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지킴이들이 이번 봄 수련회 일환으로
누 정 원(樓亭園) 문화의 본향인 담양 일원을 답사할 기회가 열였다 하니
기쁜 마음 그지없었습니다.
담양 일대의 그 많고 유서깊은 누정원에 관한 이야기는
깊은 연구가 있은 전문가로부터 현장에서 듣기로 하고 ,
저는 언필층 나뭇꾼으로 팔도강산은 아니지만 남한땅 면면골골촌촌 ,
나무찾아 삼만리 신들메을 조이고 다닌지 어언 5년에 이른지라
그간 공부하고 직접보고 듣고 책에서 읽은 것 중에
마침 당양지방에 관한것이 좀 있어
감히 이지방 담양 땅의 나무와 숲 이야기 세가지을 세번에 걸처 옮겨 볼까 합니다.
모쪼록 이번 답사에 많은 영물들이 참가하여
알차고 즐거운 수련회가 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서 감히 올려 놓씁니다.
1. 담양 관방제림(潭陽 官防堤林)
담양은 글자 그대로 물이 많고 또한 기후가 온화하여
사람이나 수목들이 살기 좋은 곳이고
어감 자체가 정감 가는 고장이다. 그래서 이곳은 대나무가 특산이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고 있어
작지만 아름답고 아담한 고를임을 자랑하고 있다.
북쪽에서 내려와 읍의 중앙을 적시고 지나가는 일명 관방천(담양천) 우측 제방에
아주 오래된 내력 지닌 거목으로 이루어진 길다란 숲이 있는 생태적 고장이다.
관방제림은 바로 이 제방 둑의 나무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담양천은 단풍과 괴석 괴암으로 넓이 알려진, 이름값 하는 추월산(秋月山)
용추봉에서 발원 하여 담양읍내를 가로질러 영산강으로 드는 물로
이 고장 사람들의 젖줄이다.
치산치수는 다스리는 자의 제일 덕목이라. 지금은 담양호가 있어 수위
조절이 가능하여 웬만한 강우에는 피해가 없으나 예전에는 물 많은 고장 담양
은 영산강까지 범람하는 홍수피해가 연례행사 처럼 많았다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官)에서 주관하여 돈을 데어 홍수 방제(防除) 둑(堤)을 쌓고
그 제방위에 나무(林) 를 심어 가꾸었는데 이 제방의 나무가 바로 관방제림이다.
관에서 수해 방지를 위해 갯가 뚝에 심은 나무란 뜻이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조 인조26년 (1648) 담양 부사로 부임한 성이성(成以性)란 이가
나이 54세 일 때 최초로 지금의 자리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양반 성이성은 경북 봉화 물야 출신으로 암행어사를 했고
조선조 청백리 공신 217명 중의 한사람이다.
근년에 와서 춘향전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란 주장도 있는 바로 그사람 이다.
그후 철종 5년(1854) 역시 부사 황종림(黃鐘琳)이란 사람이
담양부사로 부임해 관비로 인부 3만 여명을 동원해서 오늘의 남산리 동정마을에서
수북면 황금리를 지나 대전면 강의리에 이르는 지금의 제방을 만들고
700여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한다.
읍내 담양교에서 물길을 거슬러 죽물시장이 서는 갯가를 거처
향교 다리 아래까지는 제방은 있으나 나무는 젊은 것이 듬성듬성 서있고
향교다리 윗편 2km까지가 고개 숙여 질 정도의 유현함이 있는 거목의 숲거리 이다.
이 제방에 선 350여년의 세월을 버티고있는 나무 177그루가 모두 1991년
천연 기념물 제 366호로 지정된 나무들이다.
그 중에 푸조나무가 111그루, 느티나무가 43그루 팽나무 가 18그루 ,
그 외 음나무. 개서어나무. 말채나무, 갈참나무도 간간이 보인다.
가장 많은 명찰을 달고 있는 푸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키큰 나무로
한. 중. 일 삼국이 원산지이며 수형은
느티나무와 팽나무를 많이 닮아서 검팽나무 또는 곰병나무라고도 한다.
우리 나라 서해안 경기도 지방 해안에서 자라는 곰솔과 팽나무와 함께 소금기
있는 바닷가 방풍림으로 많이 심는 나무이다 . 줄기 껍질이 잿빛나고 세로로
갈라지고 새 가지와 잎에 가는 털이 있고 잎맥이 7-12쌍으로 팽나무
와 비슷하나 잎맥이 톱니 끝까지 닿는 점이 다르고 열매는 가름한 굵은 콩
알만 한데 9-10월에 익는다. 팽나무 열매보다 육질이 물렁물렁하여 먹을 만
하나 맛이 시큼하다.
