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파라지우스는 아테네 사람들의 여러 가지 자세와 표정을 기묘하게 그렸습니다. 화를 내는 사람과 심술을 부리고 변덕스러운 사람,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건하고 어진 사람과 자비로운 사람, 겸손한 사람과 교만한 사람, 소심한 사람들을 한 폭의 그리메 모두 담았다고 합니다. |
필로테아 님, 나는 그대의 마음 안에 부괴와 청빈, 세상 재물에 대한 깊은 배려와 그것을 초월하고 버릴 줄 아는 마음을 동시에 그려 넣고 싶습니다. 그대의 재산을 유익하게 사용하고자 노력하십시오. 임금의 정원사는 자기 집 정원보다 왕궁의 정원을 더 정성들여 손질하고 꾸닙니다. 그 이유는 임금의 정원을 훌륭하게 꾸며 임금에게 칭찬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
필로테아 님,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유익을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사에 성실하게 매진하는 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맞는 일입니다. 이기심 때문에 재산을 모으려고 일하는 세상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이기심 때문에 일하면 초조와 불안, 근심으로 가득 차서 일하게 됩니다. |
이와 반대로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일하면 세속적인 일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차분한 마음으로 재물을 관리하고 늘리는 데 힘써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재산을 늘리는 행위는 주님의 거룩한 뜻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이기심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때때로 이기심은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를 잘못된 길에 들게 합니다. 이런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으려면, 그리고 현세의 재물에 대한 염려가 탐욕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부를 누리며 살면서도 진정으로 청빈하게 살아야 합니다. |
그대는 재산 중 일부를 언제든지 기꺼이 포기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줄 알아야 합니다.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많이 나누어 줄수록 그대는 청빈하게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후세에서뿐만 아니라 현세에서도 그대의 자선행위를 보상해 주십니다. 현세에서 자선만큼 그대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상해 주시어 부유하게 될 대까지 그대는 잠시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 자선행위로 이루어지는 거룩한 가난이여! |
가난을 사랑하고 가는한 사람들을 사랑하십시오. 그대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함으로서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이 됩니다. 성경 말씀대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아지기 때문입1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동화시킵니다.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2코린 11,29)라는 바오로 사도의 람씀처럼 "우리 중 누군가 가난해지면 나 역시 가난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할 수있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참된 사랑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바오로 사도와 똑같은 사람으로 변화시켰습니다. |
그대가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가난한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그들처럼 가난해져야 합니다. 또한 그들을 자주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들을 그대의 집에 초대하고, 방문하는 일을 시작으로 삼아야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하며, 어디에서 그들을 만나든지 언제나 밝은 마음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함께 있을 때에는 그들을 친한 친구처럼 대하고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 받으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대 재산을 나누어 주십시오. |
필로테아 님,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대가 청빈의 길을 걷고 싶으면 가난한 이들만큼 가난해지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그들보다 더 가난해져야 합니다. 이와 같이 되려는 데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하인은 상전보다 뛰어나지 못한 법'이라는 말대로 그대 스스로 가난한 이의 하인이 되어 그들을 그대의 상천처럼 모시는 것입니다. 그들이 병들어 누워 있을 때 그들의 하인이 되어 음식을 만들고 세탁을 해 주며 병상에서 시중을 드십시오. 이러한 봉사는 한 나라의 통치권자가 되는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