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전통과 위엄이 서린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돌아보다(안동문화탐방)
조선통신사 걷기행사 11일째인 4월 11일, 열흘 간 290여km를 걷고 하루를 쉬며 재충전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구름이 잔뜩 끼이고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도 걱정되지 않아서 좋다.
8시에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쌈들애 식당에서 안동간고등어를 곁들인 아침식사를 하고 9시에 안동
시청사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병산서원으로 출발하였다. 비는 그치고 날씨가 쾌청하다.
버스는 어제오후 내내 힘들어 걸었던 길을 되짚어 점심을 먹었던 풍산까지 15분만에 달린다. 그곳에서 10여km쯤
더 들어가니 좁은 비포장길을 2km이상 달려 9시 40분 경 병산서원에 이른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문화해설사가
대기하였다가 곧바로 통역 없이 설명을 하는 동안 서원 안에 있는 강학영역, 만대루의 돌에 새긴 해설을 읽으며
오래만에 찾은 병산서원의 이모저모를 되새긴다.
강학영역은 중앙의 입교당과 동재, 서재로 꾸며져 있는데 입교당은 '가르침을 바로 세운다'는 뜻을 담았다고. 이곳에서
수학한 서애 류성룡이 조선시대 최고의 영의정으로 국난극복에 큰 업적을 남겼으니 가르침을 바로 세운 좋은 사례가 될 터, 때마침 한국 최고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KAIST에서 학생과 교수의 자살소동이 연달아 일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매화향기 그윽한 서원의 뜰과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병산을 끼고 낙동강을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강과 산의 정경이 품위와 격조를 갖추고.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로 가는 오솔길이 개발되어 강변을 따라 산을 넘어 화화마을에 이르는 4km의 산책구간이 일품이다. 몇 차례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찾았지만 걸어서 가기는 처음, 다른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다. 김도형 씨가 이러한 풍경을 적절하게 표현한 사례가 있는지 묻는다. 조선시대 김황원이 대동강과 모란봉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점, 점, 점 하였던 것이 떠오르나 딱히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 여겨지는데 아내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노래가 더 어울릴 것 같다고 거든다. 오늘은 휴식일이라 걷기가 생략되는 줄 알았더니 산등성이를 휘돌아 오르니 등에 땀이 베는구나.
한 시간여 걸어서 하회마을에 들어서니 시미즈 가즈코라는 일본여성해설사가 일본인들의 설명을 담당하고 은행지점장 출신의 이준용해설사가 한국인들을 안내한다. 여러 차례 하회마을을 다녀갔지만 제대로 설명을 듣기는 이번이 처음, 650년 전에 풍산 류씨가 곳에 터 잡은 이후 벼슬, 재물, 후손의 번성에 이르는 축복을 받은 연유와 사례를 조목조목 일러주어 알찬 탐방이 되었다. 북촌댁의 격조 높은 가풍, 종택인 양진당은 유성룡 부친이 살던 집인데 고려와 조선시대 건축양식이 공존하고 류성룡의 고택인충효당은 손자대에 짓게 된 유래, 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삼신당의 6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지금도 왕성하게 잎을 피우고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줄불놀이의 전승 등을 제대로 알게 되어 유익하였다.
하회마을을 한 바퀴 돌고 입구에 있는 터줏대감이라는 음식점에서 안동의 유명음식인 헛제사밥으로 점심을 들었다. 이 자레에는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온 장조카가 합석하였고. 바나나와 오랜지를 한아름 사들고 와서 감사하다.
점심을 들고 오후 시간은 자유, 조카가 몰고 온 차를 타고 아내, 처제와 함께 인근 상주시 사벌면에 있는 장인, 장모의 묘소를 찾았다. 광주에서 상주까지 성묘하러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 가까운 곳을 지나며 마침 시간의 여유가 있어 참배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재일롱포인 엄무화 씨도 친척을 찾아 본다니 잘 되었고.
안동시청의 버스에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고 적혀 있다. 조카가 운전하는 차내의 네비게이션에서도 안동 경내로 들어오니 같은 멘트가 나오고.성리학의 최고봉인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이 안동에 있고 오늘 둘러본 병산서원과 하회마을도 안동을 대표하는 정신문화의 정수라 할 것이다. 하회마을은 201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스스로 자부하는 정신문화의 좋은 전통과 위엄을 잘 간직하고 계승하기를.
