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버린 새벽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생뚱맞게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건 인터넷 메인 뉴스를 도배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 때문만은 아닌 거지
김혜수와 나 사이의 공통분모라곤
김혜수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신혼 초 살던 강남 언덕배기 모 아파트의
주민들이었다는 것
같은 사십대라는 것 그리고
누구누구처럼 이대 나온 여자
가 아니라는 것 정도지만
김혜수도 오늘 밤은 유해진과 기자회견
사이에서 고뇌하며 나처럼 새벽녘까지
뒤척이는 존재인 거지 그래도 이 새벽에
내가 주제 높게 나보다 몇 배는 예쁘고
돈도 많은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속내를 굳이 밝히자면
잠 못이루는 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도
남아도는데 몽롱한 머리로 아무리
풀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우리 집
재정 상태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느니
타자의 행복이라도 빌어주는 편이
맘 편하게 다시 잠드는 방법이란 걸
그래야 가난한 식구들 아침상이라도
차려줄 수 있다는 걸 햇수 묵어
유해진 타짜인 내가 감 잡은 거지
오늘 새벽은 김혜수지만 내일은 김혜자
내일모레는 김혜순이 될 수도 있는
아 쟁쟁한 타자들은 알량한 패만
들고 있는 나와는 외사돈의 팔촌도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이 촌수만큼이나 아득한 길을
돌고 돌아 어느 세월에 내게도 연결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 나는 이 꼭두새벽에
생판 모르는 타자의 행복을 응원하는
속없는 푼수 행세를 하며 정화수 떠놓고
새벽기도 하는심정으로 나의 숙면과
세 식구의 행복을 간절히 빌고 비는
사십 년 묵은 노력한 타짜인 거지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 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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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김혜수의 행복을 비는 타자의 새벽 / 성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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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5 10:0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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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너무 제미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