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산사나무.
하얗게 피는 장미과 산사나무의 변종으로
서양산사와 모노기니아산사의 교잡종이라 합니다.
해마다 조금씩 더 자라고 꽃도 더욱 밝아지니
별 수 없이 앞서가는 카메라를 따라가얍죠.
코앞으로 쏘아보면 딸깍 촛점이 숨을 멎을 자리는 없어도
홑에 반하는 겹의 매력이 전신적으로 화려하니
아무 데고 대충 앉아보아도 터질 듯 부푸는 풍신이 아름답습니다.
겹꽃잎이 산방화서로다 붙으니 부품부품 숭어리가 져서
조금 머나 조금 가까우나 한 데서 관상하기 딱 맞는 나무라 해야겠군요.
산사나무 열매는 고대로 말려서 소화제가 되죠.
적체를 내리는 효과 기특해요. 특히 육고기 소화의 달인이랄까,
더더욱 심장으로 들어가 어혈을 풀어 혈류순환을 기막히게 하는
심근경색에 급히 쓸 수 있는 시큼한 열매랍니다.
제가 이 터를 닦고 맨 먼저 산 나무가 산사나무였죠.
댓 그루를 아래 집터의 경계 쯤 마당귀에 심었는데 열살이 다 돼가는데도
서너살 묵은 이 홍화산사에 솔찬 모자라는 키로 살아간답니다.
워낙 생땅인지라 그간 고생이 많았겠지유.
저도 인내력이 꽤 좋은 편입니다.
경사진 생땅을 파서 둘레에 거름이라도 시켜주면
좀 나아지려나 하면서도 너무 열매에 눈독 들이지 말자 하고나니
지도 마음이 편한지 줄기며 가시며 잎사귀를 야물게 피우면서
근간 산사나무다운 포스를 슬슬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나무의 우듬지에 지진 단풍빛 손바닥 잎사귀만으로도 뜨겁고
온몸에 가시를 세운 전투적 자세만으로도 견고하여
비록 꽃 없이도, 키가 작아도, 변두리 개땅쇠 비탈에 서서도 떳떳한
저 푸른 하늘의 오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