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수다(2022.9.25. 김성호)
계속 가보겠습니다 – 임은정
임은정 검사는 내부 고발 검사이다.
내부 고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임 검사의 10년의 기록과 다짐 ‘계속 가보겠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임 검사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프롤로그
‘함께 꾸는 꿈의 힘을 믿습니다.‘를 요약해 보면 “부모님과 함께 꾼 꿈이 제 적성에 맞아 후회 없이 21년째 검사로 재직하고 있다.” 2001년 첫 임지에서 추근거리는 검사장을 퇴치할 방법을 고민하는 동기 검사에게 “달리 해결해 줄 선배가 없으니 직접 싫다고 말하라”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정작 저는 술자리를 주재한 부장검사가 스폰서 지갑에서 꺼낸 돈을 검사들에게 나눠주었을 때, 초임이라고 몽블랑 볼펜까지 덤으로 주는 걸 싫은 내색 못 하고 받았지요. 제가 배운 이론과 현실이 너무 달라 어지러웠습니다.” 그는 초임시절 인사에 일희일비하는 간부들이 초라해 보여 열심히 일한 결과 2009년에 검사들이 선망하는 법무부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내부 고발자로 팍팍하게 살게 되면서 ’내 인생의 전환점이 어디였을까‘를 더러 생각해보니 2009년 법무부에 발령받은 이후부터인 것 같다고 한다.
실체적 진실이자 사법 정의인 정답과 채점자가 정답으로 처리하는 답이 달라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비로소 진짜 검사인지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어떤 답을 고를 것인가? 정답을 오답 처리하는 채점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내부 고발자로서 지난 10년간의 주저함과 흔들림, 선택과 결단을 돌이켜 보면서 후회와 반성을 나침반으로 삼고, 보람과 감사를 동력으로 삼아 새로이 출발선에 선 듯 더욱 씩씩하게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독자들에게 자기와 함께 부족한 생각을 나누며 함께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그가 보고 겪은 검찰을, 그 과정에서의 좌충우돌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좀 더 많은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함께 검찰을 바로 세우기를 소망한다.
∙징계 취소소송 경과 1 (p87)
임 검사가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그가 남긴 최후 진술 한 대목을 보자.
▸“사법은 소리입니다.(p88) 법정에서 당사자의 잘못을 충고하고,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소리입니다. 그리하여 사법은 개개인의 양심을 일깨우고, 이 시대와 우리 사회에 따뜻한 정의를 일깨워 사회적 약자들의 의지처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막중한 사명을 법원과 나눠 가진 검사에게 법률과 국민이 어떠한 자세를 요구하는지, 법원이 아름다운 합창을 위하여 검사에게 어떠한 하모니를 원하는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검사선서‘를 보자.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검사 선서를 실천하지 않는 검사들을 꾸짖고 있으며, 그는 검사 선서를 솔선수범해서 실천하는 검사이다.
▸우리는 헌법 제29조 1항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29조 1항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위 최후 진술, 검사선서, 헌법 제29조에 근거해서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2부 ‘나는 고발 한다.’ 머리말에서 그는 검사 게시판을 넘어 신문과 책을 통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더 많이 불러 모으고 검찰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반성과 성찰, 비전을 불러일으켜 검찰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8년 9월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그 과정은 늘 그랬듯 고단했다. 검찰청 공무원 행동 강령상의 인터뷰 사전승인제가 적법한지를 두고 수뇌부와 두 달에 걸친 치열한 논쟁 끝에 겨우 승인을 받았다. 끝내 사전승인제가 신고제로 바뀌어 검사 게시판 글 계시로 징계 받던 그가 이제 언론 기고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함께 꾸는 꿈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므로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모으기 위해 현대판 셰에라자드가 되기를 결심한다. (2012.7. 임은정의 천일야화를 이렇게 엽니다.)
