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이야기(3) - 단소와 퉁소
단소와 하모니카는 아들 딸 학창시절 쓰던 것이 방안에 굴러다녀 불어본 것이 시작이다.
아침에 이불 속에 굼실거리며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두 악기를 주물럭거리곤 했다. 하모니카는 바로 적응이 되어 감각으로 대중가요를 부니 즉각 흥이 나고 신이 났다. 그러나 단소는 소리가 터지는데 오래 애를 먹였다. 몇 달만에 개통한지는 기억이 뚜렷지 않으나 화가 나서 악기를 집어던지려 했던 경우도 있었고 조상님들이 뭐 이런 악기를 만들었나 투덜댔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일단 소리가 터지고 보니 너무 희한하고 너무 재미 있었다.
음색이 고전적이면서 간드러지고 구구절절 심혼을 흔든다.
악기 가격도 저렴해 인터넷을 통해 대량 구매하여 기거하는 곳곳에 비치해 두고 시시때때 불었다.
평소 내가 주로 하는 운동은 자전거 타기이다. 이 자전거 짐받이에도 단소가 달려있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것인데 플라스틱 제품으로 커버도 멋지지만 가격은 엄청 저렴하다. 이것을 짐받이 옆에 붙여 철사와 테이프로 고정시켜 두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피곤하면 벤치에 앉아 이것을 꺼내 분다.
자동차에도 당연히 대금과 함께 구비되어 있다.
어느 여름날 유원지 모처 나무 밑에서 단소를 불었다.
청성곡이었던 듯하다. 평소 열애하는 국악 명곡이지만 율명을 군대군대 까먹어 온전히 연주하기는 쉽지 않다. 가물거리는 곳이 있으면 휴대폰에 저장해둔 정간보를 꺼내어 확인하면서 부는데...
그날은 연주가 좀 순조로웠던 것같다. 눈을 감고 흥취에 젖어 정신없이 연주하다 끝내고 눈을 떠보니 앗,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이 아닌가? 방안퉁소 꽁생원이 난생 처음 버스킹 연주를 한 셈이 되었다. 일행 중 한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소리가 참 좋습니다.’
당황하여 갑자기 대답할 말도 생각나지 않고
‘아, 예, 허, 그게’
하고 더듬거리는데 그분이 오히려 단소의 전문가인양 일장 해설을 한다.
단소는 가격이 어떠하며 어떤 것이 소리가 좋으며 모 정치가도 단소를 잘 불었으며 지휘봉처럼 가지고 다니며 애용했다느니 ...
내가 대꾸가 신통치 않으니 일행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뜨는데 그 양반만은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인도 단소를 불어보고 싶어 내게 모종 도움말이나 힌트를 얻고자 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단소는 휴대에는 편하지만 조그마해 밖에선 바람을 타는 경향이 있다. 그 원조인 퉁소는 취구와 덩치가 커 탈춤 공연에도 쓸만큼 바깟에서도 무난하다. 또 단소는 많이 불면 아랫 입술 밑에 발그레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있고 잇몸이 아픈 경우도 있다. 퉁소는 취구가 널널해 아래 턱까지 받쳐주어 이런 부담도 없다. 세로형 종적이라 운지의 편안함은 애초부터 대금과는 비교 불가다.
근래 섹소폰이 유행이라 곳곳에 교습소 간판이 걸리는데 이와 비견될 국악기는 아무래도 퉁소가 아닐까. 국악기 중 세로형 관악기의 대표격이니 ....
이러저러한 점들로 악기가 두루 구비된 내 방에서는 단소보다 퉁소를 집어드는 경우가 많다.
육성으로 노래하고 싶을 땐 장구를 끌어당기고, 육성 대신 악기로 노래하려면 대개 퉁소를 든다.
늙어 한물간 내 육성보다 퉁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청아하고 운치도 풍요하다.
퉁소는 내 목청의 대변자!
이렇게 말하면 대금이 서운할려나?
퉁소, 대금, 단소, 장구채, 모두 대나무이니 대나무가 내 대변자라 해두는 것이 무난할 듯도 싶다.
첫댓글 퉁소는 단소의 아버지입니다. 동촌 님 퉁소 한가락 듣고 싶습니다.
전일 올린 적이 있긴합니다만... 카페에 워낙 고수분들이 출입하는터라 ... ㅎ
저보다 고수시군요.
전 불어보아도 와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 없었습니다.
오카리나는 와서 소리가 참 좋다는 말은 하든데요.
단소도 너무 소리내기가 힘들어 포기 할 뻔 했습니다. 그러다 거의50개도 더 구매해도 남는건 한두개가 남습니다.
퉁소나 대금이나 항상 정해진 소리를 내는 것이 기본기인 모양인데 잘 못합니다. 들숙날숙 왔다갔다 합니다만... 음악가를 기약하진 않으니까 그냥 좋아 즐길따름...
@동촌(김재경) 맞아요. 저도 이제는 내려놓고 즐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