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제국의 흔적을 찾아45
2007년 1월 20일(토) 열아홉째 날
목이 약간 따갑다. 여전히 날씨는 흐리다. 전망 좋은 숙소지만 보이는 게 많지 않다.
산책도 거르고 늦잠을 자다. 여행이 길어지면 가끔 몸도 나른해진다. 체크아웃하고 벤쎄(버스 터미널)까지 짐을 끌고 갔다. 씨클로나 쎄옴을 타기엔 가깝고, 짐을 끌기엔 약간 먼 그런 거리다.
터미널 건물 안에 들어가서 요금을 확인하다. 냐짱(Nha Trang)까지 가는 요금 두 종류. 65,000 동과 40,000 동이다. 4만 동 창구에서 표를 끊으려고 하니, 차가 없다고 비싼 곳으로 가라고 한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냐짱 행 차를 찾다. 12인승 차에 냐짱이 표시되어 있다. 두 사람 12만동 달라고 한다. 흥정하여 세 사람 15만 동에 탔다.
베트남에서는 차비도 흥정해야 한다. 차에 타니 터미널을 벗어나서 1번 도로변으로 나간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이 차 역시 손님이 가득 차야 떠날 셈이다. 결국 두 번 돌고 한 시간 동안 손님을 모은 다음에 11시 반쯤에 출발하였다.
좁은 차에 스물 두 명이나 태웠다. 게다가 조수는 물론 기사마저 담배를 피워대니, 승객들도 틈만 나면 담배를 태운다. 세오녀는 그때마다 ‘노 스모킹(금연)’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 기사들에 대해선 대책이 묘연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찬이가 아우꼬 호텔 방 키를 가지고 온 바람에 조수에게 키를 갔다 주라고 부탁하였다. 남쪽으로 내겨갈수록 날은 맑아지고 햇볕이 쨍쨍.
운전기사 운전 습관의 패턴을 발견하였다. 손님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무척 빠른 속도로 달리지만, 손님이 내리고 자리가 남은 경우에는 천천히 가면서 또 다른 승객을 찾아 나선다. 일반적으로 안전 운행을 하려면 곧은 길에서는 속력을 내고, 커브 길에 접근하기 전 약간 줄였다가 돌면서 가속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그런 걸 무시하고 손님을 가득 쟁긴 채로 커브를 돈다. 차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런 위험 때문에 로컬 이동 수단인 미니 버스를 타는 것은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상당한 모험을 감수케 한다. 이럴 땐 외국인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픈투어 버스가 그립다.
오후 세 시쯤 냐짱에 도착하였다. 모처럼 파란 하늘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조수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을 물어본다. 따로 터미널에 내려주는 게 아니라 손님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건 마음에 든다. 안푸 여행사 사무실 명함을 보여주었더니 짠꽝과이(Tran Quang Khai) 거리로 데려다준다. 그런 점은 고맙다.
우리가 냐짱으로 다시 온 것은 호이안에서 끊은 오픈투어 버스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여행사에 들어가 내일 호치민으로 가는 버스를 타겠다고 하니 아침 7시 30분까지 오라고 한다.
그래서 여행사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 흥 브엉 거리 남쪽 끄트머리 정광사(正光寺, Chua Chanh Quang)라는 절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방쿵(Bang Khuong)호텔이 있다.
팬룸 402호에 10만 동에 묵기로 했다.
저녁 먹으러 나갔다. 오늘은 사실 한 끼밖에 먹지 못한다. 하늘이 높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무척 상쾌하다. 생선 요리를 시켰지만, 뀌년에서 먹던 것과 비교되게 양이 적다.
피씨방에 들렀다. 베트남에서 연락이 끊어졌던 미황님이 아마 여행을 마친 모양이다. 댓글을 확인하였다. 냐짱에서는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한글도 쓸 수 있지만 요금이 비싸다. 뀌년은 시간당 2,000-2,500 동임에 비해 이곳은 6,000 동. 다시 찬이가 배가 고프다고 하여 10% 할인 표를 돌리는 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시켰다.
손님이 별로 없다.
론리 플래닛에 추천된 업소라고 하지만, 실제로 론리에 나오는 위치와 다르다. 음식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에이마트가 보여서 들어갔다.
역시 사이공 병맥주는 팔지 않는다. 외국 술과 수입맥주는 보인다. 우리 나라 소주가 한 병에 6만 동이다. 한국과 반대로 대체적으로 물가가 일반 가게보다 비싸다. 아마 비싼 전기 요금때문이리라. 뀌년 가게에서 5,000 동하는 1.5 리터 물(뀌년 마트에서는 5,200 동)을 7,000 동이나 받는다. 딸기 요플레도 뀌년 마트에서는 3,200 동->3,500 동, 2,700 동->3,200 동이다. 깨끗하여 외국인들이 많이 오지만 실제로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또한 천 동 이하 거스름은 내주지 않고 필요 없는 사탕 하나로 때운다. 우리는 알뜰히 500 동 동전을 찾아내서 정확하게 받았다. 카운터 여직원은 불만스럽고 불친절하다.
* 여행 기간 : 2007년 1월 2일(금)-2월 2(금) 31박 32일
* 여행 장소 :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태국
* 누구랑 : 연오랑 세오녀 찬이(만 11세) 가족
* 환전
-우리은행 1 바트 26.43원으로
-외환은행 환전 클럽 이용(2007년 1월 2일, 65% 우대. 1달러=933.18)
-훼 신카페 1월 9일. 10$=160,500 동
-호이안 은행 1월 11일 1$=16,045 동
* 연오랑의 다른 여행기는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