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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평론가 데이비드 오어의 ‘가지 않은 길: 모두가 사랑하고 거의 모두가 오해하는 시에서 미국 찾기’(2015) 표지.]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가지 않은 길’은, 시인의 고국인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애송되는 시다. 재미있는 건, 그만큼 많이 잘못 해석되는 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015년 이 시의 100주년을 맞아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데이비드 오어(David Orr)가 ‘가지 않은 길: 모두가 사랑하고 거의 모두가 오해하는 시에서 미국 찾기’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가지 않은 길’은 일상생활에서 취한 상징을 쉬운 언어로 노래하는 프로스트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시다. 그런데 어떻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해석한다는 것일까? 먼저 시 전문을 보자. 필자가 직접 국문 번역한 것과 영어 원문을 함께 소개한다.
◇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작
노란 숲 속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오랫동안 서있었다,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구부러지는 데까지
눈 닿는 데까지 멀리 굽어보면서;
그리고 다른 한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좋은 이유가 있는 길을,
풀이 우거지고 별로 닳지 않았기에;
그 점을 말하자면, 발자취로 닳은 건
두 길이 사실 비슷했지만,
그리고 그 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혀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묻혀있었다.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길은 계속 길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과연 여기 돌아올지 의심하면서도.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바로 이 마지막 연에만 사람들이 주목하면서 오해가 발생한다고 오어를 비롯한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라는, 자기계발서나 CEO 자서전에 단골로 나오는 교훈을 이야기하는 시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중간부분, 특히 제2연의 번역이 틀리는 경우가 많아 그 오해가 더 굳어지곤 한다.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마지막 부분 못지않게 중간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제2연과 제3연에서 화자(話者)는 그가 택한 길이나 가지 않은 길이나 "똑같이 아름답고" "발자취로 닳은 건 두 길이 사실 비슷"했으며, “그 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혀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묻혀있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화자는 마지막에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평론가들은 그가 "한숨 쉬며" 그 말을 하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한다. 그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미련이 남은 상태에서 자신이 택한 길이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이었다고 기억을 윤색해서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불어넣고 그것으로 위안 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확신이 없기에 “한숨 쉬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의 이야기일까. 그렇지도 않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 길은 똑같이 매혹적으로 보였고, 한 길을 택해서 거의 끝까지 걸은 "먼 먼 훗날"에도 가지 않은 길이 더 좋았는지는 미지로 남을 뿐이다. 더구나 화자가 말하는 시점은 아직 그 "먼 먼 훗날"이 아니라, 막 갈림길 중 한 길로 접어든 순간이다. 그는 "먼 먼 훗날" 자신이 한숨을 쉬게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어느 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그게 우리의 삶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1941년의 모습.]
이 시의 제목인 ‘가지 않은 길’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며, 이 시는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는 길에 미련이 생기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스트(사진2) 자신의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영문학자 윌리엄 프리차드(William H. Pritchard)가 쓴 프로스트 전기(1984)에 따르면, 프로스트는 이 시가 자신의 친구이며 또한 시인인 에드워드 토머스(Edward Thomas)로부터 영감 받은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들은 종종 함께 걸었는데, 토머스는 어느 길로 가든지 꼭 다 걷고 나면 다른 길로 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버릇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 ‘가지 않은 길’은 사실 프로스트 자신의 말대로 습관적으로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농담”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광고에서 감동적인 음악이 흐르며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시의 진실을 알고 나면 맥이 빠지거나 심지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자 교도소의 생활을 코믹하게 그려낸 인기 미국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의 2013년 에피소드에서 엘리트 계층 출신 주인공이 동료 죄수들에게 이 시의 진짜 의미를 설명했다가 죽여 버리겠다는 소리만 듣는다.
그러나 이 시의 진정한 의미는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광고 문구나 CEO 자서전 스타일 교훈보다 더 깊고 은은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단지 가지 않았기에, 내가 밟지 않은 낙엽이 소복이 쌓인 채 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름답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숙명적인 동경과 아쉬움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덧붙여, 그러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에 너무 빠지지 말고, 그저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가라는 뜻도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화가 조지 이네스(1825~1894)의 그림 ‘몬트클레어, 11월’]
프로스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이 시인보다 반세기 앞선 미국 풍경화가 조지 이네스(George Inness)의 그림 ‘몬트클레어, 11월’이 떠오른다. 프랑스 바르비종파(Ecole de Barbizon)의 영향을 받아 형태와 색조 변화가 부드럽고 미묘한 그림이다. 온통 노란 숲 속에 한 나그네가 소복한 낙엽을 밟고 서있다. 그는 지금 프로스트의 시처럼 숲 속의 두 갈래 길을 “눈 닿는 데까지 멀리 굽어보고” 있는 게 아닐까 -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망설이면서.
