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죽이기’의 문제 넷째, 정치의 문제이다. ‘4대강 살리기’에서 우리는 정치의 실종을 실감하게 된다. 70%에 이르는 국민들이 ‘4대강 살리기’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뜻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야4당도 모두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자료조차 거의 공개하지 않은 채로 ‘4대강 살리기’를 강행하고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막무가내식 토건정치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막대한 혈세를 사업비와 보상비로 지급하고 개발에 따른 엄청난 투기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모든 반대와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요컨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토건국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정권을 재창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막대한 혈세의 탕진과 소중한 국토의 파괴가 극단화되고 말 것이다.
다섯째, 경제의 문제이다. 미국의 대공황은 플로리다의 난개발에서 시작되었다. 투기이익에 눈이 멀어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계속 벌였고, 당연히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금융위기가 터졌고, 결국 경제 전체가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일본의 ‘거품경제’와 경제위기도 역시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계속 벌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은 결국 토건공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병적 과잉상태에 있는 토건업의 대대적인 축소와 산업구조의 개혁을 시급히 추구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혈세의 탕진과 소중한 국토의 파괴는 물론이고 경제의 몰락이 초래되고 말 것이다. 토건업으로는 고용의 증대를 꾀할 수 없을 뿐더러 신규고용이 이루어지더라도 극소수 ‘비정규 삽질’에 불과할 것이다. 40조원이 넘는 경제효과와 30만명이 넘는 고용효과라는 것은 한국은행의 산업계수와 고용계수가 잘 보여주듯이 사실상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은 일방적 선전일 뿐이다.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고 싶다면, ‘4대강 죽이기’에 퍼붓는 막대한 혈세를 복지, 교육, 문화, 기술 등에 써야 한다.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를 넘어서 경제 죽이기, 고용 죽이기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여섯째, 투기의 문제이다. 이미 2008년에 4대강 수계의 곳곳에서 엄청난 투기가 이루어졌다. 정부에서 수익을 보장하며 4대강 지역의 개발을 강행하면, 투기는 더욱 더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다. 강변에 묘목을 심어 놓는 행위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며, 여기저기 비닐집이나 가건물을 짓는 행위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수천억원 또는 수조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기이익이 되어 투기꾼의 배를 불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투기꾼의 ‘성공’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건전한 근로의욕을 상실하고 투기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 결과 토건국가와 짝을 이루는 투기사회의 문제가 더욱 더 악화될 것이다. 경제는 무너지고, 고용은 악화되고, 투기는 극성을 부리는 참담한 상황이 임박하고 있다.
일곱째, 부패의 문제이다. “건설 있는 곳에 부패 있다”고 할 정도로 토건업의 부패는 심각하다. 토건업의 뇌물은 전체 공사액의 5%~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조원의 공사라면 500억~2000억원이 뇌물로 사용되는 것이다.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일수록 부패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설계, 시공, 감리의 모든 과정에서 부패가 발생한다. 그리고 부패는 곧 부실로 이어진다. 부패가 극심한 발주방식으로 알려져 있는 ‘턴키방식’으로 강행되는 ‘4대강 살리기’는 단순히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사업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의 부패한 토건사업이 될 수 있다.
여덟째, 문화의 문제이다. 강은 생명의 원천이자 문화의 원천이다. 강은 강이 안고 있는 넉넉함으로 풍요로운 강 문화를 길렀다. 이와 함께 강을 따라서 저마다 다른 독특한 지역문화가 형성되었다. 서울의 한강을 모범으로 강행되는 ‘4대강 살리기’는 강을 파괴하여 풍요로운 강 문화를 파괴하고, 나아가 지역의 서울화를 강행해서 독특한 지역문화를 파괴할 것이다. 새로운 문화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문화 파괴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자연의 강을 대대적으로 파괴해서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저수지로 만들면서 강 문화를 기르고 지역문화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회마을의 아름다운 백사장은 완전한 수몰의 위험을 겨우 피했으나, 상류의 개발에 따라 모래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심각한 훼손의 위험을 맞게 되었다.
아홉째, 지역의 문제이다. 서울/수도권은 과밀로 무너지고 있고, 비서울/수도권 지역은 과소로 쓰러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수도권의 개발을 강력히 억제하고 정부기관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분산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세종시’로 대표되는 이러한 분산정책을 거부하고 강력한 서울/수도권 집중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강행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서울/수도권 과밀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신도시를 건설하고 유흥지를 개발할 수 있어도, 그것은 모두 유령 신도시와 유령 유흥지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생태문화적 개발이지 ‘4대강 살리기’와 같은 반생태문화적 개발이 아니다.
열째, 생태의 문제이다. 생태계를 지키는 것은 오늘날 절박한 생존의 요청이 되었다. ‘4대강 살리기’는 이미 세계 평균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강을 직강화하고 콘크리트화할 뿐만 아니라 강을 저수지로 만들어서 썩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질도 극히 악화될 것이다. 30km 단위로 보와 댐이 들어서게 될 낙동강은 이제 강이 아니라 저수지의 연속체로 전락해서 늘 썩은 물이 넘쳐나는 처참한 곳이 되고 말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강의 수질을 극히 악화시켜서 심각한 식수난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살리기’의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결국 수도물값을 크게 인상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 폭파와 굴착을 통한 준설이 강행되고 강의 직강화와 콘크리트화가 추진되면, 결국 강 생태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파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