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번째 수업이고 아직 돌아가는 물레 위의 흙반죽의 감각을 익히기도 전인데 뭔가 작품을 만들어 한다는 강박이 있는 태균이. 오랫동안 코일링기법을 통해 후다닥 작품을 만들어내던 버릇을 고집하고 싶어합니다. 타고난 예술적 감각은 있는데 지극히 수동적인 준이. 두 녀석이 펼치는 수업 속 물레수업이건만 이들 녀석을 달래가며 선생님의 목적과 의도를 살려가는 모습이 감사하기도 합니다.
오늘 도예수업있다고 미리 언질을 주었더니 아침부터 모든 것이 급해집니다. 취사실을 몇 번씩 들락달락하며 반찬이 얼마나 되었나 지켜보고, 어제 1시간 가량 꺾었을 뿐인데 비오고 난 직후라 고사리순이 어찌나 지천이던지 양이 꽤 많습니다. 그것도 삶아 놓아야 하는데 태균이의 재촉때문에 더 바빠집니다.
제주도 토박이에게 고사리보관법도 전수받았습니다. 삶은 다음 물기를 빼서 그대로 냉동실에 넣으면 더 좋답니다. 말리면 색깔이 거무티티하게 변하니까 냉동실에 바로 넣으면 색깔이 그대로 살아있답니다. 영흥도살 때 영흥도사람들이 바지락철에 냉동실에 바지락을 꽉꽉 채워놓더니 제주도는 고사리입니다. 무도 들판에서 몇 개 얻어다가 다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놓았습니다. 찌개나 국끓일 때 국물내기용입니다.
소뒷걸음질치다 만들어낸 작품들. 이렇게 조금씩 익숙해지다보면 뭐가 되도 되겠지요.
도예마치고 서둘러서 주간보호센터로 갔더니 예상대로 태균이 반발이 거셉니다. 지난 수요일, 도예마치고 투표일 휴일인지라 놀고 먹고 재미있게 보낸 기억을 계속 고집하고 싶어합니다. 차에서 안내리고 들어가라하니 손가락물고 화내면서 버팁니다. 마침 담당교사가 데리러 나와서 오후에 다시 보자고 설득해서 들여보내긴 했지만 영 기분이 내키지 않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분명 결정을 내리고 독립적인 계획을 짜보려는 것이 늘었고 결코 나쁜 방향은 아니지만, 자칫 고집불통으로 갈 수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잘 지도해야 되는 때가 된 듯 합니다. 고분고분 순둥순둥이 자기나름의 주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싫은 것, 지루한 것도 해나가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엄마 따라다니는 것만큼 역동적이고 지루하지 않은 것이 세상에 널려있던지 혹은 스스로 역동적이고 지루하지 않도록 개척해 가든지 해야 할텐데요, 둘다 가능하지 않은 세상이니 독립의 욕구와 맞물려 우리 태균이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싯점이긴 한가봅니다.
부쩍 사진찍기에도 집착을 보이며 뭐든 찍어보려하니 이렇게라도 풀어가야 할 듯 합니다. 선생님의 흙반죽부터 삶은 고사리찍는 엄마따라서 그것도 찍고, 제주민속촌 걷고있는 엄마사진도 찍어주고, 작은 사각틀 속에 세상의 많은 것을 담아내기를...
첫댓글 제 눈에는 작품이 훌륭하게 보입니다.
생고사리 냉동 저장법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