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몸과 마음 추슬러
토요일엔 밀쳐두었던 원고도 손질하고,
탄핵 집회에도 참석하고
일요일엔 읽은 책 『세계를 움직인 17가지 방정식』 일부 정리하면서
수학과 과학의 역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즐거움도 누렸지만,
여전히 남는 우리 시대, 이 사회의 문제로 끓는 속까지는 어쩔 수 없었던 주말,
세상이 온통 사막인 데다가 늪과 함정투성이라는 것이 보이는데
사회적 장치라고 하는 것이
그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들고, 오아시스와 오아시스 사이 곳곳에
옹달샘도 마련하는 것이어야 옳은데
오히려 늪과 함정 사이 곳곳에는
숨겨진 덫과 올무까지 넘쳐나서
길을 제대로 간다는 것 자체가 행운처럼 여겨지는 곳,
이미 빠지면 누구도 헤어나올 수 없는 경제구조라는 늪
그 경제구조에 기생하면서
갖가지 위험을 만들어내는 늪의 괴물들,
늪을 치워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정치까지도
또 다른 형태의 늪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사실로 확인하는 시대,
그 모든 것을 밝혀
여행자가 최대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야 할 언론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늪을 만들고 함정을 파고 있는데
거기 기생하는 SNS 형태의 왜곡된 소통구조
그것을 대안언론이라고 말하는 넋빠진 소리를 하는 사람이
정치적 중심에 서 있는 이 해괴한 마당,
그렇다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또 하나의 사회적 장치로서의 교육이 있지만
그 또한 경제와 정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듯한 모습,
결국 교육도 하나의 개미지옥 같은 함정이 되고 만 현실,
그 마지막 자리에서 오아시스를 만들고 옹달샘을 파야 할 것이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지만
오늘날 종교적 상황 역시
다른 분야와 전혀 다르지 않아
곳곳에 늪을 만들고 괴물을 키우고
그 사이에 함정을 파고 덫을 놓는 이 끔찍한 시대,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 없으니
저것이 사람의 길이 아니라고
빛을 잃은 자유의 의미를 되찾는 문을 열고
계속해서 차별과 착취로 이어지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세상을 열자는 몸짓이 필요하니
또 일어나 걸어가야 할 남은 길,
오늘은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원고 꺼내 살피다가 아침맞이,
아침나절 바깥에 나가 활짝 핀 봄을 누리는 동안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으로부터
우리 단체가 ‘연대회의’에 가입하는 데 필요한 문서 보내겠다는 전화 받고,
돌아와 메일 확인한 뒤 작성해서 보내고,
오늘부터 날마다 열리는 탄핵 집회 참석,
무엇인가 빠져 있는 것 같고
무엇인가 놓친 것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는
씁쓸한 저녁,
늦은 점심으로 소화가 덜 되어
저녁은 생략하고
그냥 자리에 눕는 것으로 마감한 하루.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