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제일 중요하고, 또 반드시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바로 ‘건강’이다. 많은 이들이 건강 지키기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건강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키는 것이야말로 몸 건강, 마음 건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또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게 있다. 노년기에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자신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과 자신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가?
2년 전 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오간수교 특설 무대에서 열린 ‘청계천 수상 시니어 패션쇼’에서, 50대부터 80대까지 시니어 모델들이 ‘시니어, 세상과 통하다’라는 주제로 멋진 무대를 보여, 아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80대 시니어 모델들도 여러 명 있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단연코 최고령 모델인 90세의 박양자 여사에게 모아졌다. 모델 박 여사는 얼굴도 고운데다 짙은 초록색 투피스 차림으로, 멋진 위킹과 함께 우아한 자태를 맘껏 과시했다. 이를 지켜본 관람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90세 모델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이것은 박 여사의 현재진행형의 가장 소중한 버킷리스트라는 점에서 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더욱이 우리나라 최고령 모델로 알려진 그가 81세에 시니어모델에 도전했다는 사실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다. 나는 방송에 그를 소개하기 위한 인터뷰를 하면서 모델활동이 곧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3녀 2남의 자녀를 잘 키웠고, 그 자녀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해서, 8녀 2남의 손자들이 있고, 또 그 손자손녀들 중 결혼한 손주들로 인해, 현재 일곱 명의 증손자들이 있다. 81세에 모델활동을 시작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워킹과 바른 자세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젊은 시절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중 것 하나였던 모델의 꿈을 실행으로 옮겨 보자는 것이었다. 10여 년 전 마침 그 무렵 사회적 기업인 뉴시니어라이프가 시니어 모델을 모집했다. 박양자 여사의 경우 초창기부터 꾸준히 활동을 해온, 최고 선배 모델로 1년에 못해도 5회 이상은 무대에 서고 있다.
매주 목요일 그는 뉴시니어라이프에 찾아가, 회원들과 세 시간 동안 워킹과 차밍댄스 연습을 병행한다. 시니어들의 모델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활동 그 자체를 즐기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회원들과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그 자체에 큰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박양자 여사는 말했다.
“밖에 나가보면 70대인데도 허리가 굽어지거나 걸음을 걷는데 불편한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건강은 중장년층 시절부터 신경을 써야 하고, 노년기에는 더욱더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박 여사는 40년 전부터 맷돌체조를 해왔다. 지역에서 매일같이 주민들이 모여 함께 이 체조를 한다. 요즘은 1주일에 네 번 정도는 꼭 참여하는데, 모델활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했을 만큼 꾸준히 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해온 비결이다. 박양자 여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아주 중요한 노년기 인생의 포인트가 있었다. 박 여사는 이런 말을 했다.
“모델활동 모임에서 회원들과 함께 활동할 때, 절대 동생, 누구씨 이런 호칭을 부르지 않고 늘 ‘박 아무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회원들 거의 모두가 아랫사람들이지만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면서 관계를 유지한다. 멋진 패션쇼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교양과 인격을 갖추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회원들도 다 똑같다. 시니어로서 활동을 할 때는 이런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100세 시대인 것은 사실이지만, 90세의 나이에 꼿꼿한 자세로 무대를 걷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중장년층시절부터 꾸준한 운동으로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노력을 게일리 하지 않고 또 당당한 시니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100세에도 무대 위해서 워킹을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2017년에도 어김없이 시니어 모델들의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던 박양자 여사. 그가 무대 위에서 펼쳐 보여준 것은 단지 보여주는 쇼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멋진 도전이자 버킷리스트의 실행이었던 것이다. < ‘살아있는 동안에 한 번은 꼭 해야 할 것들(박창수, 새론북스, 2017)’에서 옮겨 적음. (2019.04.27. 화룡이) >
첫댓글 "힘든 만큼 힘이 는다."
요즘 허리디스크가 도져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는데, 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제게 강하게 해 주신 말입니다. 제 버킷리스트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박양자 여사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버킷리스트의 실천을 위한 부단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저 또한 운동도, 글 쓰는 일도 열심히 해 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용기가 생기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망고 시인님, 저번 날 병원에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환자에게서 성한 사람이 선물을 받고도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었네요.
'정성이 가득 담긴 차 정말 잘 마셨습니다.'
제 처의 내시경 검사 결과도 좋다고 합니다.
하여튼 망고 시인의 버킷리스트 1순위가 글쓰기임은 익히 알고 있는 터, 건강 잘 챙기셔서 부군과 함께 다복함 속에서 소원성취하시길 빕니다.
오늘 아침 망고 시인의 여러 댓글들을 읽으니, 또 새로운 희망이 밝아오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망고님의 벗킷리스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