보스토크에 건립한 임시정부 성격의 단체.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통합) 소속 김하석과 함께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조선은행 자금을 탈취하는 계획을 논의했고, 이 계획은 조선은행 회령지점 서기로 근무하던 전홍섭과도 조율됐다.
그리고 1920년 1월4일 일화 15만원을 운반하는 호송대가 함경북도 회령군에서 북간도 룽징(龍井)을 향해 출발하자, 윤 선생 등은 룽징촌 부근 골짜기에서 대기하다 호송대를 습격해 일본 군자금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일화 15만원은 소총 5000정과 탄환 50만발을 구매 할 수 있는 거금이었다고 한다.
윤 선생 등은 탈취한 자금을 대한국민의회 선전부에 헌납하기로 하고, 다음날 대한국민의회 서기이자 철혈광복단장이던 전일과 만나 무기구매, 사관학교 건립 등 구체적인 사용계획을 세웠다.
또 임 선생은 러시아 군인과 약 3만2000원어치의 무기(소총 1000자루·탄약 100상자·기관총 10문)를 거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거래를 주선한 중개인 엄인섭은 관련 정보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기토 가쓰미(木藤克己)에게도 알렸다.
이에 일본 경찰은 1월31일 윤 선생 등의 숙소를 급습해 체포했고, 이에 선생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정박 중이던 일본 군함으로 압송돼 고문을 당한 뒤 함경북도 청진으로 이송돼 재판을 받았다.
함흥지방법원 청진지청 1심에서 윤준희·임국정 선생은 사형, 한상호 선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심(경성복심법원)과 3심(경성고등법원)에서 이들 선생 3명은 각각 사형을 선고받아 1921년 8월25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이들 3명과 함께 올해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김 선생도 '간도 15만원 사건' 연루자란 이유로 1920년 중국 옌지(延吉)현 부근에서 일본군 기병연대에 체포됐고, 이후 옌지현에서 피살돼 순국했다.
정부는 선생들의 공훈을 기려 윤준희·임국정·한상호 선생에겐 1963년에, 그리고 김강 선생에겐 1995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각각 추서했다.
보훈부는 "독립을 꿈꾼 청년들이 철저히 준비해 실행한 '간도 15만원 사건'은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쾌거였다"며 "이는 그 시대를 살아가던 독립군들의 독립전쟁이었다"고 평가했다.
'간도 15만원 사건'은 훗날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