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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식구들 모두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바람이 차지고 있습니다. 건강조심하세요. 방과후에 와서 가끔씩 따뜻한 차 드세요.
10월 지낸 이야기
가을이 깊어갑니다. 성주산의 가을은 태풍의 뒤끝을 품고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기도 하고 그대로 남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며 다음 세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쓰러진 나무 위를 오르며 10월을 지냈습니다.
안정되게 지내는 1학년과 2학년들. 요일에 따라 들고 날고의 리듬을 만드는 3, 4학년들, 손님같은 5학년들 모두에게도 가을은 똑같이 찾아옵니다.
산방과후의 10월은 *생활리듬을 조절했습니다.-먼저 밖에서 놀고 간식을 먹고 나면 활동을 합니다. *모둠은 아이들 스스로 이끕니다.-4,5학년으로 구성한 의장단이 모둠을 준비하고 이끕니다. *간식 그릇은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닦습니다.-두세 명 중 한 명이 대표로 설거지를 합니다. *먼 나들이의 리듬이 초반에 집중되어 힘겨웠습니다.-수목원 소풍과 도도 공연보기, 주말 캠핑 등이 한꺼번에 몰려 오가는 시간이 긴 나들이에 아이들이 힘들었습니다. *활동은 생활리듬의 한 구성요소입니다.-활동은 대체로 생활 안에서 구분없이 동시에 이뤄질 때가 많습니다.(수공예, 목공, 요리) *활동시간은 5시 30분 전에 마칩니다.-먼나들이를 제외하고 습식이나 모둠의 경우 5시 30분 활동 시간을 마친 후 아이들을 데려가 주세요.
짧아진 가을 낮과 쌀쌀한 날씨로 생활리듬을 조절하였습니다.
일학년과 이학년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간단한 알림장 점검과 숙제를 합니다. 숙제를 마치고 뜨개질을 하거나 하고 싶은 실내놀이를 조금 한 후에는 성주산 자락으로 산책을 갑니다. 나중에 오는 3,4학년들은 대개 산책에 끼거나 쉬거나 선택을 한 다음 느티나무 놀이터나 운동장으로 나가서 산책을 마친 1,2학년들과 함께 만납니다.
바깥에서 뛰어노는 놀이가 방과후 놀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리듬이 바뀌면서 노는 시간이 줄어들까 염려했지만 전체적으로 계절리듬에 맞아 더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간식시간을 좀 더 뒤로 미루게 되더라도 이 때 실컷 놀아야 놀이를 제대로 할 수 있으며 아이들 날숨이 충분하기 때문에 간식을 먹은 후에 시작되는 활동은 조금 축소되는 경향입니다.
여전히 요일 별로 분위기가 아주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3학년 이상이 된 아이들이 방과후 생활에 전적으로 발을 담그느냐 아니냐에 따른 차이입니다. 어제의 경험에서 공유되지 않은 것이 많을수록 방과후의 생활이 매끄럽지 못하지요.
일학년과 이학년 아이들은 방과후의 생활리듬과 자신의 몸이 딱 맞아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10월 2주부터는 방과후에서 할 수 있는 숙제를 함께 하면서 일과를 시작합니다. 일학년 받아쓰기 노트와 독서록은 노트가 없는 경우가 있으니 늘 아이와 함께 챙겨서 가방에 넣어 보내주세요, 아이들 알림장과 숙제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 대해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많습니다. 집에서 더 관심을 갖고 봐줘야할 아이들도 있구요.
