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위>
ⓒ강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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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나 꽃다지처럼 지난가을 잎을 내고 겨울을 견딘 두해살이풀과 달리 머위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머위는 뿌리로 겨울을 나고 이른 봄 잎보다 먼저 꽃대를 낸다. 대개 머위는 밭둑이나 논둑에 사람이 심고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고, 또는 사람이 일부러 심어 가꾸기도 한다. 나물로 먹는 머위는 ‘모굿대’나 ‘머굿대’라는 이름으로 낯익다.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그냥 쌈 싸 먹어도 쌉싸래하니 입맛을 돋운다. 초여름에는 무성하게 올라온 잎자루를 데쳐서 볶아먹거나 국 끓여 먹어도 맛나다.
3월 말이나 4월 초, 밭에 가면 큼직한 연둣빛 머위 꽃대가 불쑥 자라 있다. 하늘하늘 야리한 분홍빛 왕벚나무 아래서 머위는 봄을 알리고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올해도 아니나 다를까 ‘청소년희망텃밭(청소년들이 짓는 텃밭)’에서 머위 꽃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연둣빛 꽃대가 무척 싱그럽다. 그런데 이런, 엊그제 씨를 뿌리러 갔더니 누군가 머위를 뿌리째 쏙 파내어 가 버려 그 자리가 허전하다. 싱그러운 머위가 무척 탐이 났나 보다. 그래도 머위를 알아주는 이이니 조금 노여워하기로 했다. 작년에 머위를 심은 밭주인도 나 같은 마음일지는 모르겠지만.
텃밭 둘레엔 머위처럼 가꾸지 않아도 자라는 들꽃이 많다. 그 거개는 다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다. 심고 가꾸어서 얻는 것도 좋지만 덤으로 얻는 것 때문에 텃밭 농사의 재미가 쏠쏠하다. “머위를 캐 가신 분 너무 욕심 내지 마이소. 다른 나물도 많으니까요.” 헛헛하게 웃으며 저녁 찬거리로 뭐 먹을 게 있나 이리저리 둘러본다.
글 : 나은희
그림 : 강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