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전시기획자, 미술 평론가이며 미술사 연구자이기도 했던 김진송 씨가 어느 날 서울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일 년 후인 2000년, <목수 김씨>전이라는 전시회가 그의 성공적인 전업을 알렸다. ‘작품’이 아닌 목물(木物)을 만드는, ‘예술가’ 아닌 ‘목수’로의 전업 말이다.
2004년, 목수 김씨는 이제 네 번의 전시회를 연 현직 목수다. 매일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그는 “생계를 위해” 나무를 깎아 물건을 만든다. 작업실이 마석 축령산 자락에 있긴 하지만, 그의 삶은 낭만적인 전원생활의 그것이 아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목수 김씨가 새로운 물건들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떠돌기 시작했다. 이제껏 그가 만들었던 의자나 평상 같은 목물과는 전혀 다른 물건들이며,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확인되지 않은 채 흘러 다녔다. 이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목수 김씨의 새 작업은, 아이를 위한 완구와도 어른을 위한 키덜트 상품과도 거리가 멀다. 목수 김씨가 일 년여를 깎아온 것은 바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 목수 김씨가 새롭게 깎은 것은 나무로 만든 인형이나 벌레나 동물 등이다. 그것들만 해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실은, 충분히 새롭고 눈이 즐겁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만들어낸 것은 그 대상들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들이다. 이야기들과 물건은 만들어지면서부터 한 덩어리가 되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비루먹은 용부터 책 속에 산다는 책벌레까지를 소개받게 되고, 절간에 물고기가 걸리게 된 사연부터 구름 위로 올라간 형의 이야기까지를 듣게 되는 것이다.
목수 김씨의 다섯 번째의 전시이기도 한『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전은 목수 김씨의 새로운 나무 물건 200여 점과 그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100여 편이 소개된다. 목수의 작업인지라 쪽동백나무,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흑단, 느릅나무, 엄나무 등의 가지가지 나무가 주로 쓰였지만 삽이며 자귀, 톱날, 니퍼, 볼트, 너트, 포크레인 발톱, 자동차 라이닝 등의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물건들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유쾌하게 거듭났다. 완성된 물건들에서 원래의 재료를 점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성실하고 고집 센 목수, 남한에서 가장 나무 종류가 많다는 축령산에다 손수 붉은 벽돌 오만 오천 장을 쌓아 만든 작업실에서 분초를 다퉈가며 나무를 깎고 다듬어 목물을 만들어내는 목수 김씨. 그의 삶은 고단하고 빡빡한 노동의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들이 담고 있는 세계는 정겹고 따뜻하다.
첫댓글 연수랑 보구 왔는데... 연수가 사달라는 통에.. 쩝~ 군디.. 넘 비싸더랑.. 그것두 작품이라구.. 40,000원에서 50,000원정도... 군데.. 넘 탐나더라구염... 작품두 많구 인사동에서 맛난 점심두 먹구 구랬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