푸조나무 단일목이 천연 기념물로 지정 된 것은 전남
강진군의 대구면 푸조나무(천년기념물 35호)와 장흥군 용산면 푸조나무(천년
기념물 268호)등 여섯 그루가 더 있다.
담양천 양쪽 제방 따라 물가에 포장된 길이 나있고
중간 쯤 무지개 다리가 내를 건너는 그 위로 건설 한지 몇 해 안 되는
추성경기장이란 종합운동장과 그 일대에는 소위 문화 공원도 조성돼 있는데
하천 폭이 좀 넓은 부지엔 잘 (?) 정비된 주차장시설도
있어 제방 숲길에 접근하기 편리하게 돼있으나 날로 모여드는 사람과 차량
때문에 이 숲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면 처연해 진다. (추성은 담양의 옛이름 임)
담양군은 오는 2010까지 80여억원을 드려 노쇠한 나무들의 후계목을 심고
고목들 외과수술도 하고 사유지도 매입하여
담양천과 관방제림 사이를 생태적으로 갈라놓는 포장도로도
걷어내어 생태완충지역으로서 기능을 살리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제방 위의 흙 길을 따라 걸어본다. 산책하는 사람. 긴 의자에서 쉬는 사람.
자전거 타는 어린이. 중간쯤에 자리한 정자에서 안노인 몇 분이 화투놀이 하
는 것도 한가롭게 보이고 저만치 앞에는 젊은이들이 데이트하는 모습이 매
미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는 듯 사라진다.
뚝 길 양가 나무 그늘아래 맥문동이
줄지어 푸른 잎이 빤짝거리고 둑 섶에는 개망초. 씀바귀가 잎과 키를 자랑하
고 섰다. 참 저 맥문동은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부사로 같던 학봉 김성일 선생
이 기념으로 가지고 온 것인데 처음에는 이름을 사철초(四節草)라 했다지?
관방제의 숲을 좀더 멀리서 전경을 보려고 향교 다리건너 죽녹원 언덕위로 오라 갔다.
상류 건너다 보이는 관방제림의 숲은 마치 한 마리의 커다란 용이 추성경기장의 둥근
스탠드와 트랙을 여의주인 양 입에 물고 물살 일으키며 거슬러 올라가는 품세가 분명하다.
이번 기회에 그옛날 우리고향 마을 가까이서 자리하고 있어
정신적으로 우리들을 지켜주고 바람과 물을 막아주고
또한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기능을 가졌던
그 많았던 소중한 "마을숲"이 도시화와 난개발 그리고 농촌 사화의 해체로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마을 숲 또한 우리가 지켜야할 우리들이 고귀한 유산이다.
담양 관방제림은 우리 생태문화 유산이고 역사생태 유산이다.
이고장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가 깊에 스며든 숲이니 단순히
고목 몇그루가 있는 자리가 아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관방제의 숲은 담양 사람들을 큰품에 안고 달래고 위로하고
희망과 활기를 준다.
잠시나마 관방제림의 숲속을 거닐며 저 해묵은 나무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의 주머니에서 울려나오는 유언같은 말씀을 들어보고 오시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로 이 곳 관방제의 숲은 2004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그리고 "유한킴버리"가 공동 주최한 "아름다운 거리숲 전국대회"에서
영예의 대상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군더더기 말>
담양 지방에는 세가지 특미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혹시 개인적으로 담양에 가시거든
관방제림 담양천가 "향교다리" 아래에 있는 멸미 국수집
<진우네 집>에 한번 들러서 국수 한사발 맛보고 오시기를 권합니다.
작년 말로 36년째 국수장사을 한다는
주인 아줌마의 육수 맛은 남도에서 소문난 집이랍니다.
첫댓글 박상인선생님 그 열정은 여전하시고요, 기다리는 책이 곧 세상에 빛을 발하겠지요? 기대합니다.
옥천교님 반갑습니다. 만리타국에서 객고나 없으신지요? 많은 선진 문물 공부하시고 경험하시어 귀국한 후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뵈올 그 날을 고대 기대 합니다.
세상에나~ 자상하게 상세히도.. 고맙습니다.
어머 선생님 감사합니다. 머리속에 그림이 다 그려집니다.
선생님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