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사방거리로 더 유명한 산양리는 접경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화천지역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사방거리. 사방거리는 김화와 금성, 화천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해 사방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러 곳으로 통하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말을 갈아탈 수 있는 산양역이 위치하기도 했다. 6·25전쟁이 끝나고 화천지역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3개(7사단, 15사단, 27사단) 사단이 주둔하게 된다. 이 가운데 7사단과 15사단이 함께 어우러지는 중심지가 바로 사방거리다. 7사단과 15사단에서 군생활 한 장병들에게 사방거리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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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상서면 사방거리.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휴가복귀를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장병들 외에 민간인들의 움직임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
■ 젊은 혈기를 간직한 사방거리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방거리에는 언제나 젊음이 넘쳐 흘렀다. 주말 사방거리 시내에는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장병들로 북적였으며 평일에도 간부들이나 군인가족들로 활기가 넘쳤다. 자녀를 둔 군 간부들도 많이 살았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10분거리에 산양초등학교와 노동초등학교가 있었고 하교시간에는 길거리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장병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휴게음식점과 체육시설, 숙박업소들도 넘쳐났다. 음식점과 다방, 당구장, 여관, 주점 등은 주말만 되면 북새통을 이뤘다. 외박을 나오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 방을 잡을 수 있었고 음식점과 당구장에는 줄을 서 기다리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방거리에는 숙박업소가 15곳, 다방이 17곳이나 들어서 있었다.
사방거리와 함께 군장병들이 많이 몰리던 곳이 상서면 봉오리다. 봉오리 시가지 역시 사방거리와 마찬가지로 음식점과 주점, 다방, 숙박업소들이 즐비했다. 군 간부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고 봉오리 일대는 언제나 활기가 넘쳤다. 90년대 후반까지 봉오리 일원에는 10곳의 숙박업소와 6~7곳의 다방, 7~8곳의 주점들이 성업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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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홍석범 |
■ 접경지 공동화
1990년대 후반부터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군인아파트들이 일제히 들어섰다. 춘천 두미르아파트와 화천읍·사내면에 들어선 데시앙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사방거리와 봉오리 인근에 거주하던 군인가족들이 아파트로 대거 이동하면서 상서면 인구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가족단위 군인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고 상서면 지역에는 독신자들만이 거주하게 됐다.
지난 1985년 화천군 전체 인구는 모두 3만3705명으로 이 가운데 상서면 인구는 7968명이었다. 그러나 1990년 화천군 인구는 2만8876명(상서면 6727명)으로 감소했으며 이후 1995년에는 2만6326명(상서면 5470명), 2000년 2만5236명(상서면 4673명), 2010년 2만4609명(상서면4905명)을 기록, 인구 감소현상이 지속됐다.
인구가 줄어들자 초등학교들이 비상이 걸렸다. 아이를 둔 기혼 군인가족들이 새로 들어선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춘천과 화천읍으로 이주했다. 산양리에 있던 노동초등학교는 결국 학생이 없어 폐교됐고 산양초등학교 역시 학생수가 크게 줄었다. 산양초등학교는 지난 1990년 4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지난 2014년도 졸업생은 단 3명뿐이었다. 봉오초등학교 역시 지난 1986년에는 31명이 졸업했지만 올해 졸업생은 고작 4명에 그쳤다.
인구가 줄면서 지역 상경기도 크게 위축됐다. 특히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영우(54) 산양2리 이장은 “사방거리까지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면회객들이 북적였고 방학이면 친구와 애인을 면회하러 오는 사람들로 경기가 매우 좋았다”며 “15곳이 넘던 숙박업소는 4곳만 남았고 음식점 역시 30%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봉오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김응기(46) 봉오3리 이장은 “과거에는 사단 신교대로 바로 입대했기 때문에 매월 면회객만 2만5000명이 봉오리를 찾아왔고 군인가족들도 많이 살아 경기가 좋았다”며 “그러나 군인가족들이 춘천과 화천읍으로 이주했고 102보충대 입소 등으로 상경기가 위축돼 지금은 2~3곳의 식당이 남아있을 뿐이다”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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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85년 산양리 인구는 7968명으로 2개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1곳이 폐교됐다. 당시 군 간부들이 거주하는 군인관사에는 기혼간부들이 주로 살았으며 아이들도 많았다. |
■ 지역주민 “정부 나서라”
지난 13일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 활동량이 많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사방거리는 고요했다.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를 앞둔 몇몇 군장병들과 업무상 외출을 나온 장병들만 보일 뿐 민간인들은 거의 찾아볼수 없었다. 학교가 끝난 시간이었지만 책가방을 메고 돌아가는 학생들도 없었다.
사방거리에서 35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1)씨는 “과거 도로여건이 좋지 않았을때는 위수지역이 상서면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주말장사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춘천이나 화천읍으로 모두 나가기 때문에 겨우 유지만 하는 실정”이라며 “대부분의 건물이 노후돼 재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런 환경에서 재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고 그러다보니 손님은 더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양리 지역에만 2곳의 군인회관과 1곳의 군인마트가 있는데 군인 복지가 확대될수록 민간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안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산양2리 이장은 “화천군에서 사방거리 경기활성화를 위해 축제를 지원하고 평화생태마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도나 중앙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접경지역의 공동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구유입효과가 있는 간접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천/조형연 sunjo@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