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산행기는 수년전 한창 등산할때마다 틈틈이 적어보았던
: 산행기를 하이텔 천리안 또는 인터넷 산악동호회에 게제하였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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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금요일 집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스무시간의 결정을 행동에 옮기기로 했
: 다. 너무 오랫만에 꾸려보는 배낭이라서 그런지. 다소 어색함이 없지않지만.
: 그리 기대가되는 준비도. 느긋한 마음도 아닌 그냥 떠나는 그런 산행의 준비였다.
: 사십을 한해 바라보는 나이 10살과 5살 두아이의 아빠.. 한창 크리스마스와
: 선물,, 가족 아빠. 를 찾을 아이들 이란건 뻔히 알면서도 산행을 준비한다는게..
: 누가봐도 섣불리 용납되지않을 빵점아빠 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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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이 외출해서 오기전 저녁8시까지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다
: 부랴부랴 부식이다 겨울장비 다 를 꺼내어 배낭을 꾸리려니. 온집안에 등산장비가
: 한가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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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사무실직원들과 설악을 마지막으로 장기산행은 오랫만이고
: 더우기 겨울산행은 3년만에 처음이다. 해마다 겨울산행을 목표로했고
: 늘 가고싶은 산이였지만.. 별 바쁜일도. 대수로운일도 없음에도 늘 포기했었다.
: 5살짜리 둘째아이가 졸졸 쫒아다니며 "아빠 어디가 ? 어디가?" 를 반복한다
: "응 아빠 큰산.. " " 응? ! 큰~산 ..?? 아주 크~은 산..??"
: 아이들과 가끔씩 산행을 하긴 했지만. 어린탓인지 겁이 많은 탓인지
: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않는 동행으로 갈때마다 두배의 고통을 느끼게한탓에.
: 다른곳이 아닌 산에 간다는데엔 섣불리 따라 나서려하지 않는다..
: 마음이야 천왕봉.대청봉에서 아이들과 일출을 보고싶은 마음간절하지만..
: 언젠가 때가되면 내 아이들과 함께 할수있으리란 기대는 늘 하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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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배낭을 꾸리고 있는데 외출에 돌아온 집사람이 놀라움과 원망스런 눈빛으로
: 바라보며 현관을 들어선다.. " 나 오늘 출발해..."
: 대수롭지 않았던 말다툼으로. 이틀여 서먹한 분위기에 있었던 사이인데..
: 화가나긴 하지만. 남편이란 늘 제멋대로 하고 사는 인간인줄 알기에 별다른
: 대안없이 오늘도 이길수 없음을 알고 있으리라..
: 며칠전 동대문시장에서 아이젠이다 마스크다 살때부터 . 어딜 가긴 가겠군...
: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을터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코앞에두고. 게다가
: 산타할아버지를 한창 찾을 두아이를 남겨두고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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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긴 내가 마누라 라고해도 그냥 두진 않았을텐데... 헐수없지.. 별난놈만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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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배낭이 신기한듯 커다란두눈을 굴리며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는 두 아이의
: 볼에 입을 마추고 해거름이 늦게 깔린 현관을 나섰다.
: 뜻하지 않은 복장과 커다란 배낭을 본 경비실 아저씨가. 나란걸 알고는 얼굴보다
: 배낭에 시선을 주며 엉거주춤 한 인사를 건넨다..
: 마침 나가는 택시를잡아 짐짝던지듯 뒷자리에 싫어 넣으니 좋은 쿠션때문인지.
: 배낭이 무거운건지 중형택시가 출렁 하는 느낌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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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5가 산으로가는길 장비점에들러. 휘발류와 손수건하나를 사고 모처럼 들른
: 인사대신 이것저것 새로들어온 신제품 장비의 가격을 물어보는것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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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오셨네요.." 털보 아저씨가 한움큼 족발을 입에넣고 기분좋게
: 술기운이 퍼진 혈색좋은 얼굴로 인사를한다..
: 산사랑에 가입만했지.. 별다른 활동이라곤 해본적이 없음에도 늘 가면.
