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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숲에서 입춘을 맞아,
숲기행 번개가 있었습니다.
회원분들 중에서 도인송 기운을 받으며
입춘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이 모여 숲기행을 다녀왔어요.
여러 일이 겹쳐서 오늘 숲기행을 함께 못한 회원분들을 위해,
글과 사진으로나마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그럼, 오늘 다녀온 따끈따끈한 입춘맞이 숲기행을 지금부터 함께 떠나보실까요?
9시 : 9시 정각에 모두 모인 회원님들!!
렌트한 차량에 올라타고 벽송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10시 30분 : 1시간 30분 정도 후 벽송사에 도착했네요.
도인송의 기운을 받으러 가는 길..
그 전에 우거진 겨울숲 사이로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이 나무를 보면 더 잘 보이겠죠??
네, 맞습니다.
겨우살이에요.
나무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겨우살이.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서 겨우살이라고도 하고
잎 하나가 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하늘이 내린 약초로.. 다시 평가되고 있는 바로 그 겨우살이에요.
겨우살이가 유난히 많았던 나무 아래서,
열심히 기도빨(?)을 세우고 오셨다는 김세진사무처장님이
땅에 떨어져 있던 겨우살이 가지를 발견하셨어요.
겨우살이 열매 보세요..
나무에 기생에서 나기까지
요 잎 하나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 걸까요?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벽송사 주변의 많은 나무에
겨우살이가 있었어요.
탱글탱글한 겨우살이 한알을 벽송사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맛을 봤습니다.
기도빨이 너무 좋았던지,
오늘 숲기행을 함께 한 선생님들이 한명씩 모두 맛을 볼 수 있을만큼
떨어져 있었네요.
새의 배설물을 통해 나무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
아주 작은 열매였지만 맛을 보니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가득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점심밥을 먹기 전까지도
입안에 남아 있더라구요.
한번 보고 나니
이젠 온통 겨우살이들만 보입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다더니
같은 숲에서도 한순간 시야가 트이니 많은 것들이 보이네요.
요 아이는 노각나무에 기생하고 있던 겨우살이입니다.
연한 초록색의 싱그러운 색을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한게
너무 아쉽네요.
투명하면서도 연한 초록색의 겨우살이입니다.
드디어 도착한 벽송사!!
벽송사 입구에 목장승이 서 있었는데요,
모든 액을 물리칠 부리부리한 눈과
익살스러우면서도 투박하고 순박한 목장승!!
불교와 민간신앙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예술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세월이 담긴 목장승의 결도 정말 멋지구요..
오후에는 남원에서 석장승도 봤는데
하루에 목장승과 석장승, 두 개를 한꺼번에 봐서
좋은 비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석장승 이야기는 잠시 후에 들려드릴게요...)
벽송사 뒤..
드디어 만난 도인송과 미인송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주 전에 나무책을 읽는데
도인송과 미인송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어떤 소원이든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도인송!
그리고 도인송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인사를 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인송!
우리 지역의 나무들 중에서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숲기행에 테마로 가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글과 사진으로 본 것과
실제 도인송을 만난 것은...
정말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들도 꼭 한번 도인송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신비롭다는 느낌을
도인송을 직접 만나보면 누구나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숲기행을 함께 한 다른 분들도
도인송을 껴안고 귀를 대고
나무 안에서 이는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나무의 기운을 받고 있습니다.
도인송을 안으니
힘차게 뛰는 맥박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정말 빌고 싶은 소원이 많았는데
막상 도인송을 안으니
도인송의 힘찬 기운처럼 올 한 해도 지치지 않고 힘차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저절로 마음 속에서 한가지 소원이 올라오더라구요.
마치 어벤져스 영웅처럼
도인송의 기운을 잔뜩 받고 힘이 넘치는 회원님들 모습입니다. ㅎ
도인송 아래 떨어져 있던 솔방울들.
청서가 먹은 자국을 보며
아이들 수업에 좋은 자료가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참고로, 제가 숲해설가 1기라서요..^^;)
도인송과
도인송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한 미인송의 모습입니다.
제가 책에서 본 사진은 이 각도더라구요.
도인송과 미인송을 만나 입춘 기운을 받고 내려오는 길..
