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얼핏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
어찌보면 평범하고 어찌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일반처럼 길게 기른 머리를 하고 있지만 그 사람이 이반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가끔 남자들의 입에도 오르락거릴 정도로 평범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카사노바였다.
사실 아주 평범하지는 않았다.
평범하다기 보다는 예쁘장하게 생겼고 예쁘장하다고만 보기에는 그렇지 않게 분위기 있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퀸카에 속하고 괜찮은 얼굴이지만 그녀의 분위기는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얼추 맞춰입은듯한 옷을 입고는 무심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강의를 듣는 모습은 괜찮았지만 그것이 특별하다고 느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노는 무리에 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하게 같이 다니는 무리도 없었다.
.. 그러고 보니,왕따같군.
같이 다니는 친구도 없고 언제나 혼자서 강의실 앞자리를 차지하고는 열심히 강의를 듣다가 강의가 끝나면 바로 사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사이에서는 여러차례 이름이 언급되고 시선을 받는다.
아주 평범하기만 한 사람은 아닌 듯 하다.
하긴 평범하지는 않은 듯하다.
MT때도 남자선배들과 대작을 벌이고는 다음날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선 모두를 놀라게도 하였으니까.
아무튼간에 그 사람은 그렇다.
이름은 잘 모르는데다 그저 외모도 대충 외울 뿐이었다.
하아.
그냥 그렇다.
오랜만에 강의에 파고들었다.
그동안은 그저 필기를 좀 하고 졸지않는 정도였는데,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강의가 끝나버리고 인상적인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분필을 완전히 산산조각내고는 전부들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들 나가는 사이에 조금 늦장을 부린 나는 거의 마지막에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내 짐을 정리하는 사이에 그 사람도 나와 같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뭐랄까- 그냥 막연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그랬다.
그리고는 뒤로도 갈 수 있는 걸음을 옮겨서는 앞 문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천천히 가는데 그녀는 짐도 쌀 생각을 안하고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그저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앞문이 벌컥 열린다.
척보기에도 이반틱한 아가씨가 서 있었다.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면서 힙합티가 나는 옷차림을 한 그녀는 꽤나 화려해 보였다.
화장을 옅게 한듯 화장품 냄새가 나고 그녀는 나는 무시하고 바로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이반이라-
나는 이반이 아니라 바이다.
뭐 그렇긴 하지만 아직 여자와는 사귄 적은 없는-
거의 일반이다.
주변에 이반들이 많은 탓에 나도 그 무리에 익숙해졌고 고백을 해온다면 사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그런 생각으로 있고 이반에 대해서 나쁜 인식도 없었지만,뭐랄까.
저 아가씨는 거슬렸다.
바로 그 사람에게 안겨들어서는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이
묘하게 거슬려서 싫었다.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잠시 나는 짐을 챙겨 나가기 시작했다.
걸음이 빨라지고 서두른 덕분에 빠르게 강의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를 기다리던 친구들이 왁자지껄 모여든다.
문을 닫는 중에 순간 뒤돌아 본 내 눈에는-
그 둘의 얼굴이 포개져 있었다.
뭔가-
약간의 괴리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0.2초도 안되는 사이에 스치듯 본 장면에 굳어서는 친구들 무리에 파고들었지만.
내 심장이 뛴다.
영상물을 보아서 저런 것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을 듯 싶었다.
내 친구들이 가볍게 입맞추는 것을 보아서 그것도 괜찮을 듯 싶었는데.
아닌가보다.
아무래도 나는-
내 심장이 뛰는 이유를 해석해내기 힘들 듯 하다.
그 사람을 보며 이상한 생각을 하나 덧 씌우게 된 이유가 무엇일런지.
하,
내 눈에 보인 그 사람의 모습이 순간 달라보였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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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흘렀다.
그 사람을 묘하게 신경쓰면서 겹쳐진 강의를 계속해서 살피고 살피고 이내는 내 강의가 아닌데도 찾아들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그 사람과 눈도장도 찍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의식을 하게 되었다.
말도 한번 못해봤지만 어느정도 서로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지냈다.
그러다가 술자리가 생겼다.
