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예수님께서는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15
그때에 1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는데,
2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3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앉으셨다.
4 마침 유다인들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였다.
5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다.
6 이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이미 잘 알고 계셨다.
7 필립보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8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9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 그러자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곳에는 풀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쯤 되었다.
11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12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13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14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복음묵상
2열왕기 4,42-44
에페소 4,1-6
요한 6,1-15
죽었다 깨어나도 용서 못할 사람을 용서하는 기적, 바로 오늘 우리가 행할 기적입니다!
엘리야 예언자의 제자이자 후계자인 엘리사 예언자는 기적의 예언자로 유명했습니다.
구약 성경에 기록된 기적들만 14번인데, 기록되지 않은 기적들도 숱하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가 행한 기적들은 예수님께서 행한 기적들과 자주 겹칩니다.
요르단 강물 위를 걸어서 건넌 기적, 죽은 여인의 아들을 살린 기적, 나병환자를 치유한 기적,
그리고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보리 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 한 자루로 백 명이나 되는 사람을 배불리 먹인 기적 등입니다.
기적하면 빼놓은 수 없는 인물이 바오로 사도입니다.
그는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낙마하고 눈이 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삶이 180도 바뀌게 되는데, 이는 기적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회개한 그에게 엄청난 능력을 선물하십니다.
그의 살갗에 닿았던 수건이나 앞치마를 병자들이 터치만 해도 질병이 사라지고 악령들이 물러갔습니다.
삼층 창문에 걸터앉아 있다가 추락사한 청년 에우티코스를 소생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더 큰 기적을 행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기적입니다.
그는 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힘차게 주님 사랑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암담한 상황에서도 기쁘고 환한 얼굴로 초대교회 신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이것보다 더 큰 기적이 다시 또 있을까 싶습니다.
“형제 여러분,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소서 4장 1~3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그분께서 기적을 행하시기 직전 안드레아 사도는 무척이나 회의적이었고 지극히 인간적이었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요한복음 6장 9절)
안드레아 사도는 아직도 예수님의 신원, 그분이 지니신 권능에 대한 신앙이나 확신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아직도 예수님을 예언자 중에 한 분이나 탁월한 랍비 중에 한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체 전체, 세상 만물의 주인이 예수님이란 진리를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실 기적은 예수님 시대와 사도 시대 기적으로 충분하고 흘러넘칩니다.
이제 기적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더 이상 죽었던 사람이 되 살아나고 죽어가던 사람이 순식간에 정상화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또 다른 기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적은 또 다른 누군가가 행할 기적이 아니라, 오늘날 예수님의 또 다른 제자들이자 사도들인 우리 각자가 행할 기적입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용서 못할 사람을 용서하는 기적, 바로 오늘 우리가 행할 기적입니다.
회복 불가능한 중병에 걸려 하루하루 삶과 죽음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면서도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기적, 바로 오늘 우리가 행할 기적입니다. 내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억울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초 긍정 마인드로 살아가는 기적, 바로 오늘 우리가 행할 기적입니다.
오늘 교회는 어르신들과 조부모님들을 각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간 소홀했던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영육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노인에 대한 배려나 존경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시대를 한탄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럴수록 더 큰 그릇, 더 큰 거목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기댈 생각 아예 접고, 더 당당하고 더 힘차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노년의 삶도 멋지고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세상과 이웃들 앞에 보여줘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의 복음 묵상글을 옮겨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