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싱가폴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사람입니다. 이곳에서도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 동료 교수들이나 아는 외국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고 우리나라 경기가 있을 때면 여기에 있는 한국 교수들끼리 모여서 함께 보며 우리 젊은 선수들의 경이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싱가폴 언론도 그 동안 한국팀이 거둔 성과를 아시아의 성공으로 대서특필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스페인과의 8강전을 치른 뒤 이곳의 논조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Straits Times는 월요일자 신문에 "Blowing the Whistle on the Ref"라는 제목의 1면 사이드 톱 기사에 따라 붙는 스포츠면 톱기사로 심판 판정 문제를 다루었는데 글 내용에서는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한 흔적이 있지만 "What Singaporean Fans Say"라는 별도 박스기사를 통해 한국이 "Undeserved penalties"와 "A lot of extra help"를 받은 것으로 지면을 처리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진 이태리나 스페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왜 싱가폴 분위기마저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에 영국 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도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태리전 때에는 이태리 언론이나 감독의 수준 이하 행동을 탓하던 영국 언론도 논조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첨부하는 espnsoccernet.com의 "Fair play, please"라는 글은 그 중 가장 경악스러운 것입니다.
정 회장님께 제가 이렇게 다급하게 글을 드리는 것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가는 우리나라가 오늘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이기든 지든 간에 월드컵이 끝나면 전세계 언론이 "오심과 의혹으로 가득찬 월드컵"이라 도배하고 그것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 걱정되어서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선수들과 축구협회가 땀과 정열을 쏟아부어 이룩한 기적에는 크나큰 손상이 생기고 역사적인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의 성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과의 경기 직후에 한 스페인 언론이 "Daylight robbery"라고 표현했다는데 저는 지금 한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이 전세계 언론에 의해 daylight robbery를 당하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저는 현재 사태를 되돌리기 위해 무엇보다도 대한축구협회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이 끝나고 세계 언론에 월드컵 평가가 나간 뒤에는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잘못된 평가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세계 언론의 보도에 의해 국제 여론이 이미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계 언론들은 영미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자신들의 잣대로 차분히 분석하기보다는 덩달아 (어떤 경우에는 더 심하게)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회장님께 이 편지를 드리는 것은 회장님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 한국축구의 명예를 지켜야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회장님 본인이 '의혹'의 초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첨부하는 espnsoccernet.com의 기사에서 드러나듯 심판매수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정 회장님의 정치적 야심과 '석연찮은' 판정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독일과 미국전에서의 명백한 오심에 대해서는 심판의 잘못을 탓하지만 매수 의혹은 제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전에서 내려진 심판의 정당한 판정에 대해서는 오심 수준을 넘어 의혹까지 너무나 쉽게 제기되는 것은 정 회장님의 의도야 어떻든 정 회장님이 현대가문 출신이고 정치적 야심이 있다는 사실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정 회장님 본인도 억울한 면이 분명히 있겠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 회장님이 빨리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번째로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심판매수 의혹'을 거론한 언론들에 대해 국제소송을 당장(아무리 늦어도 월드컵이 끝나기 전에) 제기하는 것입니다. 변호사 선임 절차 등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몇 가지 명백한 증거물(스페인의 첫번째 골이 심판에 의해 무효됐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스페인 선수가 김태영 선수의 목을 뒤에서 짓누르는 사진 등)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에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오심이라고 주장하는 언론들을 상대로 한국전을 맡았던 심판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FIFA는 두 발로 달려드는 태클이나 시뮬레이션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핀투에게 퇴장을 명령한 주심이나(이 경우는 프랑스의 앙리가 훨씬 경미한 두발 태클을 했는데도 퇴장당했던 것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나우딩유는 영국과의 경기에서 한 발로 달려들었는데도 퇴장당했습니다) 이태리와의 경기에서 토티에게 시뮬레이션 판정을 내린 주심은 FIFA에서 요구하는 것을 성실히 수행했는데도 한국전 주심을 맡았다는 이유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고 조기귀국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약소국에서 온 심판들이기 때문에 국제언론에 항의할 수도 없고 자신들의 힘으로 명예를 되찾기도 힘든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책임이기도 하고 또 이를 통해 한국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송제기를 통해 명예를 지키는 것은 싱가폴의 리콴유 선임장관이 즐겨 사용하던 방법입니다. 