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듣는 속설이나 속담 중에는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짧게는 몇 십년, 길게는 수 세기에 걸쳐 전해지는 이러한 속담과 속설은 대중의 시각에서도 이치에 맞고 실증적인 면도 있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속설 중 하나가 ‘야한 생각을 하면 머리가 빨리 자란다’ 이다. 이 속설은 ’대머리 남성이 정력이 강하다‘ 또는 ’대머리 남성이 여자를 밝힌다‘ 는 등과 연결되며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게 되었다.
동양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발‘은 성적(性的) 의미를 상징했다. 관상학에서 모발은 양기(陽氣)를 담고 있는 머리를 덮고 있는 ’음기(陰氣)‘로 설명했고, 그에 반해 몸에 나타나는 ’털, 수염‘은 대표적인 양기(陽氣)의 상징물이었다.
모발 특히 여성의 풍성하고 검은 머리숱은 특유의 체취를 동반하며 섹시함과 생명력을 표현한다.
서양의 심리학에서도 ’모발 (특히 여성의)‘ 은 성욕(性慾)의 주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프로이트학파의 ’꿈 해석‘을 살펴보면, 여성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남성에게 성욕을 느끼고 이에 무의식에서 저항을 하면 꿈에서 ’머리를 감는‘ 형태로 형상화 된다고 설명한다.
무슬림 문화권에서 희잡,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는 것도 여성의 신체가 노출, 특히 모발이 다른 남성에게 보이는 것을 막는 장치가 되고 있고, 우리의 역사에서도 ’장옷‘이나 ’쓰게치마‘를 쓰며 양반 집안의 아녀자의 얼굴(모발)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여기까지보면 ’야한 생각‘이 모발을 빨리 자라게 한다는 ’속설‘의 개연성이 일정 정도는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청소년기 머리숱이 부족해 고민을 하는 여성(또는 남성)이 매일 야한 동영상이나 잡지를 본다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머리카락이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야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는 것이 아닌데다가, 설사 분비량이 늘었다 하더라도 성호르몬 종류에 따라 머리카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안드로겐이 활발히 분비되면 오히려 머리카락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수리나 앞머리의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쉽게 빠지는 반면 성기 주위 털, 겨드랑이 털, 턱수염, 콧수염이 빨리 자라게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 실제로 여성이 임신하거나 피임약을 복용해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지면 모낭이 늘어나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 그러나 야한 생각이 에스트로겐 분비를 반드시 촉진하는 것도 아니고, 혹여 영향을 끼쳤더라도 그 비중은 크지 않다.
[관명 관상학 연구원 / 010 3764 43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