우리의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그 미지로 인한 신비와 아쉬움을 황홀한 안개처럼 두르고 저 멀리에 있을 것이다.
FoREST, 이윤석, 2021, 스테인레스 스틸, 서울대공원, Forest(숲)의 의미와 ‘For-Rest’(안식), 사계절 등 ‘생명이 자연 속에서 영원히 편안함을 누린다‘는 의미
가수 임영웅 팬클럽 후원 '영웅시대 withHero' Hero 가든,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안내 조형물
서울대공원 호수 반영
서울대공원 아름다운 숲길의 빛
✺ 산딸나무(학명: Cornus kousa F. Buerger ex Miquel. 꽃말: 천진난만한 여인, 희생, 견고). 장미(Rose, 薔薇, 학명: Rosa hybrida Hortorum. 꽃말은 '애정,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 등, 꽃말은 꽃의 색깔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다. 빨간 장미: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 절정', 하얀 장미: '존경, 빛의 꽃, 순결, 순진, 매력', 분홍 장미: '맹세, 단순, 행복한 사랑', 노란 장미: '질투, 완벽한 성취, 사랑의 감소', 파란 장미: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 빨간 장미 봉오리: '순수한 사랑, 사라의 고백', 하얀 장미 봉오리: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들장미: '고독, 소박한 아름다움', 결혼식의 장미: '행복한 사람' 등이다.)
중국의 속언(俗言)에 따르면 이 세상의 모든 꽃이나 식물에는 한 종류마다 꽃의 정(精)이 정해져 있고 저마다의 꽃의 정이 각자가 맡고 있는 꽃의 생명이나 성장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꽃이 정을 중국 사람들은 화신(花神) 또는 화선이라 부르고 있다.
장미의 여신은 여연이다. 그녀는 유명한 한무제(漢武帝 劉徹)의 총애를 받은 후궁으로서 얼굴 모습은 너무도 우아하고 살결은 옥을 능가할 정도로 매끄럽고 신체는 제비처럼 가벼우며 내쉬는 숨결은 마치 난초와 같이 향기롭다고 읊어질 정도의 절세의 미녀였다고 한다.
여연이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 우아하고 아리따운 모습에 감복하여 정원에 피어 있던 꽃이 모두 스스로 져버렸다고 한다. 그녀는 무제와 함께 궁중의 화원을 거닐고 있던 어느날 마치 아름다운 여인이 얼굴에 가득히 웃음을 띈 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의 모습에 감탄한 무제가 "이 꽃은 그대가 웃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구나"하고 놀려주자 여연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상냥하게 미소지으면서 "꽃은 금전으로 살 수 있지만 인간의 웃음을(비록 천자라고 할지라도) 살 수가 있습니까?" 하면서 되받아 넘겼다. 이에 황제가 "살 수 있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황제에게 황금 백 냥을 보내면서 "그러면 이것을 바칠 터이니 종일 웃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혹은 여연이 나의 웃음을 사달라고 졸라서 황금 백 냥을 무제에게 하루의 즐거움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장미꽃은 매소화(買笑花)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또 돈으로 여성과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고사가 여연을 장미의 정(精)으로 만들 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중앙일보 2016년 01월 03일 Opinion(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감사합니다 ~
멋지네요 ~
글과 사진들..
태연아 가수
숭례문 춘향이
https://youtu.be/9mA7RuU4dKw
PLAY
자전거 탄 풍경
'너에게 난 나에게 넌'
https://m.youtube.com/watch?v=5ysdHjaeGGU
고봉산 정현욱 님
프로스트의 시 '가지않은 길'
인간이 살면서 만나는 岐路에서 한가지 선택만 할수밖에 없는 경험을 실제 낯선 길에 비유해 쓴 시인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