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의왕)성당의 모든 신부, 수녀, 성도님들 그리고 ME관계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따스한 사랑과 깊은 관심, 넓은 배려 속에서 성대한 장례미사를 끝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고통 없는 하늘나라로 돌아간 막내 동생 이재광 요셉의 큰누나 이계옥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분처럼 성스럽고 웅장한 성당을 드나들며 미사 드린 적은 없지만 재광이의 죽음을 통하여 카톨릭의 가르침, 정신, 장점, 강한 매력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단 20여 년 전, 성결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후 잠시 교회생활을 열심히 했던 경험은 있습니다. 특별한 병명 없이 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둘째남동생이 직장인 은행에서 정상적 근무를 하지 못하거나 집안보다는 실외옥상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셔야했던 것이 하느님을 믿지 않은 나 때문인가 싶어 성경구독1위, 친정식구들 전도, 구역예배와 철야예배참석 등 모범적 교회생활을 한동안 했었습니다. 하지만 종교에 관해선 부정적 생각을 하고 있는 남편에 의해 요즘은 주일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여러분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너무도 우스운 일이지만 안양 중앙 성당장례식장에서의 끊임없는 연도와 ME식 마지막장례미사, 특히 범계성당대강당에서의 레지오식에 ME식을 가미한 장엄한 장례미사, 그리고 궂은 날씨에도 양재화장터, 김포의 납골당까지 걸음하시며 틈틈이 연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감히 용기를 냈습니다. 또 우리 막내 동생 재광이 요셉이 지금은 하늘나라예수님을 섬기며 이 세상에서 채 펼치지 못한 그림에 대한 열정과 창작력을 열심히 마음껏 발휘하고 있음을 확실히 믿기에 그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흉선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재광이는 처음엔 두려움과 외로움, 갈등과 번민으로 괴로워했지만 의사가 권하는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그리고 면역력주사를 맞으며 어떻게 해서라도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안정을 되찾았구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학계에서 특별한 치료방법이나 특효약이 없는 흉선암에 대한 처방전이란 다른 암 치료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골고루 이용해본 즉 재광이는 실험대상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에 붙이는 펜타닐 패치(마약류)의 양과 수치는 늘어나고, 모르핀(마약류) 등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데도 점점 심해지는 통증은 육체적 고통에 정신적 고통까지 더할 수밖에요. 그중 가장 무섭고 두려운 것은 ‘나 홀로’라는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괴로움을 잊고자 절대가까이 해서는 안 될 담배를 피면서 PC방에 드나들며 괴로움을 잊었던 겁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부모형제, 친척들에게 실망을 안겨 미움을 받으면서 한때 가장 극약인 외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열정적 기독교신자인 큰형과 둘째형으로부터는 하느님께 간절히 매달리지 않는다는 비난의 글을 받기도 했고요.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오직 한분으로 똑같다는 구교와 신교신앙인들의 말을 수없이 들어오면서 믿는 모습을 비교하며 막내의 속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재광이 요셉은 결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약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 의지하며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생각이 매우 강했습니다. 그 믿음과 의지로 12회의 항암제치료와 여러 번의 방사선치료도 끝까지 다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두 형들이 원하는 만큼 글이나, 그림, 말로써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었지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왜 그에게 살아야겠다는 욕망,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두 아들과 아내를 남긴 채 부모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게 크나큰 불효라는 것을 어찌 모를 것이며 가슴 아파하지 않았겠습니까? 하루하루 전신으로 번져가는 암세포에 의해 점점 심해지는 여러 곳의 통증, 또 자꾸만 초췌해져가는 자신의 모습과 약해지는 육체의 기능으로 언젠가부터 본인스스로 삶을 포기해야만 했을 때의 그 절망감을 어떤 수단으로 다 표현할 수 있었겠습니까?
“누나, 살고 싶어. 가족들과 오래오래 살고 싶어!” 비록 힘없는 목소리지만 동시에 미안하다는 심정도 표했습니다. 한편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성당과 ME에서의 활동을 회상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가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찬호엄마로부터 핀잔을 받았지만 그때가 제일 행복했었어!” 막내 재광이는 곧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할아버지 주도아래 온가족이 모여 예배를 드려야해. 다 같이 예배를 드리자구.” 그리하여 둘째형, 작은누나, 간병인, 하물며 주사 맞히기 위해 들어온 간호사에게까지 기도를 시켰고, 짧지만 간절하면서도 진실 된 기도의 시간을 수없이 가졌습니다. 여기서 재광이가 일컫는 할아버지란 하느님을 가르치는 것인 줄 전 확실히 믿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 예수님의 아들인 요셉으로 거듭 탄생하였음도요. 이따금 재광이는 예전에 성당에서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 설치하던 일들을 회상하는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진행하는지 허공에 손을 번쩍 들어 큰소리로 지시하곤 했습니다. “그걸 비뚤게 걸면 안 되지. 똑바로, 제대로 하라고!” “더 밝게. 불을 환하게 켜!” “좀 더 큰소리로!” 성당과 관계된 남자한분이 오시니까 ‘네가 오지 않아서 내가 아직 못 가고 있잖아!’ 평소에 자주하던 농담으로 맞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이미 여러 번 다녀가신 줄 알고 있지만 그 순간 혹시라도 섭섭하셨다면 이 자리를 빌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내가 식혜 좋아하는 줄 어찌 알고 준비해왔지?” 라며 요셉으로부터 칭찬 받으신 분을 비롯하여 직접, 간접으로 신경 써주시며 도와주신 많은 분들,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안양 중앙 성당장례식장에서 어느 신부님이 하신 말씀을 전 믿습니다. “하늘나라에는 지금 그림 그릴 것과 색칠 할 것이 많아 이 재광 요셉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50도 안된 이른 나이에 빨리 데려가시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은 세상과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만들어 한 가지 재능을 주며 잘 살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죄 많은 인간들 스스로가 타락하여 이룬 지금의 이 세상에서 이재광 요셉이 지닌 특별한 재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며 지내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시어 나이에 상관없이 하루빨리 데려가셨음을 믿습니다. 그 징표로 숨을 거두기 전날, 종이를 찢어 십자가를 만들어 가슴에 안도록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 부모형제의 인연을 맺어 남을 가족들을 위로하고자 성대한 장례미사를 거행하도록 인도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재광 요셉의 마지막 희망사항 ‘멋지게 죽고 싶다’를 이루게 해주셨습니다. 참으로 재광이 막내 동생은 짧은 인생을 오직 자기만의 예술을 위해 살다가 멋지게 이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생은 짧지만 술은 길다’ 예술가로서 꼭 명심해야할 명언을 지켰습니다.
“참 잘했어요. 잘 넘겨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라는 모성애가 남편을 향한 아내로서의 내조로 변한 듯싶었습니다. ‘이젠 지칠 만도 한데 과연 저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감탄했습니다. 물론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재광 요셉 또한 마지막 투병방법으로 공기 좋은 산속 깊은 곳을 원했지만 자신의 생명연장방법을 포기하면서까지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만이라도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지내려고 애 많이 썼습니다.
언젠가 저도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의 재광이 곁으로 가면 못 다한 사랑을 맘껏 나누렵니다. 얼마나 반가울까요? 얼마나 고맙고 감사할까요? 하늘나라에서는 재광이가 나의 오빠로서 선배가 되어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설명해주겠지요? 그동안 그린 그림들, 작품들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도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 세상에서 삶을 다하시는 동안 제발 아무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누리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빕니다. |
출처: 해피인이계옥 원문보기 글쓴이: 이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