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랑※
NO.1 필연이란...(上)
하얀색이라고 보기엔 약간의 진한 색을 지닌 베이지색 톤 빌라의 창문이 열렸다.
열린 창문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한 여자.
하얀 피부에 크고 짙은 검은색의 눈, 단정한 컷트 머리. 누가 봐도 여고생의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고생의 활기 발랄한 모습과는 달리 무표정과 함께 아무런 희망도 없는 듯한 얼굴.
"경아야! 너 거기서 뭐해? 미연 언니 보러 안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경아와 같이 살고있는 민정의 목소리였다.
미연. 미연은 바로 경아, 자신의 친 엄마였다.
민정은 미연의 친한 동생 사이였고, 미연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는 사이 경아가
민정과 같이 살게된 것.
"보러 갈 거야."
짧은 대답. 보통의 여자라면 조잘대며 싱그럽게 웃었을 텐데 경아는 전혀 그렇지 않게
무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그런 경아의 모습을 보면서 민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경아는 이제 19살이다. 19살이라면 고3이라 수능도 준비하고 친구들과 사귀면서 잘 지낼테지만
경아는 그럴 수 없었다. 어릴 적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아픈 경아는 *합병증에 시달려야 했다.
*합병증-여러 가지 병이 한꺼번에 몸에 걸리는 병.
때문에 시시로, 때때로 항상 삐족한 바늘을 온몸에 쑤셔 넣어야 했고, 툭 하면 날카로운
칼날로 피부를 그어 수술을 해야했다.
어쩔 땐, 밥도 못 먹어서 닝결로 영양제를 투입시켜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도 해야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13살 때까지 병원에서 환자복만 입고 지낸 경아.
때문에 경아의 모습에선 여자아이 같이 귀엽고 애교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보다못한 미연이 강제로 퇴원을 강행시킨 것이었다.
"가는 김에 어떤 남자한테 이것 좀 전해 주라. 아니다, 그 남자도 너랑 가는 방향
같으니까 같이 차 타고 가."
"됐어. 모르는 사람 차 안타."
"으이그~ 너가 그렇게 애교 없고 고리타분하니까 남정네들이 꼬이질 않는 거야!"
"집어쳐. 남자는 무슨. 이것만 전해주면 돼?"
"응, 꼭 같이 타고 가야 돼~"
민정의 말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콧방귀만 내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빌라에서 나와 공원 쪽을 지나가던 경아는 한 어린아이와 부모님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한창동안 바라보는 경아. 마치 그 장면을 부러운 듯이.
나도...그 사람만 아니었다면 저렇게 행복했을 텐데.
그 사람만 아니었다면 보통 애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있던 경아는 고개를 휘휘 젖더니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그런 도중, 자신의 앞으로 세워지는 검은색 자가용 한대가 멈춰 섰다.
운전석에는 꽤나 멋들어진 남자가 타고 있었다.
이 남자인가. 민정이 말하던 사람이.
"......?"
"당신이 최경아 인가?"
"누구세요?"
"난 유준하인데 민정씨가 나한테 뭐 전해주라던 거..."
준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얼굴 앞으로 서류 한 봉투를 가져다 대었다.
그런 경아의 행동에 꽤나 당황한 듯한 준하의 표정이 들어났다.
"여기요. 그럼."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경아를 준하는 차에서 내려 붙잡았다.
잡는 순간, 준하는 꽤 놀랐다. 준하는 민정의 회사 상사였다. 때문에 민정이 가끔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귀 기울여서 듣다보면
경아라는 여자에 대한 얘기가 들렸었다..
주어 담은 얘기를 이어보면 경아는 19살이라고 했다.
19살이라면 한창때라 살도 꽤 있고 할텐데 경아의 손목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 야위어 있는 팔목. 한창 때의 나이라곤 믿겨 지지 않는 몸이었다.
자신의 손목을 잡은 것이 꽤나 불만스러웠던지 경아는 금방 준하의 손을 쳐냈다.
"왜 그러시죠?"
".....다른 게 아니라 민정 씨가 꼭 병원까지 태워다 달라고 해서."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라는 경아의 말에 준하는 약간은 짜증이 밀려왔다.
'필요 없어요.'가 아니라 이럴 때에는 '괜찮아요.'란 말이 와야한다.
자신보다 6살 어린 여자한테 이렇게 무시당하는 듯한 말투를 듣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난 민정 씨 부탁 때문에 이런 거니까 그냥 타는 것이 좋겠는데."