저녁 식사는 아침과 같은 쌈들애에서 찜닭과 맥주를 곁들여 들었다. 식사 후에는 10일 간 걷고 난 소감을 피력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 내용을 간추려 적는다.
김태호 :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여 기쁘다. 지금까지 잘 견딘 것 보람 있고 부산까지 완주하기를 다짐한다.
아베 후타카 : 두번째 참가인데도 처음 같은 느낌이다.각 곳의 특징적인 식사가 좋다.
스즈키 기요코 : 좋은 경치, 맛 있는 식사가 인상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불편하다.
한동기 : 모두들 잘 걷는 모습, 대단하다. 열심히 걷겠다.
엄무화 : 부모의 조국을 내 발로 걷는 것이 기쁘고 의미 있다.
시마무라 도미코 : 서울 - 부산간 완주하려 했는데 힘이 부처 못 걷는 것이 아쉽다. 시골 풍경이 아름답다.
최영미 : 갑작스럽게 참가 결정하였는데 잘 걸을 수 있어 기쁘다. 좋은 기회라 여기고 열심히 걷겠다.
오시마 도시하루 : 다시 걸어도 처음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뒤에서 열심히 보살피겠다.
이나가키 유키 : 세번째 참가하였어도 한국 음식이 아직도 입에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잘 먹고 열심히 걷겠다.
이연옥 : 처음 참가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걷는다. 일본에 있어도 일본인 같지 않고 한국에 와도 한국인 같지 않아 혼란스 럽다. 일본에서 잘 사는 것이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는 일이라 여기며 열심히 살겠다.
오노 사치코 ; 여러분의 친절과 배려에 감사한다. 잘 못 걸어도 좋은 경험으로 알고 열심히 참여하겠다.
요시오 지로 :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아 기쁘게 걷고 있다. 한국의 산업발전이 유럽의 경험을 따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카무라 다다시 : 지난 두 번은 완주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 걷고 있어 기쁘다.
다케노 노보루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농업에 관심 많아 과수원 등을 흠미롭게 지켜본다. 꽃이 아름답고 식사가 좋다.
손형권 : 처음 걷는 길인데 잘 견디어 기쁘다. 재일동포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가와다 시게루 : 지금처럼 남은 길도 잘 걷기를 빈다.
김찬진 : 좋은 분들과 함께하여 기쁘다. 도쿄 - 서울 코스도 만들었으면. 홍보에 더욱 힘 쓰면 좋으리라.
와타나베 히로미치 : 1, 2차에는 잘 걷지 못하였으나 이번에는잘 걸어서 기쁘다. 한국인들이 걷기도 노래도 힘이 있다.
엔도 야스오 : 한국인들의 친절과 열정이 부럽고 감사하다. 스텦과 참석자 여러분들이 1-3차 모두 헌신적이다. 일본구간 취소로 도쿄까지 가지 못하는 분들이 4차에는 꼭 함께 하였으면.
이틀간 같은 숙소를 이용하여 편리하다. 짐을 줄여 일부를 조카 편에 택배로 붙이라고 보냈다.꼭 필요한 것만 챙겨야겠다. 행사를 진행하고 총괄하느라 수고한 김태형 이사가 서울에 올라가고 강상일 이사가 교대하였다. 어려운 여건에서 애쓴 것에 감사와 치하를 보낸다.
추신,
주위의 여러 분이 문자로, 전화로, 메일로 격려와 성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어 감사하다.
그 중 제자가 보낸 메일을 소개한다.
'건강히 잘 보낸신다니 한시름 놓습니다.방사능비가 온다고 긴장한 시간속에 행사를 하니 한편 걱정을 했거든요.
사모님이 더 걱정인데, 타고난 긍정적성격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중요업무수행을 잘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세상에 음과 양이 골고루 존재하니, 육체의 힘듬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누리는 보상은 충분한가요?
천지에 꽃이피고 불어오는 훈풍에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도 행복한 시간이겠지요~~~
저희는 별일없이 잘 지네고 있네요. 오늘은 경구 순이 태숙과 만나는 날이니 밖으로 나들이 할 계획이구요,안부 전하겠습니다.
3개월 전 군대간 아들 종배와 어제 통화했는데요, 이제 군대가 좋아지려한다네요ㅋ
교수님의 일정도 이제 절반이 넘어지니 완전 적응! 종배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지....ㅎ
몇일 전 생일선물로 산 옷이 맘에 드는데, 스카프 날리며 봄바람 맞고 와 저녁에 다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