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경호정(鏡湖亭)
1) 경호정의 연혁
경호정은 위씨 소유의 유일한 순수 정자(亭子)다. 단산의 영귀정(詠歸亭)이 정자이지만 봉덕재(鳳德齋)라는 또 다른 재각기능을 가지고 있어 단순한 정자는 경호정이 유일하다. 이 정자는 장흥군 부산면 기동 마을 앞 예양강가에 세워져 마을의 운치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정자는 1912년(壬子) 휘 계훈(啓勳)이 입향조인 운암공(雲巖公) 유장지인 경호의 언덕에 지었다. 경치가 수려한 곳에 정자가 들어서자 수많은 시인묵객이 찾아와 수창하며 반촌의 풍류를 한껏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너무 규모가 작아 불편하자 종중차원에서 대책을 협의했다.
종중은 협의 끝에 회은공(晦隱公) 휘 원량(元良)이 수인산에 세운 정자를 구입해 이축하기로 했다. 1944년(甲申)에 원래의 경호정은 없애고 이축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경호정은 수정처럼 맑은 예양강과 강가의 왕버들 그리고 천년 노송에 둘러싸여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한다.
2) 편제록(p.241)
(1) 경호정(鏡湖亭)상량문(上樑文)
운곡(雲谷)이 병풍처럼 둘려있어 대부가 거처함에 능히 만년의 터를 열었고 한문(寒門)에서 정결하게 익혀 처사가 깃드리니 그 백세(百世)의 풍화(風化)를 남겼도다. 충효는 관북(冠北)에서 대대로 이어왔고 절의는 호남지(湖南誌)에 기록되어 있구나. 백우당(百憂堂)은 시를 잘하고 지덕(智德)이 훌륭하였으며 육화공(六和公)은 담락(湛樂)하여 형제간에 우애하였네. 백씨나 중씨께선 구순의 수(壽)를 누리시고 형제간에 우애하여 일실에서 동거하였네.
수우공(守愚公)의 청빈은 안항(顔巷)의 지락(至樂)을 고치지 아니하고 죽와공(竹窩公)의 문물은 모두가 곽림(郭林)의 종사(宗師)라고 일컬었다. 고기 낚고 밭을 갈아 동강(桐江)의 사풍(絲風)이 끊기지 아니했고 시 읊고 목욕함에 기수(沂水)의 기상을 가히 보았도다. 예수(汭水)는 인지(仁智)의 근원에서 나와 두루 구강포(九江浦)에 달리니 이 파릉(巴陵)의 모양 되었으며 운치(雲峙)는 용봉(龍鳳)의 맥(脉)으로부터 가지런히 칠리산(七里山)을 둘렀으니 취옹(醉翁)의 마음을 붙이었네.
땅은 한 지방의 중앙을 차지했고 일은 백대(百代)의 유적(遺蹟)을 들었구나. 인하여 소루(小樓) 3칸(三間)을 지어 상동하우(上棟下宇)로 대장(大壯)의 뜻을 취(取)하였고 넉넉히 명천일부(名川一阜)를 얻어 선승후개(先承後開)하니 생각건대 이 중리(重离)의 빛남이네. 훈(勳)이 주간하였으니 홀로 천금(千金)보다 공이 있고 경(鏡)이라 이름 하니 길이 백보안에는 티끌 없으리라. 범상공(范相公)의 의장(義庄)을 두어 연곽(燕郭)에 매전(買田)하기를 원하고 이적선(李謫仙)의 서륜(序倫)으로 장차 도원(桃園)에서 잔치를 열리라.
고을은 부산(芙山)이라 하여 아름다움이 팔리(八里)의 지역에 접하였고 땅은 경호(鏡湖)로 알려지니 십동(十洞)의 가을을 바꾸어 얻었구나. 어가(漁家)가 서로 대답하니 양양(洋洋)한 듯 악양(岳陽)의 기쁨이요 기담(碁談)이 맑게 굴러 정정(丁丁)한 듯하니 죽루(竹樓)에 마땅하네. 달이 평사(平沙)에 비치니 백구(白鷗)가 날아들어 한가로이 오니 수심(愁心)없는 벗이요, 바람이 청파(淸波)를 스치니 금심이 헤엄침을 고요히 보니 서로 기미를 잊었구나. 사영(榭楹)에 달 비치고 바람 부는데 서산은 비속에 흘립(屹立)하며 첨맹(簷甍)은 날아갈 듯 아름다운데 남포(南浦)의 구름이 원괘(遠掛)하였네.
이는 진실로 사람으로서 어찌할 것인가 이에 지금을 기다림이 있는 듯 하구나. 이에 수구(數句)의 짧은 노래를 엮어 일구의 오랜 회포를 부치노라. 어기어차 들보를 동으로 던져라. 운곡에 봄 깊으니 해가 붉게 변하였네. 방주(芳州)에 선인의 자취를 캐고 캐니 다만 선암에 시 읊고 목욕하며 바람 쏘였네. 어기어차 들보를 남으로 던져라. 물은 경호에 가득하고 달은 못에 가득하네. 한 띠처럼 이어진 동강(桐江)은 칠리(七里)의 여울이요 부춘(富春)의 산색은 쪽보다 푸르구나.
어기어차 들보를 서로 던져라. 옥(玉)처럼 깎은 부용(芙蓉)은 눈 아래 나직하네. 바람 앞에 술잔 들고 사양(斜陽)에 서니 평야(平野)에 떠있는 안개 여기저기 가지런하네. 어기어차 들보를 북으로 던져라. 기악과 용호(龍湖)가 한 지역에 펼쳐졌네. 물마다 기이(奇異)하여 또한 형용하기 어려우니 그림속의 계산(溪山) 채묵(彩墨)에 올리리라. 어기어차 들보를 위로 던져라. 위아래의 파광(波光) 천기가 명랑하네. 강북과 강남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경풍(輕風)과 담애(淡靄)가 맑은 경치 제공하네. 어기어차 들보를 아래로 던져라. 서남으로 10리 들을 분배(分排)하여 벌려놓았네. 어창(漁唱)과 초가(樵歌) 머리 맡에 오고가니 주옹(主翁)의 청복(淸福) 긴 여름에 넉넉하네.
엎드려 원하옵건대 상량의 후에 재목 모아 크게 완성하니 훤칠한 처마 이에 새가 날은 듯하네. 용호(龍湖)는 곤곤(滾滾)히 방초(方礎)를 싸고 길게 흘러가고 응령(鷹領)은 아아(峨峨)히 융동(隆棟)을 진압(鎭壓)하니 흔들리지 않으리라. 양가 화목하여 형제간에 우애하고 후세계승(後世繼承)하여 선조사업 이어가리라. 춘일(春日)이 화창(和暢)하니 이미 관동(冠童)과 같이 시 읊으며 목욕하니 이에 무우(舞雩)의 바람이 좋고 세월이 오랠지라도 길이 후손들의 수집에 힘입을 것이니 어찌 죽루(竹樓)의 후멸(朽滅)을 근심하리.
임자추(壬子秋) 7월 기망(旣望)
만회(晩悔) 위국채(魏國采)
경호정의 풍광이 최고의 입지입니다 탐진강 기슭의 운치는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