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느끼지 못하던 건조한 갈색천지 중국 금주의 가을은 새벽안개를 더듬어 출근하는 아침이 마치 흑백영상처럼 차창을 스쳐 지나가다가 어느새 겨울이 되었는데.. .. 색맹인 듯 단풍없는 가을은 그리도 황량했다.. .. 겨울을 준비하는 멋없는 가을에는 검은 석탄을 뒤란에 쌓아놓고 옥수수 열매따서 지붕에 올려놓고 옥수수 가지말려 땔감도 하고.. 가축들 먹이로도 준비하고.. .. 전쟁영화에서 낯익던 한겨울 인민군복은 오토바이를 타는 중국인들의 유니폼이 되어 그나마 옷에서 조차 색을 잃어 버린 거리는 그야말로 무채색으로 가득차 버렸다.. .. . 그리고 잠시찾은 한국.. .. 산들이 제 색을 찾고 들이 비로소 가을을 찾았고 도로의 가로수들이 내 기억속의 가을을 들춰내길 시작했다.. .. .. 색을 찾고 싶었다.. 갑자기 파고드는 역마살에 집사람의 지인이 혼자살고 있는 지리산 산촌을 찾아 사진기 달랑 하나들고 집사람과 둘이 집을 나선다.. .. 남자혼자 궁상맞게 살아갈 지인의 밑반찬도 조금 준비했다.. 당연히 술도 몇병 준비했고 가을밤 분위기 살릴 기타도 실었다.. .. 전남 구례.. 옥곡.. 수평리.. 네비게이터에 행선지를 찍어넣고 바쁜출발을 한다... .. .
뜨거운 밥한공기에 얹은 게장이 쪽쪽 조리를 내면 어느새 밥공기는 바닥을 보였다.. .. "원조"투성이인 식당들 중에 적당한 곳을 찾기 힘들었지만 그나마 차들이 많이 주차한 식당을 찾아 차를 세운다.. 게장백반을 시키고 느즈막한 점심을 먹는 식당 뒤란에 지리산자락의 10월 가을하늘은 사진으로만이 표현가능한 푸르름으로 나를 설레게 한다..
국도변의 코스모스.. 산자락 어디에서나 보이는 국화닮은 쑥부쟁이.. 어느잎 하나 같은 색이 없는 노란듯 붉고 붉은 듯 노란 벗꽃 단풍.. 어느새 마음이 자연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느낌... .. 조금만 더 가면 화개장터가 있다고 한다.. 구례읍.. 78년 여름 구례동중학교에서 하루잠을 자고 이 섬진강을 건넌 기억이 있는데.. 아... 조국순례대행진.. 그 아름답던 시절.. 그 추억들.. ..
화개장터앞 다리를 건너면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눠진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그 다리를 지나면 화개장터인데 이제는 유명관광지가 된 탓에 예전의 그 멋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지만. 갖가지 버섯이며 산나물들이 말려져 그 다양함이 여전히 흥미롭고 또, 은어와 참게가 싱싱한 수족관옆으로 막걸리와 튀김이 노랗게 식후가 아니었으면 참기 힘들었을 유혹을하고 있었다. .. 하지만 저녁에는 파닥거리는 싱싱한 은어 몇마리 사서 꼬리잡고 머리부딪쳐 기절시켜 칼집 두어개 내고 굵은소금 뿌려 숯에 구워먹을 생각이다.. 전혀 비린내를 내지않고 오히려 상큼한 수박향이 도는 그 은어구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즐겁다..
.. 드라마 "토지"의 배경이 된 "최참판 댁"앞의 너른 들판은 사진찍는 이들에게는 이미 이름이 난 포인트다.. 하루전에 이곳에서 들판축제가 있었다고 하던데.. 아마 허수아비를 누런들녁 곳곳에 심어놓고 잔치를 한 모양이다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는 수십의 허수아비들이 농로를 따라 또 논 한가운데 마치 사람들처럼 어우러져 있어 한껏 가을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었다.. ..
솟대.. 그네.. 코스모스.. 바람개비.. ..
모두 자연과 어우러지는 푸근함으로 한참을 서서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낯선 이방인들을 맞아준다.. .. 들에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가을을 모아놓은 섬진강을 안은 지리산 자락의 가을들녁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