선배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기에 송별회겸 있는 술자리였다.
그렇게 모두들 모이는데- 그 사람이 있었다.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우리 무리에서는 그 사람과 연결된 사람이 없는 걸로 나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대학에서 그 사람과 연결된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도 불명하다.
그 정도로 그 사람은 인간관계가 꽝이었다.
근데 이 술자리에 오다니.
조금은 어색해진 분위기로 시작됐다.
호프집 한구석에 열대명이 모여서는 마셔라 부어라 하면서 덕담도 하고 악담도 하면서 즐긴다.
그 사람은 내 옆에 앉아서는 조용히 술을 마실 뿐이다.
더불어서 내 주변도 조금은 횡하다.
그렇게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에 취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그 사람은 송별회의 주인공인 선배에게 붙잡혀 있었다.
선배는 울며불며 그 사람을 붙잡고는 ..한번만 자신에게 돌어와달라고 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가만 있고 술에 덜 취한 사람들도 무시하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가 횡하다.
그렇게 술에 취해서 울던 선배는 이내 다른 선배들에게 이끌려서 나가고,한 선배가 모든걸 정리하고는 우리를 보냈다.
그 사람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면서-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어딘가로 걸어갔다.
나는 친구들에게 대충 인사하고는 바로 그 사람의 뒤를 쫓았다.
내가 보기에 그사람은 정말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다.
예전의 모습들을 보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이란 걸 알지만,걱정스러웠다.
그런 내 걱정은 당연히 그 사람은 모르고 그 사람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망설이다가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이 3병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까전의 술도 있고해서 걱정이 무척이나 되고 있는데 그 사람은 멀쩡해보인다.
나는 술병하나를 놓고는 깨작거리며 안주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사람의 느낌이 든다.
놀라 돌아보니,세상에- 그 사람이다.
그 사람.
그녀는 나를 멀뚱히 보고있었다.
눈도 풀리지 않고는 나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녀가 마신 술이 10병은 넘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긴장했다.
〃왜,왜요 ?〃
이런식으로 멍청한 반응이라니- 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내 눈앞에서 히죽 웃었다.
히죽 ..?
-풀썩.
〃어머어머. 어쩐지 젊은 처자가 술을 많이 마신다 싶었지이!! 쓰러졌네,어쩐다!!〃
웅성거리고 아주머니의 소란스러운 음성.
당혹스러워 하는 사이에 내 어깨에 매달리듯 있는 그녀를 꽈악 안았다.
순간 귀 언저리로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나 데리고 나가.〃
그리고 나는 병원에 데리고 갈게요 !!라고 외치면서 그녀를 끌어안고서는 나왔다.
좀 돌아서는 나오자 그녀는 이내 내 품에서 빠져나와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술값 낼 돈이 없었거든. 고마워.〃
그녀는 웃으면서 나를 보다가는 이내 몸을 탁탁 털어내고는 뒤 돌아 갈려고 했다.
어‥
안되는데…
그녀를 붙잡았다.
〃도와준 값 줘요!〃
〃응 ?〃
그녀의 눈빛은 너 취했냐 라는 의미가 가득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뭐 어때.
막 나가는 김에 아주 가자고.
〃우리 친구해요!〃
그녀의 표정은 ..? 이런 표정이다.
하지만 그런 표정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친구하자구요. 친구. 술도 마시고 목욕도 같이하고 밥도 같이 먹고 쇼핑도 같이하고…〃
〃아아. 그래그래.〃
주절주절 내뱉는 나를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서 막은 그녀는 이내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몸에서 옅은 술냄새와 같이 달빛이 느껴진다.
네온사인들 사이에서도 달빛이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에게는 무언가 다른 것이 보인다.
그것이 무엇일런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가 다르다.
이내 그녀는 내 앞에 와서는 내 손을 잡았다.
고개를 비스듬이 들고서는 살짝 입술끝을 올려 웃으며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달빛에 예쁘게 드러났다.
〃잘 해보자고. 나를 계속 보고 있었던 것 같으면- 나에게대해서는 잘 알겠지.〃
그녀는 그저 웃다가는 이내 자신의 집에 가자면서 나를 이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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