민정의 부탁이란 소리에 경아는 가만히 준하를 쳐다보다 지나쳐서 차를 탔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의 차인 마냥 안전 벨트를 두르고서 준하가 타기를 기다리는 경아.
그런 경아를 보면서 준하는 속으로 어이없어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무시하듯이 말하더니 민정씨의 부탁이라고 하니 꼼짝없이
차를 타다니.
민정씨의 존재가 그렇게도 경아라는 여자에게 대단한 존재인가?
곧 준하도 차를 타고 성모병원으로 출발했다.
가던 도중, 준하의 경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아까는 자세히 못 봐서 몰랐는데 꽤나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가 풍겼다.
하얀 피부에 짙은 눈썹. 속눈썹이 길어서인지 눈을 약간 내리까니 그 아래로
옅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깔끔하게 자른 컷트 단발머리는 단정한 이미지를
풍기게 했다. 마치, 욕을 할 줄 모르는 순진한 아이의 모습 같달까.
하는 말은 영 아니지만.
실은 차를 경아의 앞으로 몰기 전 까지 준하는 경아의 행동을 계속 보고있었다.
한 꼬맹이와 부모님이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듯,
슬픈 눈으로 쳐다보는 경아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아는 동생이나 여자였다면
아마 따뜻하게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운전... 안 해요?"
"아, 해야지."
준하가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벌써 신호가 바뀌어 뒤에선 수많은 컬렉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준하의 모습을 보면서 경아는 이전부터 자신을 쳐다보던 준하를 알고있었다.
그리고 기분이 나빴다. 준하는 경아를 바라볼 때의 눈빛이 마치 「동정」을 해주는
듯한 눈빛이었다.
거지에게 500원짜리 동전을 줄 때 하는 그런 동정.
그 따위의 동정 따윈 필요 없어. 그 남자에게 버림받은 순간으로부터 수없이 받아왔으니까.
그 순간부터…내 불행이 시작 됐던 거니까.
어느 새 성모병원에 도착해 경아는 고개만 꾸벅 숙인 뒤, 차에서 내린 뒤,
뒤로 돌아서서 돌아 나가는 준하의 차를 봤다.
차안에서 포근한 향이 베어있었다.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듯 한 그런…포근한 향이.
예전부터 남자의 스킨냄새나 향수는 지독히도 싫어했었지만...이번의 향은 달랐다.
바다같이 시원하고 포근한 듯한 향이 풍겼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꽤 편해서 지금의 이 짜증나는 상황을 잊어준 듯 했다.
"핏."
자신의 그런 모습이 약간은 웃겼는지 비릿한 웃음을 풍긴 뒤, 미연의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 안에는 한쪽 다리에 붕대를 감고 책을 읽고있는 한 중년의 여자가 보였다.
중년의 미를 풍기듯이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나는 여자였다.
"나 왔어."
"어머! 딸 왔어? 여기 뽀뽀~"
'여기 뽀뽀'란 말에 잠시 인상을 구기던 경아는 포기한 듯 미연에게 다가가 볼에
쵹 소리가 나게 베이비 키스를 했다.
"쵹."
"아까 누구야?"
"뭘?"
"꽤나 핸섬 가이던데? 차로 여기 태워다 준 남자 말야."
"아…."
아까 그 남자를 말하는 건가? 핸섬 가이라니. 우리 나라 핸섬 가이 다 죽었군.
게다가 초면부터 나한테 반말을 했다고. 사람은 한가지를 알면 열을 안다고 예의는 눈꼽만큼도
없는 남자인데 뭐가 핸섬은.
"사고 당하더니 눈에 이상 있어? 어디가 핸섬이야, 핸섬은."
"왜, 그 얼굴이면 핸섬이 아니라 모델 뺨 쳐주던데? 사윗감이면 딱 좋겠어~"
사윗감이면 딱 좋겠다는 말에 경아는 인상을 눈에 띄게 구겨졌다.
누군가와 엮어 지는 것을 질색하는 경아로서는 오늘 처음 본 남자와 엮여 지는 듯 해
기분이 나빠졌다.
"됐어, 그렇게 좋으면 엄마 하던가."
"애는~ 으, 갑갑해. 다리에 기부스하고 있자니."
"그러니까 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
"어우. 지난 일 끄내지마, 딸."
미연은 몰랐지만 지금 경아의 표정은 전과 달리 상당히 부드러웠다.
툭툭 내뱉는 말이 약간 정 떨어지는 듯 하게 말하지만 표정은 미연을 바라보는
눈에 사랑이 가득했다.