: 아는척을 해주는 인상이 이날은 반갑기만하다..
: 3년전 여름 지리산의 으시시한 유령을 만났던 때의 출정과 재작년인지.
: 4개산종주때 이외는 산사랑과의 별다른 교류는 없었지만. 이름 석자 라도 기억
: 해주는 사람들이 가끔은 이렇게 고마울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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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에 대한 개념이 남과달라. 11시 50분 열차 입석을 부탁해놓고도 9시에
: 서울역에 도착하고 말았다.. 입석표를 물어보니 아직 끊을수 있단다..
: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나와서 아무때나 사서 가는건데..)
: 가만보니. 지팡이와. 이것저것 양념을 담아넣은 통을 두고 온 생각이 났다.
: 시간도 허벌나게 많이 남았고. 이리저리 빈둥대며 지나다니는 사람구경하는
: 것도 질력이 날때쯔음.. 미안한 마음도 있고해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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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난데. 베란다에 스틱 이랑 썬그라스랑. 도시락통 좀 갔다줄래..? "
: "....몇시까지 가야하는데.. "
: "응 10시까지 오면돼..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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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미안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겠지..
: 성탄절 연휴때문이여서 인지 열차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인산인해 였다..
: 등산배낭을 맨 사람들도 적잖이 눈에 띠는데. 호남선쪽은 보나마나 지리산일테고
: 혹시나 아는 얼굴이라도 있을까.. 둘러보지만. 있을턱이 없었다..
: 산사랑에선 18명정도가 간다 그러는데.. 나미들도 어릴테고.. 아는척 하기에도
: 그렇고.. 10시가 좀넘어서 집사람이 도착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얼굴과
: 게다가 이런 심부름까지.. 하는 잔뜩 불만인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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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에서 파는 그렇고 그런 비빔밥으로 미안한 마음을 달래보려 하지만 와이프의
: 돌씹은 얼굴은 풀어질줄 모른다.. 아이들에게 선물대신 캔터키프라이드 한상자를
: 사보내며 언제오고 전화 하란 말도 않하고 뒤돌아 가는 집사람의 모습이
: 늘 제멋대로 살고있는 못난 남편의 우울함을 꾸짖는듯 송구함이 잔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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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시가 다되어도 날 알아볼만한 산사랑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
: 여기저기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열차시간을 기다리며 잡담을 하는데.
: 다 그사람이 그사람같아 피곤한 눈을 굴려가며 찾기도 귀찮을따름이다.
: 11시40분이 다되었을까.. 저만치서 안면이 있을만한 멀쭝한 친구가 눈인사를 하며
: 다가온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그냥 내가와서 사는건데.. 공연한 부탁을해서.."
: 13000원짜리 티켓을 1000 원이 부족한탓에 만원짜릴 줄수도없고..
: 나중을 약속하고 천원 할인(?) 된 고마운 가격에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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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시 50분에 발차하는 ~ 서울발~ 진주행 무궁화호의... } 방송이 나오기 무섭게
: 배낭을 메고 개찰구로 뒤뚱거리며 달려가는데. 나같은 약삭빠른 생각의 사람들이
: 제법 많은듯했다. 어짜피 자리는 없고 난장아닌 난장을 깔려면 그나마 쉬운자릴
: 잡아야할텐데. 그러자면 한시라도 빨리 가야 틈새라도 잡을수 있다.
: 맨 앞에있는 1번차부터 올라 널찍한 배낭을 옆걸음하며 입구쪽에만 시선을두고
: 헤집고 다니는데. 열차 몇량을 지나도. 도무지 화장실옆 틈새는 빈자리가없다.
: 어느틈에 올라들 왔는지. 난장준비를 갗춘 여행객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 낭팬데..열차 너댓개를 지났을까..? 맨 앞자리를 뒤로 돌리는 청년이 눈에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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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앞 맨 앞자리를 뒤로돌리면 그곳에 앉는 사람들은 낯모르는 사람과
: 마주보며 가야하는데... 자기 자린줄 알면 되돌리려고 하지 않을까..?
