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1월 7일) 고구려 고분벽화 1강을 강의한 후, 내일(1월 14일) 고구려 고분벽화 2강을 준비하면서
일본의 고분벽화, 특히 장식고분에 대해 정리하다가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고구려 고분벽화가 일본 장식고분의 일정부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가 일본의 고분벽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 나라현 아스카에 위치한 다카마쓰쓰가(高松塚) 고분에는 고구려 여인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색동치마 그림과 사신도가 있고, 기토라 (キトラ) 고분벽화에는 사신도와, 천문도가 그려져 있어, 고구려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임을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다카마쓰쓰가 고분은 7세기 후반, 기토라고분은 7세기 말에서 8세기 초 고분이다.
그래서 고구려가 멸망한 후, 일본에 고분벽화가 전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고분벽화가 이것 외에도 상당히 많다. 장식고분이라 일컫어지는 무덤 안에 그림을 그린 그림이
약 700기 (2002년 현재 660기, 계속해서 발견되면서 늘어나는 추세)나 되며, 그 가운데 60%가 규슈 지방에 위치하고
있고, 특히 구마모토현이 그 중심지다. 장식고분은 4세기 중엽에서 7세기까지 약 300년에 걸쳐 발전했다.
그런데 일본의 장식고분에 대해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식고분에 알 수 없는 기하무늬 등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우리와 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오해한 측면이 많다.
논문을 검색해보았더니, 한국에서 나온 논문이 단 한편도 검색이 되지 않았다. (헉!. 진짜!. 내가 놀랐다. 검색어를 잘못입력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인은 논문을 보니, 장식고분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일정부분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있다.
특히 후쿠오카현 게이센마치에 위치한 오즈카고분은 외형은 전방후원분이지만, 횡혈식석실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고분에는 연속삼각문, 고사리손문양, 방패, 화살통 문양과 함께, 사람이 탄 말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말은 잘 그렸지만,
사람이 너무 작게 그려져 있어, 고구려 벽화고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사실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이 고분에는 193개 황색 구슬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남두육성이 그려져 있고,
천정의 그리진 문양들은 마치 고구려 진파리 4호분 처럼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자리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일본 논문에서는 고구려 천문도 영향을 적어도 150년 이상 앞당겨야 한다고 썼다.
일본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고구려 천문 연구의 대표주자인 김일권 교수의 연구 성과도 언급했다.
그래서 나는 오랜 친분이 있는 김일권 교수에게 일본 장식고분과 고구려 천문도 관련 문제를 이야기했다.
김일권 교수는 일본 장식고분연구에 대해 잘 몰랐다며, 앞으로 공부할 것이 많다면서 나의 제보를 아주 기뻐해 주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장식고분에 대한 연구가 너무나 미진하고, 우리와 무관한 것처럼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장식고분은 우리와 달리 잘 보존된 탓에, 그 숫자도 엄청나다.
앞으로 우리나라 고분벽화 연구를 위해, 또 한국고대사 연구를 위해서라도, 일본 장식고분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 글을 읽은 회원님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 오즈카 고분의 천문도, 남두육성, 실내 벽화



첫댓글 일본의 장식고분에서 고구려 양식의 영향을 받은 고분이 몇개인지 궁금해요 일본의 장식 고분에서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고분 하고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일본 고유의 고분중 이 두개를 비교해 봤을때 어떤 것이 우위에 있는지 궁금해요
위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일본 장식고분한 것이 거의 없어서, 이제부터 연구해봐야겠지요. 어떤 것이 우위라는 것을 생각하기 보다, 문화 교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https://youtu.be/uDOiNlkZ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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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관련해서 "4~5세기 동북아시아 고구려계 벽화고분의 이해"라는 책이 있습니다.
과거에 흥미로워서 샀던 책인데 어쩌다 보니 조금 읽다 말았었네요.
네 맞습니다. 위의 천문도 사진은 이 책에서 스캔한 것입니다.
오즈카 고분의 회화 사진들에서 삼각형 무늬 회화사진을 보면 현대의 격자무늬와 너무 많이 흡사하여 후대인의 변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될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일본은 유물 조작이 횡행하는 국가라 오즈카 고분의 격자무늬형 회화 믿을만한가요 지나치게 현대의 격자무늬 화풍과 너무 많이 흡사할 정도로 말이에요
오즈카 고분은 1934년에 발견된 고분입니다. 당시로서는 이렇게 현대적 격자무늬를 생각할 시대가 아니니까, 그런 의심은 접어두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삼각문이라고 부르는데, 이 고분에 가장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조작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본 장식고분의 횡혈식 석실 양식과 별자리는 고구려의 영향이 짙게 나타난 단서들이고 6세기 다케하라 고분에서는 기마인이 바다를 건너오는 장면을 묘사해서 그렸는데 화풍이 고구려의 것과 흡사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