주변에 송진을 채취해간 아픈 흔적을 지닌
소나무들이 보였습니다.
숲에 들어온 후론,
이젠 이런 자국을 보면 나무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픕니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내 놓고
겨울을 나고 있네요.
빨리 날카롭게 잘려져나간 상처들이 잘 아물어서
건강하게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차로 돌아가는 길.
뒷걸음으로 걸으며 한걸음 한걸음
벽송사 나무들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12시> 도인송을 만나고 오니 벌써 12시!!
배가 고프네요!!
김세진사무처장님이 주변에 사는 분께
점심을 먹을만한 맛집을 미리 알아두신 덕분에
지리산 흑돼지를 맛보고 왔습니다.
혹시 근처를 가게 될지도 모를 분들을 위해서
상호명 사진 첨부해야죠~
지리산 마천골 막걸리 한잔으로
언손발을 녹이고~
마음도 따뜻하게 하구요~
하나하나 맛있었던 반찬들과
돼지 주물럭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지리산에서 나오는 지리산표 반찬들이 어찌나 맛 있던지
고사리나물, 깻잎장아찌는 몇 번이나 더 달라고해서 먹은지 모르겠어요!!
함양군 마천면 칠선계곡 입구를 가실 분들은
요~동네 식당에서 지리산밥상 한번 드셔보세요~
1시-1시 30분> 점심을 먹고 나왔더니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요.
그래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가까운 근처로 몇 곳 더 숲기행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30분만에 도착한 남원시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입니다.
설명은 아래 사진을 보시구요~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대상을 받은
서어나무숲의 겨울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서어나무의 겨울눈입니다.
갈색의 촘촘한 모습..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루페로 자세히 살펴보니
촘촘한 갈색의 겨울눈 안에,
초록의 싱그러운 잎들이 보입니다.
바닥엔 녹지 않은 흰눈이 쌓여 있는 겨울에도
서어나무는 싱그러운 초록잎을 품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입춘인 오늘 만나서 그런지 더욱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남원시 운봉에서 마을숲에 있는 그네를 타며
잠시 춘향이가 되어 보기도 하구요..
아... 이 숲에 오니 아이들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구요.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과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숲이었습니다.
숲기행을 함께 했던 선생님께서
흔적 하나를 발견하셨습니다.
발자국이 보이시나요?
고라니 발자국이라고 하더라구요.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선명하게 찍혀 있네요.
서어나무숲이 준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잎이 떨어진 서어나무들이 하늘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선들을 모아 놓아야 이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서어나무숲이 준 마지막 선물인 '하늘길'을 가슴에 담고 숲을 떠나는데
미련이 남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2시> 근처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 당산으로 향했습니다.
벽송사에서의 목장승과 서천리의 석장승!!
나무와 돌로 만들어졌지만
액을 쫓는다는 의미와
부리부리한 눈과 투박한 코의 모습이 참 닮았습니다.
이 석장승을 보러 민속학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구요.
석장승 옆에는 또 하나의 흥미를 끄는 게 보였습니다.
바로 성혈이라고 하는데요..
성혈에 대한 민속신앙을 알고 봐야 이해가 더 쉽게 되서,
네이버에게 잠시 물어서.. 성혈에 대한 설명을 더하겠습니다.
개설
성혈(性穴)은 바위의 표면을 오목하게 갈아서 만든 컵 모양 혹은 원추형의 홈이다. 민속에서는 알 구멍, 알 바위, 알 뫼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성혈은 일반적으로 선사 시대의 신앙 혹은 별자리와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림이나 형상을 표현한 바위그림[岩刻畵]이라고 보기도 한다. 민간에서 알 바위나 알 구멍이라 부르는 장소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통해 근세에도 자손의 번창을 빌고자 바위에 성혈을 새기는 주술적인 행위를 지속하였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성혈 [性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성혈에 대해서 알고 보니 이젠 더 잘 보이시죠?
이곳 둥근 홈 주변으로 사람들이 돌을 떼어간 흔적들이 보입니다.
성혈의 민간신앙 때문에
아들을 낳기 위해서
돌들을 떼어다가 가져가서 갈아 먹었다고 하네요.
