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시기에 대한 예언과 논란은 교회역사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윌리암 밀러(William Miller)의 '1843'년 종말설이나 여호와의 증인 창시자 러셀(C. Russel)의 '1874'년 예수 재림과 ‘천년왕국설’로부터 이장림의 ‘1992’년 종말설까지 시기와 지역을 달리하고 꾸준히 대두되었으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왔다. 2013년 사망한 해롤드 캠핑(Harold Camping)의 ‘2011년 5월 21일 예수가 재림한다는 시한부 종말론’은 그가 운영하던 패릴리 라디오(Family Radio)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2011년 5월 21일 신의 선택을 받은 자들은 휴거하고 나머지는 불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며 “이번 종말 예언은 정확한 계산에 바탕을 둔 틀림없는 예언이다”고 주장했지만, 종말은 없었다. 1980년대 이후 컴퓨터 보급과 디지털 정보가 보편화되면서 숫자에 의한 식별 정보가 넘쳐나게 되었고, 인터넷, 바코드, 베리칩과 같은 식별기호가 666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했으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유럽연합’(EU)이나 러시아 연방, 바티칸에 대한 음모론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논란의 출처가 대부분 ‘미국’이라는 점이다. 많은 성서학자들은 미국 내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하는 사이비종교가 그 한계를 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종말을 주장하고 있는 사교 집단이 1200여 곳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단체 중에 40여 곳은 무기까지 갖춘 채 산악 지역에 모여 살고 있어 향후 사회적 문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78년 미국인 목사 짐 존스 목사에 의해 벌이진 남아메리카 ‘존스타운 대학살’(Jonestown Massacre)이나 97년 '천국의 문'(Heaven’s Gate) 집단 자살사건 등은 아직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큰 사건들이다. | | | ▲ 1978년 남아메리카 ‘존스타운 대학살’(Jonestown Massacre)을 주요 미국 언론이 표지로 다루고 있다. |
“유타주 일가족 자살은 종말론과 깊은 관련” 지난 해 9월 유타주 스프링빌(Springvilee)에 거주하던 벤자민(Benjamin)과 크리스티(Kristi Strack) 부부는 자신의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메타돈(methadone)과 감기약 등을 섞은 약물을 복용함으로 일가족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숨진 사람은 벤자민과 크리스티 부부와 그들의 11살, 12살, 14살 된 자녀들로 크리스티와 세 자녀는 얼굴까지 모포를 덮은 채 침대에 누워 숨져 있었으며, 벤자민은 침대 옆에 쓰러져 숨져 있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네 달 후인 27일(화) 발표를 통해 벤자민이 부인과 세 자녀가 숨진 걸 확인 한 후 이들을 침대에 가지런히 누이고 모포를 씌운 뒤 자신도 음독 자살했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 조사결과 크리스티 부인은 유타주 감옥에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댄 래퍼티(Dan Lafferty)와 수년 간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분파 중 하나의 멤버였던 래퍼티는 자신의 형 론(Ron)과 함께 형수와 15살 난 조카를 살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래퍼티 형제의 살인 내용을 담은 책 '하늘의 기치아래 (Under the Banner of Haven)'에 따르면 래퍼티 형제는 형수가 일부다처제(polygamy)를 거부했기 때문에 종말론적으로 허용된 심판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티 부인은 책을 통해 래퍼티 형제의 사건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이후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의 담당형사인 카슨(Carson)은 “래퍼티는 마치 자기 딸과 대화를 나누듯이 크리스티에게 편지를 썼다”며 “만일 그가 형무소에서 숨지게 되면 남은 재산을 모두 이들 부부에게 상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카슨은 벤자민과 크리스티 부부가 이들 형제와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정신적 문제가 심화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들 부부와 친분이 있던 이들에 따르면 벤자민과 크리스티 부부는 ‘세상의 죄악과 임박한 심판’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했다고 한다. 그들은 “평소 종말에 대해 말하며 이 세상의 악으로부터 떠나겠다는 말을 했다”며 “하지만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그들이 언젠가 다른 외진 곳으로 이사를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한 교회 집단의 잘못된 종말론적 견해가 끔찍한 살인의 배경이었으며, 그 살인을 정당화하는 책으로 인해 일가족의 자살을 유발시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광신적 종교 집단의 이론의 한계와 살인을 정당화 하는 책의 출판 등을 거론하며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 | | ▲ 벤자민과 크리스티 부부가 세 아이와 함께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큰 아들은 당시 집에 있지 않아 화를 면했다. |
“잘못된 종말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 사이비 종말론의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사이비 종말론은 한국 교회 초기부터 뿌리 내리고 있었으며, 잘못된 종말론이 거의 모든 한국 교회 이단 세력의 이론적 배경이 되어왔다. ‘재림주’를 주장한 통일교의 문성명이나, 자신이 ‘말세의 감람나무’라고 주장한 전도관의 박태선 등은 이러한 시한부 종말론의 발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한국 사이비 종말론의 경우 미국과 비교했을 때 유독 사건이 대형화된 사례가 많다. 87년의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을 시작으로, 92년 휴거 소동, 94년 영생교 사건과 탁명환 소장 피살 사건, 97년 아가동산 사건, 99년 정명석 사건과 만민중앙교회 사건, 2000년 할렐루야기도원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대형 사건이 시한부 종말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잘못된 사이비 종말론은 한국 교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사이비 종말론에 대해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김명용 교수는 “종말에 대한 성경의 정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며 “주님의 재림이 반드시 있다는 것(행 1:11), 종말의 시기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마 25:13), 종말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 순간 주의하고 깨어있어야 한다(막 13:33~37)는 것이 그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한부종말론과 기독교의 종말론을 구분하면서 “시한부종말론은 세상과 역사에서 도피하는 탈 역사적인 삶을 불러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며 “반면에 기독교의 종말론은 악의 역사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의를 위해 싸울 것을 가르치는 동시에 역사의 어둠 속에서 역사의 희망을 가르치는 교리”라고 설명했다. 전 서강대 종교학과의 길희성 교수는 “종교는 그 자체가 가지는 초월성과 신비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일상적 사회질서의 일부로 편입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광신적 종교집단이 흔히 범할 수 있는 오류는 적어도 광신의 형태가 타인의 신앙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의 신앙만을 강요하는 독선이라면 이러한 신앙의 자유는 제한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신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종말론이 개인의 재산과 성 등을 착취하고 일가족 자살 등의 반사회적 윤리 문제를 야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신학적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종말이 나만의 구원을 담보하는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결단과 참여를 요구하는 실존적 현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