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언양으로.
언양읍성, 언양향교 답사기.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 다른 지역인 대구를 답사한 지 3주 정도 지난 후 이번에는 역시 경주에서 가까운 대도시인 울산으로 가본다. 이번에 갈 곳은 기차가 없어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향한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 언양 터미널에 내린다. 두 번째지만, 다른 곳에 오면 항상 정신이 없다. 언양은 설날이나 추석 때 부산에 있는 큰집으로 갈 때 항상 지나가던 곳이라 익숙한 느낌이 든다. 지금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속해있는 읍이지만, 솔직히 크기는 경주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 김해 장유면과 더불어 도시 같은 시골이다. 터미널에 내려 첫 번째 목적지인 읍성 가는 길을 여쭈어 보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언양 터미널.)
터미널에서 쭉 걸어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건물 사이로 성곽이 보인다. 각종 돌이 서로 짜 맞춰진 듯 쌓인 이 성은 언양읍성이다. 언양읍성은 고려 때 토성으로 지어졌다가 후에 석성으로 고쳐 지어졌다. 지금 보이는 곳은 남문인 영화루 앞이다. 영화루는 옹성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다. 옹성 앞에는 정체 모를 석조물과 당시 있었던 해자 너비를 표시하는 돌을 깔아둔 곳이 보인다. 복원해서 그런지 깔끔한 모습이 보기 좋다.
(언양읍성 남문 옹성.)
(성 앞에 있는 석조물. 모양을 보니 비석 같다.)
(성 앞에 있었다는 해자의 흔적을 표시한 곳.)
옹성안에 있는 남아있는 문으로 가본다. 옹성은 문을 부술 때나 성문을 향해 돌격하는 적군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로 수원화성, 고창읍성, 낙안읍성 등 여러 곳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방어시설이다. 역시 복원해서 그런지 튼튼해 보인다. 옹성을 따라 쭉 돌아본 후 영화루 뒤쪽으로 가본다.
(언양읍성 남문, 영화루. 옹성의 보호를 받으며 늠름하게 서 있다.)
(영화루를 둘러싸고 있는 옹성.)
뒤쪽으로 가니 성벽 위를 올라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옹성을 걷는다. 우리나라는 주요 도시마다 읍성을 쌓아 도시를 보호했다. 흔할 수 있지만, 그 도시의 역사와 시내의 개념을 알려주는 어찌 보면 전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인 읍성은 순천 낙안읍성, 서산 해미읍성, 고창 고창읍성 등이 있고 그 밖에도 밀양읍성, 대구읍성, 경주읍성, 장기읍성 등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 이런 읍성을 빨리 복원해 도시의 상징으로 부각하고 그런 읍성들을 세계적인 유산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옹성 끝에는 정체 모를 의자가 놓여있다. 아무튼, 옹성에서 보니 산과 언양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문 주변에는 한창 발굴 중인 곳과 읍성이 끊긴 곳이 각각 보인다. 아직 복원이 덜 되었나 보다. 우리 경주읍성도 이렇게 복원되었으면 좋겠다.
(언양읍성 영화루 뒷모습.)
(위로 올라가 본 영화루.)
(왼쪽에 보이는 발굴 중인 읍성의 일부.)
(영화루에서 본 옹성.)
(옹성 성곽 길.)
(옹성에서 바라본 읍성과 언양 일대.)
(옹성에서 바라본 영화루.)
언양읍성의 복원된 부분은 여기가 끝이다. 성벽이 중간에 끊겨 읍성 안을 가로질러 가기로 한다. 영화루 바로 앞에 있는 학교를 지나 걸어가자 너른 밭이 나온다. 아까 터미널 쪽 시내를 보다가 여기를 보니 갑자기 황당한 기분이 든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넓은 밭이 있을 줄이야! 밭 뒤로는 높은 아파트가 보이는 아이러니도 나타난다. 조금 묘하다. 경주읍성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지만, 읍성 안쪽에 여러 시설이 있고 사람도 살고 있다. 밀양읍성은 강을 따라 산중에 있어서 성벽 맞은편에 여러 건물이 늘어서 있다. 낙안읍성은 다들 알다시피 안이 민속 마을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여기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가끔 보이는 미나리꽝 정도밖에. 나중에 복원이 완료되면 여기에 사람이 살게 하든지 민속 마을처럼 꾸미든지 해야겠다. 이런 넓고 좋은 땅을 이렇게 비워두고 있을 줄이야. 다만, 가을에 오면 벼들의 노란 물결이 상상이 되어 그리 나쁠 것 같지도 않다.
(읍성 중심부. 텅 빈 벌판이다. 크긴 커도 언양은 역시 시골이다.)
(벌판 뒤로 보이는 산.)
벌판을 가로지르면 북쪽 성벽이 나타난다. 이쪽은 복원이 안 되어 성벽도 낮고 상태도 그리 좋지 못하다. 지금 경주읍성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 성벽 앞에는 읍성 복원도가 보인다. 저렇게 복원되면 정말 좋을 텐데. 성벽에는 치와 빈터로 남아있는 북문 터가 보인다. 여기도 조만간 복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는 읍성 앞에 해자 흔적인지 물길이 보인다. 잘하면 해자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다.
