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4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한 식당에서 이 지역 원로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두 손을 모은 공손한 자세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대통령님, 지난 5년간 보수언론의 집요한 핍박 속에서도 국정을 잘 이끌었습니다. 이제 고향에서 편안하게 지내십시오."
14일 전북 정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이정민(66) 씨는 생가 방명록에 이같이 적었다. 이 씨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정치개혁으로 돈 안 드는 선거를 정착시키고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이영미(56) 씨는 "신축 사저를 보니 언론에서 호화찬란한 '노무현 타운'이라고 비판하던 것과 달리 너무 소박하게 지어져 놀랐다"며 "아이들에게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어릴 적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생가를 찾았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인기가 치솟고 있다. '노통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김해시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봉하마을은 평일에는 2000~3000명, 주말과 휴일은 하루 6000~7000명이 찾는 전국적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봉하마을 방문객들이 인근 다른 관광지도 둘러보는 '노통 효과'로 김해지역 주요 관광지 역시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김수로왕릉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5810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 3150명에 비해 84%가 늘었다. 수로왕비릉은 같은 기간 2279명이 방문, 지난해(850명)보다 168% 증가했다. 이밖에 대성동 고분박물관, 한림민속박물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등 다른 관광지도 지난해보다 41~168%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봉하마을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상왕대접'을 받으려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차별화된 모습에 국민들이 호감을 갖는 것 같다"며 "끝까지 이 같은 모습을 보여 존경받는 퇴임 대통령상을 남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 내외는 귀향한 지 20여 일 만에 지역 원로들에게 귀향 인사를 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지난 12일 봉하마을 주민들에게 '신고식'을 한 데 이어 14일에는 진영읍 한 식당에서 읍내 '어르신' 3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하며 일일이 인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대통령직을 잘했든 못했든 무사히 돌아와 어르신들에게 신고할 수 있어 기쁘다"며 "그동안 일관되게 애정을 가지고 성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