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푸들 - “샘물”
점심 때 난데없이 파리하고 꼬질꼬질하고 등엔 핏자국이 맺혀 있는 개(dog)가 우리 집 마당에 들어와 서성댑니다. 누군가 내다버린 개가 분명합니다. 그러다가 가겠거니 신경 끄고 친구들과 저녁 먹고 밤 9시 쯤 집에 돌아왔는데 요놈의 개가 현관 앞 시멘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달달 떨고 있습니다.
그날따라 날이 매우 차갑고 진눈깨비까지 내리는 터라 밖에다 놔두면 얼어 죽을 것 같아 사과 상자에 헌옷가지를 깔고, 소세지 몇 개를 먹이고는 “상자 속에 들어가 앉아 있어!” 하니 하! 요놈이 말을 알아듣는지 상자 속으로 냉큼 들어가 엎드려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 가니 요놈이 현관 거실이 아니라 화장실 안에다가 똥 오줌을 싸놓았습니다. 똥 오줌을 가리는 것입니다.
개의 등에 난 핏자국이 마음에 걸려 하남 “송승훈 동물병원”에 갔더니 수의사 말이 이 개는 푸들 종이고-나이는 2살 쯤 되었는데-버림받고 돌아다니다가 큰 개한테 물려-살과 가죽이 들떠 속이 짓무르고 곪았다는 겁니다. 상처 부위의 털을 밀어내고-소독약을 들뜬 가죽 사이로 몇 차례 뿌리고-꿰맸습니다. 대수술 이었습니다.
치료비는? 10만원이랍니다. 뭐? 10만원! 너무 놀랐습니다. 그러나 어이 하는가? 치료비를 내고, 藥(약) 받아 들고, 개 사료 한 봉지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이거 참, 큰 일 났습니다. 내다 버릴 수도 없고, 키우자니 귀찮고, 돈이 그렇게 많이 들 줄은 전혀 예상 밖입니다(송승훈 수의사가 서울대학교 수의과 출신이란 팻말을 보고 내가 잘 아는 서울대 수의과 출신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잘 안다고 하며 치료비를 50% 면제하여 주었음).
내 사정을 듣고 누군가 “치료비를 10만원이나 주었다구요! 5만 원만 줘도 이 개보다 훨씬 더 좋은 개를 살 수 있을 텐데요” 합니다. 이치는 그러하나 사정이 사정인 걸 어이하는가! 하릴없이 이놈을 키우는 수밖에 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집사람이 요놈을 깨끗이 목욕 시키고 나니, 그런대로 애완견 티도 나고, 똥 오줌도 가리고, 아주 똑똑하여 말도 잘 알아듣는 겁니다.
이름은 물론 “샘물” 이라고 하였습니다. “샘물아!” 부르면 저를 부르는 줄 압니다. 오늘이 2007년 1월 1일이니까 샘물이를 키운지 딱 보름되었습니다. 꼬질꼬질한 것도 없어졌고, 주눅 들어 내리 깔던 눈매가 또랑또랑한 눈매로 변했습니다. 지금 아주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건강하여 잘 뛰어 놉니다.
문득, 샘물이 모습이 내 모습이다 싶습니다. 큰 죄에 빠져 꼬질꼬질하고, 죄책감으로 주눅 들었던 내가 예수님의 보혈로 죄 사함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자유하고 건강하게 된 내 모습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