"어디 참한 사윗감 없나?"
"왜? 딸."
"이렇게 애 같은 엄마 누가 데려가나 싶어서."
"어머, 애 같다니! 이렇게 중년의 미를 뿌리는 여자는 나밖에 없어~ 딸."
"그 푼수댕이 같은 것도."
"뭐야?! 딸만 아니면 그냥!!"
미연이 옆에 있던 쿠션을 잡아들어 경아의 얼굴로 집어던졌다.
덕분에 보기 좋게 얼굴에 정통으로 쿠션을 맞은 경아.
베개가 떨어지고 1초..2초...3초가 흘렀다.
경아의 미간엔 이미 무수한 주름이 잡혀있었다.
그런 경아를 봤는지 미연은 헛기침을 하다가 재빨리 간호사 부르는 버튼을 눌렀다.
"김 간호사님, 저 빨리 와...."
"와 주실 필요 없어요. 아주 건.강.하.니.까."
"하하...딸, 화 났어?"
"응."
미연은 알고 있다. 경아는 자신의 딸이지만 한번 화가 났다 하면 집안 식구들이
다 대피해야 할 정도로 무서웠다.
요즘 들어 자신 때문에 짜증이 늘어난 경아를 알고는 있지만 설마 쿠션 하나 맞고서 이렇게
화를 터트릴 건지는 몰랐다.
"호호, 딸. 엄마는 환자~"
"그래, 환자."
"크흠, 딸. 엄마가 실은 이쁜 선물 하나 준비했는데."
"선물?"
선물이란 소리에 경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무리 경아 라도 아직은 어른이 아닌 아이였다.
선물이란 소리에 크게 기뻐하는 경아를 보면서 미연 역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상자를 부시럭 대면서 열어보니...최신형 핸드폰이 있었다.
"핸드폰?"
"뭐야, 왜 그렇게 실망해?"
"아니, 그냥.....그다지 필요 없는 거라."
"필요가 없다니? 요즘 애들은 다 가지고 다닌 다잖아."
"다 가지고 다닌 다고 해서 필요한 건 아니잖아."
"그래도 가지고 다녀. 엄마가 때때로 연락 할 테니까. 알았지, 딸?"
"응. 지금이 몇 시지? 나 그만 가봐야 겠다."
"그럼 여기 뽀뽀."
"쵹."
"잘 있어. 내일 또 올게."
손에는 핸드폰을 소중하게 꽉 쥐고서 나가는 경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행복한 듯,
그러나 슬프게 미소 지었다.
경아의 발소리가 끈이자 미연은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남색의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상자 안에는 작은 일기장이 넣여져 있었다. 미연은 펜을 들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2004. 6. 20. 목요일.
벌써 몇 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경아에겐 말을 못하겠어.
그래서 당신에게 미안해. 언젠가는 말해 주겠지만 그 일로 경아가 충격을 받아
쓰러질까봐 걱정이야.
미안해. 당신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어. 하지만....꼭 당신에게 못 한 것 만큼
우리 경아에게 잘 해줄 거야. 내가 고통을 느꼈던 순간을 경아에게는 행복으로 돌려줄 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슬퍼하지마. 우리 경아 오해. 그거 내가 꼭 풀게.
여전히 사랑해.
일기를 다 쓴 미연은 창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자리에 누웠다.
경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의 그 오해 꼭 풀어 줄게. 아니, 풀게.
그러니까 제발 아버지 대한 안 좋은 생각...버려.
미연의 눈에선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도대체 경아의 오해는 뭐 길래 미연이 이렇게 슬퍼하는 것일까?
첫댓글 영화ing랑비슷하네-0-
진짜영화 ing 랑 비슷한것같아요....하지만 재미있어요.........^^
호오.. 역시 30대 방이네요. 10대방은 모두 이모티콘 소설들이라 지적 몇개만 해주고 나왓는데... 다읽진 못했지만 기대가 돼내요^^
호오.. 역시 30대 방이네요. 10대방은 모두 이모티콘 소설들이라 지적 몇개만 해주고 나왓는데... 다읽진 못했지만 기대가 돼내요^^
호오.. 역시 30대 방이네요. 10대방은 모두 이모티콘 소설들이라 지적 몇개만 해주고 나왓는데... 다읽진 못했지만 기대가 돼내요^^
^0^ 이모티콘도 없고 정말 묘사도 잘하시고요 진짜 잼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