(벌판 끝 북문(계건문) 터.)
(북문 오른쪽 성벽의 일부. 복원이 안 된 곳이라 높이가 많이 낮다.)
(왼쪽 성벽. 치가 보인다. 성벽 앞에는 해자의 흔적인지 물길이 보인다.)
(해자의 흔적 같은 성 앞 물길.)
이제 돌아서 동쪽 성벽으로 가본다. 여전히 낮은 성벽이 쭉 이어진다. 걸어가다 성벽 맞은편에 있는 언양읍사무소라 가본다. 사무소 안에는 비석 두 개가 서 있다. 하나는 반공기념비고 하나는 연륜이 있어 보이는 비석이다. 대충 읽어보니 '언양 남천 호안공사 기념비'같다. 두 비석은 무슨 이유로 여기 서 있는 걸까?
읍성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하얀 백로가 읍성 앞에 있는 밭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다. 이런 걸 보면 또 읍성 복원이 싫어지기도 한다.
(동쪽 성벽의 일부. 성벽 앞에 밭이 보인다.)
(읍사무소에 있는 두 비석. 어떤 이유로 여기 있을까?)
(읍성 앞 밭에서 쉬고 있는 백로.)
(동쪽 성벽 끝 부분.)
모양도 꽤 남아있고 성벽도 어느 정도 있는 걸로 보아 복원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안쪽이 텅 비어있어 어떤 계획이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나중에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진 뒤에 다시 오고 싶다. 그때가 되면 복원도처럼 안쪽에 객사 같은 부속 건물도 생겨났을 것 같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향교로 가는 버스를 찾는다. 원래 읍성만 보고 오려다가 시간이 남아 가보기로 한다. 그러나 거의 30분 정도 가는 버스를 몰라 여러 사람에게 물어물어 겨우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린다. 정류장에 내리니 앞에 작천정 가는 길이 나온다. 작천정은 멀고 겨울이라 조금 추울 듯하니 다음에 가기로 한다. 그리고 또 근처에 계신 분들께 물어물어 간다. 심지어 우연히 같은 분에게 두 번 여쭈어보기도 했다.
고생 끝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고 한다. 홍살문이 앞에 서 있고 홍살문 옆에는 작은 하마비가 서 있어 이곳이 중요한 공간임을 알려준다. 언양향교 역시 우리나라 각지에 있는 향교와 비슷한 공간이다. 향교 앞에는 저번 대구에서 봤던 것처럼 수많은 판관 선정비가 늘어서 있다. 홍살문을 지나 정문으로 다가가는데 문이 닫혀있는 줄 알았는데 밀어보니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언양향교 전경.)
(하마비. 중요한 곳에 오면 먼저 찾게 된다.)
(정문 앞 늘어선 선정비.)
정문 앞에는 명륜당이 보인다. 경주향교와 비교했을 때 문이 닫혀있어서 그런지 조금 답답해 보인다. 살짝 문 안을 들여다보니 경주향교와 마찬가지로 각종 시가 걸려있고 행사 때 쓸 것 같은 단상이 보인다. 여기서도 아마 경시대회나 전통혼례 행사 같은 걸 하나보다. 명륜당 뒤쪽에는 대성전이 보인다. 경주향교는 대성전이 명륜당 앞인데 여기는 반대 구조이다. 다만, 원래 명륜당과 대성전은 일직선 상에 놓여있는데 명륜당에서 대성전이 조금 틀어진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경주향교와 마찬가지로 문이 잠겨있어 돌아가려 하는데 문고리가 헐렁해서 건드려보니 열린다. 당황해서 닫았다가 잠깐 들어가서 대성전만 찍고 나온다. 명륜당보다 단순한 구조고 건물 앞에는 신도와 함께 세 갈래의 길이 나 있다. 경주향교 대성전도 직접 못 봤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언양향교 명륜당.)
(언양향교 대성전 정문. 명륜당과 일진선 상이 아닌 조금 틀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언양향교 대성전.)
생각보다 언양향교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거리가 멀어 꽤 걸어서 도착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언양 터미널로 돌아가 버스를 타고 경주로 돌아간다. 저번 대구 답사 때는 도착하니 저녁이었는데 오늘은 일찍 왔는지 이제 해가 서산 너머로 넘어가려 한다. 대구 답사 못지않은 멋진 답사였다.
울산 안의 작은 도시, 언양.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지 못했는데 이번 답사를 통해 많은 걸 보고 간다. 다음엔 된다면 석남사와 작천정을 한번 가보고 싶다.
-여정- (2014. 1. 26. 日)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버스)→→ 언양 터미널→→ 언양읍성 남문, 영화루→→ 언양읍성 북문 터→ 언양읍사무소→→ 언양 터미널→→ 작천정 입구→→ 언양향교(정문→ 명륜당→ 대성전)→→ 언양 터미널→→ (버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좋은 곳을 답사하고 왔구나.
언양은 여러차례 가 보았지만 주로 영남알프스 산행을 하러 가다보니 언양 읍성이나 향교에는 관심이 없었는 것 같다.
읍성내에 노닐고 있는 백로가 이색적인 것 같구나.
그리고 작천정은 봄에 벚꽃필때 가면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