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원격 근무자들을 위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제공하며
재택 근무의 형태와 해외 거주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여러분께서는 지금 SBS 한국어 프로그램 경제브리핑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재택 근무 방식이 일부 직종에서는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택 근무 형태가 국내를 벗어나 해외 거주의 장벽마저 허물고 있다는데요,
심지어 세계 각국에서는 원격 근무자들을 위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 프로그램까지 생겨나면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브리핑에서는 이와 관련한 내용 알아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자유롭게 일을 한다?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리는데요, 이러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뜻의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불리는 원격 근무자들이
국내에서 눈을 돌려 해외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간에 제약 없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재택 또는 이동 근무가 가능한 직종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 해외 국가에 거주하면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원격 근로자들은 해외에서 관광비자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합법적인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통해서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 장기간 거주할 집을 임대하거나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행정보사이트인 비자가이드월드에 따르면 현재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50개국 이상에서 발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발리의 해변가에 앉아서 노트북 하나로 업무를 보거나 이탈리아의 두오모 성당 앞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본다… 상상만으로도 설레는데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겠군요. 많은 국가들이
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앞다퉈 시행하는 데는 물론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하는 것이죠?
홍 PD: 그렇습니다. 꽤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원격 근무자를 유치하면 나라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인데요,
한 마디로 전 세계가 '원격 인재' 유치를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 유목민들이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경제적 이점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의 일자리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부동산을 임대하고,
청구서를 지불하고, 또 쇼핑을 함으로써 해당 경제에 소비를 하게 됩니다. 또한 일상 생활 속에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사교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문화적 구조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진행자: 단기 관광객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가능한 국가는 어떤 곳들이 있나요?
홍 PD: 우선 인도네시아는 이달 초 관광비자인 B211A로 입국하는 여행객들이 외국인 근로자 세금이나 소득세를 내지 않고
체류 기간 동안 외국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자격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첫 60일짜리 관광비자에서 연장을 할 수 있게 돼 추가로 6개월까지 더 머물 수 있게 됩니다.
시드니 주재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의 아구스 압둘 마지드 이민담당관은 SBS 뉴스에 이와 같은 새로운 비자 조건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도네시아 세컨드 홈 비자(Indonesia Second Home Visa)로
불리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특별 비자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비자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원격 근무자들은 수 년간 머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 외교정보국도 정부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 도입을 계획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 계획이 언제 시작될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리스, 크로아티아, 브라질, 파나마, 스리랑카,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다른 많은 지역에서 이미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있을 텐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홍 PD: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취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단지 현지에서 사는 동안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즉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자격 조건은18세 이상이면서 특정 월 소득이 있어야 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월 소득 기준은 국가마다 다른데요, 예를 들어, 그리스에서는 한 달에 3,500유로 (약 5,300달러)의 수입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는 약 2,300달러의 월 소득을 증명하거나 28,000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신청할 수 있고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국가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연봉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 밖에도 코스타리카,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멕시코, 포르투갈, 체코, 아르헨티나 등도
이미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코스타리카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소지한 사람은 최대 2년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연장도 가능합니다.
월 약3,300달러의 수입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2019년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만든 크로아티아도
프리랜서 근로자가 일하는 동안 머물면서 거주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통해
1년 체류한 뒤 최대 3번까지 비자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자로 4년 이상 체류할 순 없다.
포르투갈에서도 디지털 노마드 비자로 1년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그 이후 한 번에 2년씩 연장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해당 비자로 5년 체류했을 경우 포르투갈어 시험에 합격하는 조건으로 거주 허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도 지난 5월부터 원격 근무자를 위한 특별 비자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이 팬데믹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요,
또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요?
홍 PD: 일부 국가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추가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 지역에서는 원격 근무자에게 숙박, 무료 공동업무 공간, 안내 이벤트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제공합니다. 포르투갈 섬을 기반으로 한 패키지 마데이라(Madeira) 역시 무료 공동업무 공간과 여행 정보,
숙박 옵션, 사회 활동 등 맞춤형 자원을 제공합니다.
이들 국가들은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팬데믹으로 인해 손실된 관광 수입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일부 국가의 작은 마을이나 더 많은 시골 지역에서도 이러한 원격 근로자들을 유치하여 현지에서 소득을 창출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양한 패키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많은 기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도 되는데요, 어떤 점들을 지적해 볼 수 있을까요?
홍 PD: 이민 정책 연구소에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지역 생활비 상승과 자원 경쟁 증가,
"특권에 대한 불만"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역의 사회 기반시설과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노동자들이 세금을 납부하는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또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처음부터 많은 원격 근무자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적일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비자 신청 과정의 불편함 등의 이유로 3~6개월짜리 관광 비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데요,
하지만 앞으로의 추세를 봤을 때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신설하고,
더 좋은 인력을 데려오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원격 근무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디지털 노마드 비자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