세진이와 가은이 윤지와 소윤이는 숙제를 하거나 뜨개질을 하지요. 윤지는 양을 뜨고 세진이는 할머니 목도리를 뜨고 가은이랑 최근에 직조를 마친 소윤이도 뜨개질을 시작했습니다. 가은이의 언니 노릇하기는 적당한 선을 그리며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반에 소꿉놀이를 자주하던 여자아이들이 활동방을 중심으로 수다와 뜨개질로 놀이를 바꾸는 동안 예준이와 승현이를 위시한 일학년 남자 아이들은 그 날 그날 주로 예준이가 놀이를 이끄는 대로 카프라 따먹기 놀이를 하거나 월요일에 카드나 팽이 돌리기를 하고 소란스런 좀비놀이를 하는 적도 있습니다. 그 중에 승현이가 가끔 뜨개질을 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곤 합니다. 엉뚱한 승현이와 엇박자 대화를 나누며 규방에 앉아 노는 것도 가을의 재미입니다.
3학년과 4학년친구들 중에는 준희가 강아지와 노는 것이 좋아서 산책을 함께 하고 준호는 개털 알러지가 걱정되어, 현은 강아지가 무서워서 가기 싫다고 하며 은지는 언니들이 가면 가고 안가면 안가는 쪽으로 느티나무에 남아있기도 합니다. 5학년들과 한결이 선재는 산책을 함께 갈 시간이 나지 않지요. 산 방과후에서 함께 생활한다 해도 1.2학년과 3,4,5학년은 많이 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지내다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지만 자연이 많은 곳에서 하루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이들의 마음에 좀더 좋은 기운이 지나갈 텐데 안타깝습니다.
함께 공동체 놀이를 할 때 삼팔선에 한동안 심취되어 놀던 아이들이 피구와 오재미로 바뀌고 남자아이들이 발야구를 하거나 축구를 하면서 조금씩 남녀로 학년으로 취향별로 갈라져놀고 있습니다. 여러 학년들이 함께 놀 때 고학년의 힘 있는 아이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룰의 적용이나 말싸움으로 누르기, 우기기 등으로 놀이의 판이 깨져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학년 여자아이들은 놀이에서 빠져 철봉으로 가서 따로 놀고 남자 아이들이 한 무리지어 놀고 준희는 몸을 아껴 과격한 놀이를 피하고 현이는 한정된 놀이에만 낍니다.
산책에서 돌아오거나 할 때 자주 차를 마십니다. 아이들이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차를 마시며 조용한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시간이지요. 간식을 먹고 나면 자기가 함께 먹은 책상의 사람들과 의논해서 간식접시를 스스로 설거지 하는 것도 새로 시작했습니다.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기도 하지만 ‘내가 할 게’하고 먼저 말해주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간식을 먹고 하는 활동은 5시 30분이면 가야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 때쯤이면 귀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에 짧게 하게 됩니다.
모둠은 10월 들어 아이들에게 4,5학년으로 의장단을 구성하게 하여 어린이 자치회의로 틀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교사와 미리 의논하여 이야기 할 거리를 공유한 후에 진행과 서기를 의장단에서 돌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한결이와 은지(자원함)와 준희, 이랑이가 사회를 순서대로 보았고 진행자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회의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교사의 개입을 줄여가고 있으며 나들이 돌아보기나 시장놀이 준비하기 등을 이야기 나누고 서로 칭찬해주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긴 모둠 시간은 일학년 아이들에게 고통이지만 집중력과 발표의 내용 전반에 걸쳐 오히려 일학년 아이들의 참여가 훨씬 돋보입니다. 예준이는 모둠의 자세가 진지하고 집중하는 폼이 예전과 다르고 한결과 준호는 본인들이 의장단인 것을 잊고 있는 듯합니다. 승주는 엉덩이를 부치고 앉는 것이 힘들 뿐이고 소윤이와 재욱이는 발언을 많이 합니다. 초반에 자세를 좋게 하려고 경고를 주기 시작했는데 그 동안 의장단의 권력으로 경고를 남발하는 등 약간의 부작용을 겪다가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습니다.
습식은 주제를 버리고 자유습식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급하게 가야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습식을 하고 있을 때 아이를 데리러 오신 경우에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수공예는 직조를 마무리하는 아이들과 뜨개질을 하는 아이들이 함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직조를 다하고 뜨개질을 하는 것으로 정했는데 이것저것 걸치기만 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뜨개질은 방과후에서 하는 것으로 정해 집에 가져가지 않습니다. 빨리 하지 않아도 되니 결과물을 독촉하지 말아주세요.