불충분한 증거나 선입견에 입각해서 싱가폴이나 리콴유 개인을 비판하는 외국 언론에 대해 리콴유는 항상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대부분의 소송에서 승리해 정정보도는 물론 배상까지 받아냈습니다. 싱가폴에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어도 싱가폴이 해외에 긍정적으로 많이 소개되는 이면에는 싱가폴의 강력한 언론 대응이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는 애매한 판정에 대해 사후적으로나마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게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과학기술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바는 없으나 이태리 전의 오프사이드 판정이나 스페인전 연장전에 공이 터치라인을 넘어갔는가 여부 등은 카메라 각도 등을 역산해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사이드 논란의 경우 사각에서 촬영한 카메라 화면으로는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직각에서 쳐다본 선심의 입장에서는 오프사이드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TV화면에 나타난 장면이 카메라 위치, 각도 등을 역산해서 직각으로 봤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바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축구협회 혹은 FIFA 명의로 전세계에 연구 공모를 한다면 혹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연구결과가 나온다면 그것 자체로도 세계 축구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되고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대한축구협회나 FIFA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로 대한축구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오심논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딴지일보에서 시작한 것처럼 관련 자료를 갖춰 놓은 뒤 국내외 축구팬들이 다운로드해서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 외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범국민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합니다. 외국 언론들의 편파보도에 억울한 생각을 갖고 있는 해외 거주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의 명예와 이익이 결정적으로 걸려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돈을 들여 월드컵을 개최하고 우리 나라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그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판정 시비로 물거품이 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저는 정 회장님이 이번 문제에 대해 강력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도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실이 될 것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02/06/25 오전 12:02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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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번 판정시비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외교적 입장을 한번 명확하게 보였으면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이긴건데 굳이 나설 필요 있느냐는 주장도 있지만(확실히 그 편이 속편하긴 합니다만)
우리 선수들과 온국민이 피땀흘려 얻어낸 승리가 다른 나라 놈들 시기어린 질투와 억측으로 더럽혀지는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뭐래도 우리는 안다'는 식으로 귀 걸어닫고 눈감은채 입닫고있는건 하등 도움이 안됩니다. 다른 나라 놈들은 한번 찔러보려고 헛소문 퍼트렸다가 우리가 잠잠히 있으면 그게 진짠줄 알고 더 떠들어댑니다.
제가 아는 사람 회사가 중국계랑도 가끔 닿는데,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정부가 입다물고 있으니까 피파와 정몽준 뒷거래 설을 기정사실로 믿고있다더군요.심지어 양식있는 사람들 까지 연일 언론에서 부풀리고 과장한 광고를 계속 쏟아내니 진짜로 믿고 있댑니다.
중국, 대만, 이태리, 스페인, 그리고 유럽 언론에선 우리가 이미 정치적 뒷거래를 했다고 기정사실로 해놓고 마음껏 우리의 승리를 찧고 까불고 있습니다. 정몽준의 대선출마설을 강력하게 근거로 제시하면서, 대선을 이용하려는 한국의 정치적계략 어쩌구저쩌구...
문제는 그 현상이 유럽으로, 그리고 중국을 위시한 중화권 지역과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독일에 진 것에 대해서도 마음껏 짜맞추며 비웃고있다더군요. 이번엔 심판이 너무 공정해서 한국이 졌다는둥, 뒷거래가 발각나려니까 피파에서 몸을 사려서 결국 한국이 졌다는둥)
페루자 구단주 수준의 유치한 헛소리에 일일히 다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가만히 입다물고 있으니 우리를 우습게 보고 마구 찧고 까불고,
확인된 것도없는 일들을 꾸며대고 왜곡하고 부풀려서 떠들어대는 타국언론과 TV,신문들, 정부엔
외교적 차원의 엄중하고 따끔한 일침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축구연맹도 화를 내고 하다못해 옆동네 일본언론들까지 나서주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정부와 한국 축구연맹은 입 꿰메고 팔짱만 끼고있으니 답답해 죽겠습니다.
체면차리고 눈치보다가 웃기지도않는 누명만
잔뜩 뒤집어쓰고 끝나겠군요.
뭐가 대한민국입니까. 지금 그놈들은 대한민국의 大자에 점찍어 개 犬자를 만들고
犬韓民國 이라고 공공연히 떠들어대고 있는데. 개잡아먹는 견한민국이라고.
(물론 이것도 페루자수준의 유치찬란한 소리지만..제일 화가났던 일이라)
하여간, 어떤 식으로든 정부든 한국축구연맹이든에서
대외적으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쓸데없는 음모론 떠들어대는 국가들에게
엄중히 경고를 줘야합니다. 그리곤 그다음부턴 일축을 하던 무시를 하던 합시다.
분명 우리는 당당했지만, 때론 남에게 그걸 확인시킬 필요도 있는겁니다.
싸울땐 싸울 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정몽준이든 누구든, 무슨 대표니 위원장이니 하는 양반들!
중요할 때 좀 나서서 확실하게 매듭좀 지어보셔
골결정력은 선수들에게 뿐만아니라 당신들에게도 필요한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