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신체 장애, 재활 꿈꾸지만 생계조차 막막월셋집 재건축받아
| ▲ 병문안 온 본당 빈첸시오회원들과 부인 이수혜씨가 막 관찰실로 옮겨온 고성덕씨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오세택 기자 |
눈먼 남편은 발가락이 썩는 줄도 몰랐다. 오른발 엄지, 검지 두 발가락이 괴사했고, 발바닥 일부까지 새카맣게 변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이상하게 발이 시리다”며 늘 양말을 신고 있었다.
아빠 발톱을 깎아주려던 늦둥이 딸이 뒤늦게야 발견했다. “아빠, 발가락이 이상해. 발바닥도 새카맣게 변했어요.” 그때야 병원에 가니 발은 이미 당뇨합병증으로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
부인 이수혜(클라라, 57, 대전교구 천안 오룡동본당)씨 역시 20세 때 실명한 중도장애인이어서 남편 고성덕(프란치스코, 61)씨의 발이 그렇게까지 된 줄은 알지 못했다.
지난 10월 말에서야 뒤늦게 단국대 의대 부속병원에서 혈관주사 치료를 받고 발을 살려내고자 했지만, 이미 늦어 결국은 발목까지 잘라내야 했다. 투병에 들어간 지 한 달도 못돼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은 집중치료실에서 관찰실로 나왔지만, 콧줄로 겨우 미음을 먹이며 대소변 받아내야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일은 부인에게 힘겹다.
남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불발탄을 가지고 놀다가 폭발하는 바람에 실명하고 오른손을 잘라내야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와 선문대 대학원을 나왔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천안시지회장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 충남지부 센터장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 남편이 오른발까지 잘렸으니 남편을 바라보는 건 부인에겐 힘겨운 일이다. 또한, 남편이 맹학교에서 배운 안마ㆍ침술 자격증으로 생계를 유지해왔기에 당장 집안 살림에도 어려움이 닥쳤다.
고씨의 대부 정중현(바오로, 72)씨는 “프란치스코씨는 시각 장애를 안고 살면서도 10여 년간 본당 빈첸시오회원으로 틈틈이 봉사하며 교구 사회복지회장이던 강길원 신부님한테 표창까지 받았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1993년 혼인 당시엔 생활보호 대상자(현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였지만, 그동안 억척스럽게 일해 수급에서도 벗어났고 이제는 살아볼 만하다고 여기던 터여서 충격은 더 컸다. 그만큼 생계도 더 어려워졌다.
부인 이씨는 “남편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남한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보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이제 오른 손발이 다 잘렸지만, 살아있는 만큼 치료 잘 받고 꼭 재활해서 우리 가족 모두 남편과 함께 다시 일어서겠다”고 희망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후견인 / 유제영(요셉) 대전교구 천안 오룡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장
눈은 멀었지만, 신앙생활이든, 기도든, 봉사활동이든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형제였습니다. 시각장애를 안고 살면서도 행복한 가정을 가꾸며 살아온 프란치스코 형제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사랑으로 후원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고성덕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5일부터 2017년 1월 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1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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