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이 야간 조명 밝기와 그 나라 경제성장, 소득수준이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그러면서 세계지도엔 다섯 대륙만 있다.
아프리카는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개도국 통계는 믿기 어려울 떄가 많아 야간 위성사진은 경제학자들에게 유용한 분석 지표가 된다.
경제 사정이 좋을수록 조명 인프라도 잘 갖춰밤에도 불을 환하게 켜기 마련이다.
몇 해 중국 丹東에서 압록강을 거슬러 갔다.
차로 시간 반쯤 달렸을까.
강 건너 북녘 땅 신의주 지나 의주에도 땅거미가 졌다.
왔던 길 되짚어가는데 아까 봤던 강변 북한군 초소가 안 보였다.
연기는 안 뿜어도 우뚝했던 공장 굴뚝도 어둠에 갇혔다.
한참 만에 반딧불이처럼 불빛이 반짝반짝했다.
반가워서 동행에게 물으니 "밀무역꾼들이 渡江하겠다며 강 건너로 보내는 '영업 개시' 신호"라고 했다.
2010년 북한 발전량은 우리의 5%다.
주민 넷 중 한 명만 전기를 쓴다.
에디오피아 비슷한 수준이다.
어느 대학 의료진이 북에 예방접종 백신을 갖고 갔다가 기가 막혔다.
"백신은 냉장 보관 유통할 저온 유통 체계(cold-chain)가 필수다.
그런데 냉장고가 없더라.
그래서 다시 냉장고를 갖고 갔는데 전기가 있어야 돌릴 것 아닌가.
결국 발전기를 보내줬다."
작년 7월 북한이 외신기자를 불러 놓고 벌인 전승절 60주년 행사는 정전으로 되레 체면을 깎아먹었다.
불 꺼진 북녘 사진이 어제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비행사들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것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홈페이지에 올렸다.
2005년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책상에 펼쳐놓고 메일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고 했던 위성사진과 비슷하다.
이번 사진이 그때보다 더 성녕하다.
중국 동북 3성의 다롄.선양.창춘이 불빛 무리를 이뤄 선연하게 이어지는데 북녘은 암흑 바다가 됐다.
졸지에 섬나라가 된 남녘이 쓸쓸하다.
NASA는 사진에 '불빛은 경제 규모를 뜻한다'는 해설을 달았다.
경제 격차뿐이랴.
갈라져 산 지 70년이 다 되다 보니 남북이 쓰는 말 다르고 사람 체형까지 부단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렘즈펠드는 "란쪽은 풍요롭고 자유롭지만 한쪽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체제"라며
"같은 말 쓰는 같은 민족인데 차이가 너무 크다"고 했다.
북한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수령 융리 체제 하나뿐이다.
압록강 너머로 봤던 '반딧불이'는 혹시 어서 구조해 잘라는 조난 신호가 아니었을까. 이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