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兵勢篇 제 4 화
무룻 전쟁에서는 징병으로 맞서며 기병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그러므로 기병으로 승리하는 장수의 전법은 그 변화가 마치 천지와 같이 무궁무진하고 강물의 흐름처럼 끊이지 않는다.
【원문】
凡戰者는 以正合하고 以奇勝이라 故로 善出寄者는 無窮如天地이고 不竭如江河라
【해의】 무룻 싸움이란 먼저 정예군을 출전시켜서 정면 공격을 하고, 그 교전 중에 결함을 발견하여 기도로 상대의 약점을 찌른 후, 그 혼란을 틈타 대대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의 기책⦁기병이란 그때그때의 상활에 따라 무한한 천지나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해설】 뭐니 뭐니 해도 싸움의 기본이 되는 것은 정도이다. 정도가 있은 뒤에 기도이다. 기도는 정도의 병사를 가지고 싸우고, 그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쓰이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흔히들 기습전을 말하고 있으나, 처음부터 기습전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기책이란 임기응변의 상황이므로 그것에 일정한 원칙이나 규범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정세를 따라 수시로 임기응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법의 근본원리와 이념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례} 정공법으로 싸우고 기묘한 계책으로 이긴다.
무릇 전쟁에서는 정병으로 맞서며 기병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송나라 장예는 이 대목에 대하여
“양군이 상대하면 먼저 정면으로 싸운다. 그리고 서서히 기병을 움직이고, 혹은 그 양쪽 날개를 공격하거나 후방을 공격하여 이기는 것이다.”라고 주석을 달고 있다.
그러나 정과 기는 정병과 기병이라고 분류할 만큼 명확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은 끊임없이 기로 변화하고 유동한다. 그러므로 천지와 같이 무궁하고, 강물과 같이 다함이 없다라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란 기이다. 기회를 잡아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작용이다. 상황이 변화하면 기는 곧 정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정나라 장공 원년에 장공은 동생 수단을 경에 봉하였다. 이때 채중이 간하여 말렸으나 장공은 끝내 듣지 않았다.
수단은 경으로 가지 마자 군비를 갖추고 어머니와 함께 장공을 습격하려고 하였다. 212년에 단은 과연 정나라를 공격하고 어머니 무강이 내응하였고, 장공을 공격하여 패주시켰다. 이에 장공은 다시 추적하여 경을 함락시켰으며, 단은 연으로 도망쳤다. 장공이 계속 연도 격파시키자 단은 다시 공으로 도망쳤다. 장공은 어머니 무강을 영 땅으로 옮기고 맹세하였다.
“제가 황천으로 갈 때까지는 뵙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장공은 늘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냈다. 그런데 마침 영곡의 고숙이 진귀한 물건을 현상하였으므로 그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고숙이 말하였다.
“제게는 노모가 있습니다. 주군께서 내리신 이 식사를 어머니께 가져다주기를 허락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장공이 말하였다.
“나도 어머니를 뵙고 싶다. 그러나 황천으로 갈 때까지는 만나 뵙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맹세를 어길 수도 없고,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는가?”
“땅을 파서 황천을 만드시고 그곳에서 보시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장공은 지하도를 파고 그곳에서 어머니 무강과 만났다.
항천이란 지하에 있는 샘으로, 죽으면 누구나 그곳으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황천으로 갈 때까지는 어머니를 뵙지 않겠다고 한 장공의 맹세는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맹세한 말은 어디까지나 황천, 즉 땅 속의 샘이었으므로, 실제로 땅 속에서 샘을 만들면 맹세를 어기지 않고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장공은 스스로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어서 그리운 어머니와 만날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기로서 이긴다는 것이 아닐까, 기란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출처: 손자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