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땅이 되게 하려면 방수제 건설 심사숙고 필요하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을 자축하고 선전하기 위한 깃발 축제가 막을 내렸다. 19년만의 방조제 완공을 맞이한 감회가 남다르고, 축하 행사도 필요하겠지만, 지방 선거를 의식한 전시성, 일회성 행사에 불과한 깃발축제에 21억5천만원이나 들인 것은 너무 지나쳤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만금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드나들어야만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반쪽짜리 방조제 완공을 자축만 할 것이 아니라 새만금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한번 꼼꼼히 되짚어 볼 때다.
지난 1월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이 발표되면서 새만금 명품수변도시 조성 계획이 다 확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질도, 예산도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1조3천억원을 들이고도 수질은 제자리걸음이다. 추가적인 수질보전 대책에 3조원이고 4급수 담수호를 유지하는데 20조원이 든단다. 수질을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환경부장관에겐 믿기지 않을 소리겠지만 새만금추진단장이 한말이다. 새만금의 담수화는 이론상으론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기는 사업예산도 마찬가지다. 총 21조원의 예산중 수질개선에 3조원, 용지조성에 13조원, 기반시설 설치비가 4조8천억이다. 초기 새만금 사업예산이 3조원 남짓이었으니 엄청난 사업비 증가인 셈이다. 그나마 향후 내부 도시건설 비용은 빠진 예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발생한 문제가 예산 확보가 가능하냐는 문제다. 새만금위원회 담당자는 예산확보를 자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솔직하게 밝혔다.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새만금 사업이 포함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예산확보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내에서도 바닷물을 드나들게 하는 것이 명품 수변도시 새만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언급조차 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수제 문제를 접근해보자. 군산 상의는 방수제를 쌓지 않을 경우 추가 매립이 필요해 약 4천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증가, 산업단지의 조성원가가 평당 50만원에서 약 64만원으로 28% 정도 상승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산업단지 조성과 분양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제기다. 지난 19년간 장밋빛청사진에 지역발전이라는 기대를 해왔으나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추가 매립 사업비가 분양가에 떠넘겨질 것이라는 대목이다. 방수제 공사비는 산업단지 매립 원가 결정 요소에 포함되지 않고 매립비용만 추가된다는 말인가? 방수제는 총 길이가 125km에 달하고 대형 배수문 15개소, 교량 36개소, 승수로 46km를 포함하고 있다. 공사비만 3조3천억. 28km 외해의 바닷물을 막는 방조제를 막는데 들어간 돈보다 많다. 초창기 새만금 사업 전체 예산과 맞먹는 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은 딱 이 경우다. 방수제 건설비용 3조원과 이후 추가될 유지관리비를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산업단지나 명품도시, 농지조성비에 떠넘겨질 것이다. 새만금 산업단지 인근의 생태환경용지 방수제와 전체 구간 방수제 축조를 따로 떼어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홍수피해 우려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방조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 관리수위 1.5m만 유지하고 제방 높이의 가토제만 쌓더라도 홍수 제어는 가능하다. 서산간척지도 내부 담수호와 농경지와 경계는 2~3m 정도의 흙 제방이다. 농어촌공사는 방조제가 바닷물의 조위차를 줄여 새만금 유역의 내부 침수와 홍수피해를 줄였다고 자랑해왔다.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1조8240억원이 절감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홍수피해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토지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 매립 성토는 불가피하고 토지를 보호하는 제방은 필요하다. 하지만 하폭이 최대 100m, 높이가 14m에 이르고, 상단 폭은 25m이상인 거대한 방수제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거대한 방수제에 새만금 내부가 바둑판처럼 나뉘고, 배수갑문, 교량, 승수로 등 수많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면 명품 수변도시나 친수공간으로 토지이용계획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수제를 쌓을 바에는 새만금 내부를 매립을 해서 지반을 높여, 도시계획과 관광 인프라에 수변을 활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방수제 축조에 들어가는 돈이면 새만금 내부 개발 매립에 필요한 매립토 6억톤의 88%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방수제 축조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가토제 정도로 낮게 쌓아도 상당한 면적의 내부 개발이 가능하다. 땅을 확보하는데 시간과 돈을 쏟기보다는 우선 사업타당성이 높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산업단지조성과 같은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게 해야 한다. 사업비가 늘어난 올해 새만금 예산이 1,700억원. 도로 숭상, 방수제 축조, 다기능부지조성, 관광게이트웨이조성, 산업단지조성 등 돈 들어갈 곳은 여기저기에 널렸다. 개발의 선택과 집중이 경제성도 높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새만금을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공감한다면,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땅이 되게 하기 위해서 방수제 건설은 심사숙고했으면 한다.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은 새만금 비전과 용지구분, 용지별 개발전략 및 개발방향, 투자유치 방안, 사업비와 사업추진 일정 등이 담겨져 있다. 또한 친수활동이 가능한 도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수질개선계획과 청정 새만금을 구현하기 위한 탄소제로 및 생태도시 조성방안 등이 제시됐다. 광활한 면적의 내부용지는 크게 8개 용도로 구분됐다. △산업용지 △관광·레저용지 △국제업무용지 △생태·환경용지 △과학·연구용지 △신재생에너지용지 △농업용지 △도시용지로 구분됐다. 이들 용지는 오는 2020년까지의 1단계와 2020년 이후의 2단계로 나눠 순차 개발된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leekfe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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