성혈과 부셔져 있는 돌조각들..
남아 있는 민간신앙의 흔적들을
마치 민속학자가 된 것처럼 흥미롭게 살펴보다보니
발 아래, 느티나무 씨앗들이 보이네요.
느티나무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많은 씨앗들은 본 적이 없어서
루페로 좀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이미 씨앗이 나간 모습도 보이고...
알알이 생긴 작은 모습.
이렇게 작은 씨앗이..
정말 크고 거대한~ 느티나무로 자란다는 사실..
자연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놀랍고 신비롭습니다.
2시 30분> 마지막으로 근처 황산대첩비를 보러 갔습니다.
황산대첩비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고려 우왕 때 이곳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건데요..
역사적인 의미가 여기서 끝나면 좋았을 것을,
가슴 아픈 역사가 뒤에 이곳에 더해집니다.
황산대첩비를 보면,
가운데는 최근에 만들어진 새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요럴 때는 '놈'이라고 써야 속이 시원한데, 언어순화적인 측면으로..)들이
황산대첩비 비문을 파괴했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파괴한 비문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과거 쳐들어온 왜구를 무찔러 나라를 지켜 세운 공적비를
몇 백년 후에 다시 또 그 후손들이 같은 나라를 쳐들어와서
비를 파괴하다니!!
멀쩡한 비문이 날카롭게 파괴된 모습을 보니
정말 애국심이 혈관을 타고 뜨겁게 흐르더라구요.
도인송의 기운을 받고
지리산표 밥상을 맛 보고
남원의 아름다운 마을숲과 민속문화의 가치가 높은 석장승과
아픈 역사가 담긴 황산대첩비까지 보고 나니
이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네요.
3시-4시> 광주로 출발해 잠시 순창 휴게소에 들렸습니다.
맛있는 점심 식사에 중간 간식인 꿀빵과 커피까지
하루 종일 입춘맞이 숲기행으로
풍요로운 숲선물에 맛있는 음식까지,
오늘 하루는 시간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다음 번개는 또 어떤 숲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미리 예정된 숲탐방도 좋지만
계절 따라 갑자기 예정 없이 떠나게 되는 이런 숲기행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늘 하루 입춘맞이 숲기행을 마치며
다음번 번개를 기대하고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처음 만난 생명의 숲 회원분들도 많았는데요,
숲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연결되서 만난,
인연 때문인지
오늘 하루 동안 편안하게 숲기행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함께 숲기행을 하지 못한 회원분들과는
다음을 기약하며...
이글을 읽은 회원분들께
도인송과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나눠드립니다.
입춘대길...하세요...
첫댓글 세세한 후기를 올려 준 형선샘 고맙습니다. 마치 그 길에 함께 있는 듯 글과 사진이 선명합니다. 입춘대길 하세요~^^
우와~짧은 하루에 여러곳 다녀오셨네요
겨우살이맛은 엄청 궁금하네욤^^
어제 받으신 기운 장풍으로 좀 날려주세요
너무도 좋은시간 되셨네요~~ 도인송의 좋은 기운을 나눠주신 형선쌤 감사합니다^^
따뜻한 글을 올려주신 샘 덕분에 보이지 않은 맘의 여행길이 즐거웠습니다??
매 순간들이 새롭게 정리되네요... 민들레샘 수고하셨어요.
출발 시작부터 모든 수고 책임지고 함께해 주신
김세진 사무처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숲길 길라잡이까지 직접해주셔서 더욱 유익했습니다~
와. . .가지 않았어도 더불어 생생하게 돌아보고 공부까지 합니다. 14년도부터 벽송사 마주보는 금계 마을에 50여일 정도 머문적이 있습니다.가고 싶었는데, 여건상 형편이 되지 못했어요.
ㅡㅡ참고로 칠선식당은 예고 없이 가도 맛난 산채비빔밥을 먹을 수 있어요. 물론 흙돼지도요. 남원 들어가는 입구에 향돈촌이라는 곳의 한식부페와 흑돼지 판매도 추천합니다.
자세하게 정성껏 ~~ 민들레샘 수고 많았어요!
그리고 노각나무 아니고 모과나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