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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하지 않겠다” 모든 질문에 입 닫은 검사 [고발 사주 법정 중계 21차 공판]
나경희 기자입력 2023. 11. 9. 06:18
증인으로 출석한 임홍석 검사는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 수정관실 검사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과 관련된 의혹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 임홍석 검사. ⓒ그림 못니■ 10월23일 손준성 공직선거법 위반 등 21차 공판
이날 오전 임홍석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사건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하며 이른바 ‘제보자 X’로 불리던 지 아무개씨의 실명이 들어간 판결문을 검색하고 조회한 혐의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9월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되자 수정관실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임홍석 검사는 이날 재판장과 공수처, 변호인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나 신문 과정에서 당시 수정관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은순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옥곤 부장판사(이하 재판장):증언 전에 증언 거부 사유를 확인하겠다. 증인은 피고인(손준성 검사)과 친척 관계이거나, 이 사건과 관련해 처벌받을 만한 일로 연루된 적 있나?
증인(임홍석 검사):수사 과정에서 피고인과 함께 공범으로 입건돼서 공수처 수사를 받았다.
재판장:(이전에 제출했던) 불출석 사유서를 살펴보니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서 공수처 수사가 아직 계류 중인 것 같다.
증인:그런 걸로 알고 있다.
재판장:두 가지 사유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미인가?
증인:그렇다.
재판장:다만 신문 자체는 진행할 계획이다.
공수처:2020년 2월~2022년 2월 대검 수정관실에서 검찰 연구관으로 근무한 사실 있나?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2020년 3월9일·3월16일·4월6일 MBC 〈스트레이트〉는 ‘장모님과 검사 사위’ 1·2·3편을 방송했다. 2020년 3월9일 1편 방송이 나가고 4일 후인 3월13일 피고인은 증인을 포함해 김영일 1담당관, 성상욱 2담당관, 이정훈 연구관에게 ‘가족 관련 스탠스-1’을 쪽지로 보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2020년 3월16일 2편이 방송되고 다음 날인 3월17일 피고인이 증인을 포함해 김영일 1담당관, 성상욱 2담당관, 이정훈 연구관에게 ‘170608 안○○ 사건 최종 정리(이△△ 변호사)’ ‘200316 가족 관련 스탠스 종합 버전(과장, 연구관 의견)/2번째’ 파일을 쪽지로 보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증인은 2020년 3월19일 ‘안○○ 사기’ ‘안○○ 캠코 사기’ ‘잔고증명서 위조’ ‘잔고증명서 위조 무죄’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가 안○○을 고소해서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문 아닌가?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증인은 2021년 3월30일과 4월1일 ‘구□□ 의료법’ ‘주◇◇ 의료법’ ‘주◇◇ 구□□ 의료법’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을 진술한 바 있다. 구□□과 주◇◇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승은의료재단을 함께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부정수급 문제로 처벌받은 이들이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증인은 2020년 4월6일·4월7일·4월24일 ‘백OO 변호사법 위반’ ‘정대택 신용훼손’ ‘정대택 도장’ ‘정대택 재심’ 등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했다. 정대택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동업해서 서울 송파구 소재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익을 나누어 갖기로 했던 사람이고, 백OO은 위 부동산 매입과 관련된 계약서를 작성한 법무사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증인은 2020년 4월7일 ‘주가조작 자본시장법’ ‘주식 특혜 매입’ 등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했다. 증인은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해당 판결문을 검색한 이유에 대해 “김건희씨가 고발당하고 보도에 뜨니까 문제되는 범죄 유형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1차 고발장에 대해 질문하겠다. 2020년 4월3일 증인은 메신저로 오전 8시53분에 성상욱 2담당관, 8시59분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고 9시14분~9시21분 ‘지▽▽(제보자 X)’ ‘지▽▽ 주가’ ‘지▽▽ 주가조작’ 등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했다.
증인:질문에 대해서는 증언하지 않겠다. 다만 메신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공수처:증인은 10시11분~10시16분 지▽▽ 사건번호를 성상욱 2담당관에게 전달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피고인은 10시26분~10시28분 텔레그램으로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인 김웅에게 20페이지가량의 지▽▽의 실명 판결문 세 건 출력물(을 사진 찍은) 파일을 보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2차 고발장에 대해 질문하겠다. 증인은 2차 고발장이 작성된 2020년 4월8일 오전 11시12분 ‘진실과 화해’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했다.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판결문인데, 증인이 당시 근무하던 대검 12☓☓호 수정관실 책장에 비치돼 있던 공직선거법 벌칙 해설 책자 주석에 나와 있는 사례다. (최강욱 당시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2차 고발장의 5면을 보면, 해설서에 기재돼 있는 문장과 거의 유사한 취지의 문장이 있다.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2021년 9월 서울중앙지검은 증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안티포렌식 앱 세 개가 설치돼 있었다. 증인은 텔레그램과 카카오톡도 삭제한 뒤 재설치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공수처:2021년 8월6일 수정관실은 대검 정보통신과에 노후 PC 25대 교체를 요청하고 신형 PC를 지원받았다. 증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서 발견한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증인은 기존 PC의 SSD(저장장치)를 다른 PC에 연결해서 포맷했다. 왜 그랬나?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변호인:대검에서 발간한 공직선거법 해설 책자는 전국 서점에 배포됐다.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변호인:증인은 공수처 조사에서 ‘예전 SSD를 새 PC에 끼우는 과정에서 무조건 포맷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떠서 포맷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애초 증거인멸을 위해 포맷하는 거라면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변호인:증인은 라임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적 있어서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설치한 게 아닌가?
증인:증언하지 않겠다.
재판장:재판부의 질문에도 증언을 거부할 생각인가?
증인:마찬가지 입장이다.
재판장:증인은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그 내용에 따라 법의 처분을 받게 하는 검사다. 검사 신분임을 고려해서라도 가급적 증언을 거부하지 않고 사실을 밝혀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
증인:법정에서 진술한 내용들이 일부 오해를 사거나 잘못된 보도로 이어져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오후에는 당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사를 썼던 기자가 출석했으나 새롭게 밝혀진 내용 없이 30여 분 만에 신문이 끝났다. 다음 공판은 10월30일에 열릴 예정이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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