(셰에라자드: 천일야화의 이야기를 1,001일 동안 술탄에게 들려주는, 전설상의 페르시아 왕비)
∙나는 고발한다 (p186)
-2018.1.29. 서지현 검사건: 부장검사 500만 원 벌금형 확정, 귀족 검사 (진동균) 징역 10개월 확정.
박근혜 정부 시절 김진태 검찰총장 등이 저지른 조직범죄를 문재인 정부의 문무일 검찰총장이 여전히 감싸주는 현실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영원하고, 끈끈한 선후배로 이어진 검찰은 밖으로 칼을 겨눌 뿐 내부의 곪은 부위를 도려낼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그는 지면을 빌어 장영수 검사장, 문찬석 검사장, 여환섭 검사장, 문무일 검찰총장을 고발하면서 주권자 국민 여러분이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판단해 달라고 한다.
그는 2018.5.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왜 검찰의 폭주를 방관하고 내버려 두는지, 그런 간부들을 왜 승진 시키는지 참으로 야속했다.
검찰은 성폭력 범죄 전모를 확인했음에도 서울남부지검 김형렬 전 부장검사와 진동균 전 검사를 처벌은커녕 징계조차 없이 유재수보다 더 많은 명예퇴직금과 퇴직금을 안겨주고 전관 변호사 개업에 지장 없도록 극진히 배려했으나 불기소! 노골적인 이중 잣대로 사법 정의를 조롱하는 검찰의 결정을 누가 신뢰하겠나 싶어 검찰 구성원으로서 창피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칼럼을 통해 공개 고발까지 한 장영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검장으로까지 영전하여, 2021년 3월 대검에서 열린 검찰의 모해위증(p193) 교사 의혹 사건 회의에 참석했다. 2021년 4월 장영수 고검장은 사직했다.
검사는 임관할 때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바른 검사가 되겠다’라고 선서한다.
그는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주권자에게 검찰을 다시 고발한다. 주권자 국민 여러분이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판단해 달라고. (p194)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무죄 구형 이후 12월에 또 다른 무죄를 말하기 위해, 검찰청법 조문 사이에 잠자고 있던 이의 제기권을 흔들어 깨웠다. 이의 제기권은 상급자의 위법한 지시에 저항할 수 있는 합법적인 무기라, 2004년에 도입되었지만, 수뇌부가 절차 규정을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 사문화해 검사 대부분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중징계를 받았지만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징계는 취소되었고, 업무 특성상 절차 규정을 만들 수 없다고 우기던 검찰은 2017년 12월 검사의 이의 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결국 만들었다.
그는 깨달았다며, 법과 제도, 조직 문화 개선은 본인 능력 밖이지만 검찰 치부를 드러내어 판결을 끌어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걸. 그의 검사 인생을 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위법한 징계, 검사 블랙리스트 피해 등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고발장과 공익 신고서를 연이어 제출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검사도 처벌받는다는 당연한 명제를 판결로 확인받기 위한 대 검찰 선전포고를 했다. (p220)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남관 전 차장을 고발하고 재정신청을 했습니다만, 법의 심판과는 별개로 누가 검사인가, 누가 대한민국과 검찰을 위했는가에 대한 역사의 저울 앞에 곧 함께 설 겁니다.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를 믿지 마세요. (p238)
세월호 뉴스로 신문이 도배되던 2014년 어느 날, 후배의 하소연을 들었다. 제법 큰 특수수사로 대기업 임원 여럿을 구속했는데, 구속 기간을 연장하려고 하자 부장이 “세월호 뉴스를 덮어야 하니 바로 기소하고 보도자료 뿌려라. 보완 수사는 기소 후에 해도 된다”라고 했다던가. 다행히도 후배가 항의하여 구속 기간을 연장했고 보도자료는 수사가 마무리된 뒤 배포되었다.