나들이는 초반에 먼 나들이가 많아서 오가는 길이 힘겨웠습니다. 원래의 계획이 변경되어 10월 초로 소풍이 바뀐데다가 소풍 다음 날은 캠핑을 갔고 그 담 주 수요일은 도도를 보러 대학로로 외출을 했으니 얼마나 꽉 찬 스케쥴인가요? 헉헉. 특히 오가는 버스와 전철 안에서 소윤이와 세진이를 비롯한 일학년 친구들은 중간에 넋을 놓아버린 듯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기도 했어요. 아이들의 힘겨움을 감안하여 덜 붐비는 차와 전철을 골라 탔지만 돌아오는 시간이 러시아워를 피할 수 없었지요. 먼나들이에서 돌아올 때 시간이 늦어 걱정되어 전화하시는 부모님이 많으신데 아이들과 함께 좁은 전철에서 계속 전화를 받아야하므로 교사가 부모 대표께 상황을 알려드리면 연락망을 만들어 서로 서로에게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10월의 나들이는 가을맞이 하는 성주산 나들이를 주로 가고 10월 8일 국립 수목원 소풍과 대학로 학전 블루에서 하는 어린이 청소년 뮤지컬 ‘도도’를 보았습니다.
성주산은 두 번의 번개약수터를 돌아나는 코스, 한 번의 정명 약수터 위의 배드민턴장에서 놀다오는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10월 마지막 주 원미산 나들이는 성주산으로 바뀌었는데 버스가 잘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준호와 한결 선재의 장난이 너무 지나쳐 버스를 타고 가는 먼나들이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정명약수터로 바꾼 것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추워져서 아이들 간식을 간단한 견과류만 가져가고 산을 내려와 떡볶이, 어묵, 순대 등 군것질을 하였는데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몸에 좋지 않은 음식, 일회용품의 남용으로 아이들에게 좋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날씨가 더 추워져 성주산을 가는 경우는 간단한 땅콩과 스낵 등을 가지고 가고 조금 일찍 내려와 터전에서 미리 준비해둔 간식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도도 공연은 생각하게 해주는 메시지와 서정적인 노랫말과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노래가 있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아이들 각자의 마음에 각자의 몫만큼씩 받아 들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학년 이랑이와 해인이도 함께 가서 좋았습니다. 이런 날들은 꼭 같이 가요.
수목원으로 간 소풍은 개교기념일로 비게 된 10월 8일, 야심차게 가을을 즐겨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여름 들살이에서 쉽게 포천을 다녀온 기억을 품고 기획되었습니다. 수목원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수목원을 만끽하지 못하고 돌아온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숲해설가 선생님을 불러 함께 도는 코스에 큰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 숲해설 코스가 숲길로 나지 않고 수목원 앞의 큰 길인 산림 박물관 앞에서 끝난 것, 그 후 시간이 많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깊숙이 수목원의 숲길을 걸어볼 기회가 없이 휴게 공간에서 떠들썩한 놀이를 하고 나선 그냥 수목원의 겉을 햩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오가는 길이 생각보다 너무 길고 힘들었고 의정부 역 앞에서 버스를 내릴 때는 아이들이 사람들에 휩쓸릴까 초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사가 동선을 효율적으로 점검하지 못한 점들이 모처럼 간 가을 소풍을 힘든 기억으로 남게 한 것 같습니다.
먼나들이를 갈 때면 아이들에게 학교가 파하는 대로 일찍 오도록 부탁하고 모둠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늘 한 두 아이들이 걸립니다. 전체의 시간을 지연시키고 애를 태우다가 결국 나중에야 안 온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방과후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회의 룰을 존중하는 첫 걸음이고 아이들의 도덕성을 발달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남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나들이에 차질이 있는 경우 직접 연락해 주시거나, 아이들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