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허리 휘는 대출자◆
'빚'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금융시장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시중금리도 연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국내 채권시장을 강타하면서 신용채권에 대한 수요는 뚝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만기가 3개월 남은 은행채 금리가 급등했고 만기가 같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끌려 올라가고 있다. 3년 만기 고정형 금리는 한때 10%를 넘어 대출받는 게 두려울 정도다. 은행권 관계자는 "2006~2007년에 급증했던 대출 중 상당수가 거치 기간이 올해로 끝나 내년부터는 원리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는 데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져 서민 대출자를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 고정형 대출금리 10%에 육박
= 최근 대출금리 오름세는 공포스러울 정도다.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형 담보대출 금리는 CD금리 상승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한 달여 동안 제자리에 머물던 CD금리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최근 8거래일째 상승세를 계속하며 연 5.95%까지 올라섰다. 2001년 1월 이후 7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8일 현재 외환은행 변동형 금리는 연 7.06~8.34%로 지난주 초에 비해 무려 0.4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은 7.00~8.50%로 0.2%포인트 올렸고 국민은행은 6.61~8.11%로 0.05%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내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6.71~8.01%를 적용하고 우리은행은 6.78~8.08%로 0.08%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7.05~8.35%로 지난주 초에 비해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많이 올랐다"며 "CD는 3개월물 은행채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 대체 상품인데 은행채 금리 급등에 따라 3개월물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CD금리도 따라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마지막 희망이던 '보금자리론'마저 시중금리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로 돌아섰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10일부터 일제히 0.35%포인트 껑충 뛴다. 현재 연 7.25(10년 만기)~7.50%(30년 만기)에서 연 7.60~7.85%로 오르게 된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금리는 한때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7일자 고정형 금리는 지난주 초보다 0.18%포인트 오른 8.45~10.05%로 결정됐지만 8일 내부금리 인하로 8.48~9.48%가 적용된다. 우리은행은 8.64~9.74%로 지난주 초보다 0.21%포인트 올렸고 국민은행은 8.31~9.81%로 0.20%포인트 올렸다. 기업은행은 8.07~9.53%로 0.06%포인트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CJ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상승세는 은행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금리에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며 "결국 대내외적인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환율도 안정돼야 시중 금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자 자구책은
= 향후 금리가 오른다고 판단되면 고정금리를, 금리가 떨어진다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고정금리형을 선택하면 시중금리가 오르더라도 추가 부담이 없고 변동금리형으로 대출을 받으면 시중금리가 떨어질 때 그만큼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개인이 금리 전망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금융 격변기에는 고정금리형이 안정적일 수도 있지만 고정금리형이 변동금리형보다 보통 1.5%포인트 이상 초기 금리가 높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가계에는 주름살이 될 수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PB팀장은 "고정형은 현재 높은 금리를 확정시키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며 "현재 금융시장 혼란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되면 장기적으로 시중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신규 대출자라면 변동형으로 대출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부분 변동금리형 대출자들은 금리가 오를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고정금리형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지만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다. 게다가 고정금리형 중 금리가 가장 싼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은 최근 갈아타기를 전면 금지했다. 오히려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덜 낼 수 있는 혜택을 끌어모으는 게 낫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오름세지만 인터넷 전용 'e-모기지론'은 만기별 금리가 0.1%포인트 낮아 연 7.50~7.75%가 적용된다. 하지만 근저당설정비, 이자할인 수수료를 부담하면 각각 0.1%포인트씩 금리 혜택이 있어 최대 0.2%포인트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상한주택담보대출도 고려할 만하다. 금리상한대출은 CD금리가 오르더라도 사전에 약정된 이자만 내면 되고 금리가 떨어질 때에는 이자 감소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말하자면 금리상한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안전판을 갖춘 대출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수수료 개념인 옵션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초기 금리가 높은 편이라서 가입 여부는 금리 전망을 잘 따져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임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