검찰은 정권 교체 때마다 변신하여 권력의 총애를 받거나 여론의 환호를 받아 검찰권 사수에 성공하곤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넘도록 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 역시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언제까지 속으시겠습니까? (p241)
∙블랙리스트 (p245)
그는 안치환의 귀뚜라미를 들을 때마다 울컥하곤 한다. 그가 ‘집중관리 대상 검사’에 이름을 올린 계기는,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 사건 무죄 구형으로 인한 징계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수뇌부에 찍히기 시작한 건 그해 6월부터였다. 그가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의 주요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검사 게시판에 올렸다가 대검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그때 간부에게 불려가 들은 충고는 “자네가 이러면 검사장이 못돼” 였다. 그는 망가진 검찰의 검사장이 되느니 검찰을 깨우는 죽비소리가 되기로 작심하고, 도끼를 목에 걸고 상소하는 선비의 심정으로 검사 게시판에 매달 글을 썼다. 그의 글에 응원 댓글을 달았던 후배들이 간부들이 불려갔고, 동조 글을 올리던 선배는 검사 적격 심사로 잘려 나갔다.
집중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은 비공개 법무부 예규라 내용을 짐작할 뿐 확인할 수 없었다. 2019년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장에서 이철희 의원이 예규를 공개하여 실체가 드러났는데, 예상대로 극히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소위 궁예의 관심법이었다.
법무부에서 그에 대한 집중 감찰 결과, 검사 적격 심사 보고 자료, 세평 수집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하여 국가배상 송송 1심 재판조차 3년째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1심 재판부의 문서 제출 명령에 대한 2022년 4월 대법원 결정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법무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동안 관련자들의 직권남용 공소시효가 거의 다 지나버려 고발하기조차 어렵게 되었지만,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해당 업무를 담당한 법무부 검찰국장, 검찰과장과 인사 담당 실무자, 대검 기획조사부장과 정책기획과장의 이름을 여기에 남긴다.
법무부 검찰국장: 국민수, 김주현, 안태근, 박균택, 윤대진,
검찰과장: 조상철, 권정훈, 정수봉, 심우정, 이선옥, 권순정, 신자용,
검찰과 인사 담당 검사: 김태훈, 고필형, 박주성, 신동원, 임세진, 나하나, 나희석, 김수홍
대검 기획조정부장: 정인창, 오세인, 이창재, 김진모, 이금로, 윤웅걸, 차경환, 문찬석
대검 정책기획과장: 강남일, 권순범, 한동훈, 신자용, 손준성, 김태훈
∙아이 캔 스피크 (p264)
그는 검찰의 곪은 부위를 세상에 드러내는, 검찰을 비추는 cctv가 될 각오로 공익 신고와 고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를 바꾸고 고치는 것은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시민과 사회, 국회와 정부의 몫이라고 얘기하며, 우리에게 어떻게 고치겠냐고 되묻고 있다.
∙언론에 묻다 (p263)
그는 또 언론에 대해서 검찰과 부조리의 데칼코마니 같아 비극이라 말한다. 그는 언론에 물었다. 왜곡하거나 부풀리는 등 편파적이거나 불공정하게 취재하고 있지 않습니까? 권력의 감시자인 양하다가 권력화한 언론에 언론다움을 요구했다. 결국 2021년 8월 <조선일보>, TV조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모해위증 p286 참조
∙나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p318)
그는 공수처의 수사역량이 너무 아쉽고, 직무 유기 고발인에 대해서도 재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역시 여의찮아 아쉬워한다.
그는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에서 미로 속을 잘 헤쳐 나오고 있다는 위로와 격려를, 나아갈 방향을 찾을 지혜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사선서>를 읊조리며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고 한다.
◉ 저는 이 책을 읽고 임은정 검사를 응원하며, 함께하기를 다짐해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임은정 검사 북 콘서트를 ‘시민과미래’가 제안하고 금빛수다가 주관하여 임은정 검사와 시민단체 연대 전선을 구축해 보길 기대해 봅니다.
안치환의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합창하며 마치고자 합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