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근무중...
새벽에 전화벨이 울리면
우리부부는 "비상이다!"라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벌떡 일어난다. 남편이 경찰서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3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의 불규칙한 식사시간에 맞추려면
재빠르게 상을 차려야 하기에
늘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가끔은 내가 군대 취사병인지 주부인지 헷갈릴정도다.
"무슨 국 끓일까?" 하고 물으면 "아무거나",
"먹고싶은 거 없어?" 하면 "없어"가 다인 남편은
주는대로 먹는 마당쇠와 같은 남자다.
청국장,동치미,멸치 몇마리면 진수성찬인줄 안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자기 나 사랑해?"하고 묻자
"그럼 당신 나에게 시잡와 고생이 많지?"
하는 장면을 보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 사랑해?" 그러자 무뚝뚝한 남편은
"날궂이 하나? 일찍 자"하는게 아닌가.
그래도 나는 남편이 좋다.
가끔 옷 갈아입을때 남편 몸에 나있는 상처나
멍 자국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애써 모른척 한다.
물어도 절대 대답을 안해주기 때문이다.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과 상대하다
단추들이 죄다 뜯어져 어느때는
옷핀으로 고정해주기도 한다.
신혼때는 몰랐다.
왜 날마다 단추가 떨어져 들어 오는지...
남자가 칠칠맞지 못해 그런가 싶었던 나는
참 바보같은 마누라다.
얼마 전엔 세월 가는게 서글퍼
"젊은 시절이 빨리 가는게 싫다"했더니
남편은 복잡한 세상, 그냥 빨리 늙어서
우리둘이 온천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고생하는 남편의 마음을 몰래 엿 본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청국장 보글보글 끓여놓고 기다려야겠다.
2005년5월27일 아침 두꺼비
출처/좋은생각
음악/I Owe You / Carry & 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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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캬! 쇠주 한잔 생각이~~~~~~~~~.
님의 마음 이해 갑니다..저도 한때는 님과 같은 마음이었답니다...오늘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항상 마음이 뭉클해 지는 글로 함께해 주시는 두꺼비님 감사드립니다...아름다운 마음 함께 나누기 위해 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