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아주 오랜만에....작가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올 한 해, 숲속작은책방은 '지원사업 없는 해' 그리고 '행사 없는 해'를 보냈는데요....연초부터 올해는 뭔가 좀 쉬면서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책방지기의 게으름 때문이었습니다.
지원사업이 없으니 의무적으로 해야 할 행사도 없고, 써야 할 서류도 없고, 심신이 마구 홀가분합니다. 그걸 핑계로 정말 책방은 전시 이외에 정말 콘서트도, 작가 강연도 없는 조용한 일상을 이어갔지요. 그런데도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다 보니 그외의 일들로 또 무척 바빴네요. 괴산로컬잡지 "툭"을 만들고 괴산책문화축제를 여는 일이 젤 중요한 사업이 되어버렸고요.
덕분에 책방은 일반 손님들의 발길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니, 코로나 이후 끊어진 독자들의 발길이 서서히 회복되고는 있지만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해서 여전히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많이 뜸한 형편이지요, 이걸 만회하려면 이벤트도 하고 행사도 해야하는데 그걸 하지 않으니 손님들이 자청해서 올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작가 강연 한 번 열지 않았던 책방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김탁환 작가님 "사랑과 혁명" 출간을 계기로 시작이자 마무리 작가 강연을 열게 되었습니다. 9월에 북클럽 회원들과 곡성을 방문해서 책을 읽지 않은 상태로 작가님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요, 이 자리는 그 2탄이 된 것과 같아요.
곡성에서 기차를 타고 오시는 작가님을 마중하고...신이현 작가님이 계신 "작은 알자스"를 들렀습니다. 작가님이 엄청 맛나게 지어주신 솥밥으로 점심 끼니를 해결하고 책방으로 왔어요.
오늘의 행사를 계기로 책방에 크리스마스를 앞당겼습니다.
불빛 반짝이는 책방에 성탄 테이블을 깔고 마치 산타처럼 하얀 수염과 하얀 머리의 작가님을 모셨지요.
책을 다 읽은 분, 지금 읽고 있는 분, 미처 읽진 못했지만 종교에 진심인 분, 그리고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 분들이 이십 명 모인 자리....작가님은 한 시간 동안 말씀하시고 이후 한 시간 반에 걸쳐 질문과 답이 이어진 진짜 토크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올해 일흔 다섯이시라는 칠성면 공소 회장님은 이런 자리에 무척 감동을 받으셨다고요. 시골 작은 집에 십 여명 사람들이 모여 같이 책을 읽고, 신을 이야기하고, 사랑과 혁명을 나누는 이런 자리를 보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덕담을 남겨주셨네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면서 김탁환 작가님을 좋아하는 청천면에서 오신 분들은 열성적으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셨고요, 올해 초 송면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은 이십대 새내기 음악 교사가 자리를 젊게 만들어 주었어요. 중고등학교 때 진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때 작가님의 '노서아 가비'와 '조선궁녀 리심'를 재미나게 읽고 팬이 되었다고요. 근데 대학시절 이후 독서를 멀리 해서 긴 공백기를 가졌는데 오늘 그 작가님을 뵙고 나니 다시 독서를 시작해야겠다는 청년 교사의 말이 너무 어여쁘게 느껴졌습니다.
세 권이라는 분량이 만만치는 않지만 그만큼 장대한 서사가 있어서 소설 읽는 즐거움이 있고, 짧은 작품들에선 느끼기 어려운 묵직하고 깊은 감동과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성탄 전에 다 읽도록 하자...는 다짐들을 하면서 토크 시간을 마무리합니다.
일찍 가신 분들을 뒤로 하고....저희는 맛난 산나물 비빔밥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들을 또 이어 갔습니다.
소박한 밥상 자리가 마치 그 시절 천주교 마을 공동체인 교우촌을 연상케 한다는 작가님 말씀에 공감하며...함께 밥을 나누는 즐거움이 자리를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 줍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도 선뜻 일어서기 어려운 이들이 자리에 계속 남아 뒷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 자세히 묘사되는 자연과 생태 이야기가 시골에선 리얼 공감인데 도시에선 판타지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6천매가 넘는 소설을 쓰고서도 1천5백매 분량을 덜어냈다는데, 그렇다면 덜어낸 이야기는 과연 어떤 내용이었나....
앞서 말한 이십대 청년 교사가
"작가님 작품에선 왜 사랑이 다 이루어지질 않나요?"
"나이가 그쯤 되면 다 그런 건가요?"
물어서 우리 모두를 큰 웃음에 빠트렸습니다. ㅎㅎㅎ....
정말 오랜만에 정겨운 이 북토크에 참여하면서 새해에는 많은 작가들과 이렇게 다정하고 따스한 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작가님은 책방에서 이 밤을 머물고 다음날 아침, 서울로 가셨습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새해에는 작가초정 책이야기
보다 잘 열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