: 아직 자리의 주인은 오지 않은듯한데. 그 청년이 날보며 빙그레 웃으며
: 한마디한다.. "머.. 괜찮겠지요.. 머라그러겠어요..?!"
: 나역시 괜찮기를 바라지만.. "네 그렇겠지요 머..."
: 이왕이렇게 된거.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반대편 의자를 돌리고 배낭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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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리스를 꺼내깔고 신문지로 베게를 만들고 신발을벗고..
: 난장의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데. 천만다행으로 한가족 5명이 내가돌린
: 자리로 온다..
: "와 여긴 자리가 마주보게 되어있네..?!"
: 오히려 잘되었다는듯. 열 두어살 이나 되었을까 하는 어린 아이가 소릴친다.
: 작지만 눈치볼 필요 없어지고. 공연한 신경꺼리 되지 않게되어 다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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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열차는 출발하고 무조건 잠을 자야하겠다는 일념에 자릴 피자마자
: 최대한 몸을 쪼그리고 눈을 감았다. 어디 바깥에서 양복바람에 이런 행위가
: 가당키나 할텐가.. 이나이에 열차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노숙자처럼 불쌍함을
: 한껏 보여줄일 있는가 말이다. 예비군훈련 한창 받을때. 그 멀쩡하던 사람도
: 예비군복만 입혀놓으면 개비군(?) 이 된다는 말처럼. 옷이 사람의 사고에
: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절실히 실감하고 있는 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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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이나 지났을까..? 한참을 잠든것 같았는데. 열차가 서는 느낌에 잠을깨보니
: 수원 이였다. 좁은통로에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내가 누워있는 구석으로도
: 학생으로 보이는 촌스럼 가득 묻어나는 스므살 남짖 여자가 반은 머릴기대고
: 졸고있었다. 나혼자 발뻗고 잠도 못자는데. 게다가 다리쪽 공간을 반쯤이나
: 점령해 들어온 불청객의 존재가 썩 기분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 더우기 여늬 여자들처럼 조신하고 다소곳한 조심성보다는 그냥 졸리니까 존다!
: 하는 다소 떳떳한(?)자세로 화장실 벽과 돌려놓은 의자의 등받이를 확보삼아
: 넉넉하고 적당히 편안한 자세로 졸고있는 촌스런 처녀의 모습은.
: 당당함에 앞서 그 괴상망측한 자세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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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릴 고쳐앉아 무릎을 앞세우고 통로쪽 공간을 만들어 처녀를 불렀다.
: (어짜피 이대로 있다간 우악스런 처녀의 공략으로 빼앗길텐데..)
: 뺏길자리 선심쓴다고 미리불러 편히 자셀 잡으라고 했다.
: 말없이 쓰윽 웃더니. 자셀 바로 잡는게 아니라. 내가 깔아놓은 매트리스에
: 털썩 주저앉는다..
:
: "여기가 명당 자리지요.. 후후..."
: "..................??...............!! "
:
: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적당이 묻어나오는 남도의 억양과. 떡벌어진 어깨와
: 든든해보이는 골격.. 아마 힘깨나쓰는 농군의 딸이 아닌지 싶었다..
: 아마 그나마 자릴 피해주지 않았다면. 자고있는 나에게 발이라도 올리지
: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마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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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자리에 가뜩이나 커다란 덩치 둘이 쪼그리고 앉아 있으려니 잠은 고사하고
: 온몸이 쑤시고 결려 10분을 못견디겠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잔하는건데..)
: 지리산의 산행은 늘 이시간에 열차로 밤새 이동하고 새벽에 산행을해본터라
: 술먹고 잠못잔 다음날의 고통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던터라.
: 술을 먹을 생각은 꿈도 못꾸었고.. 잠이라도 편케 자고 싶었는데.그나마
: 틀린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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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지도 별로 않좋은데 자꾸 담배생각이 난다. 두어번 들락거리며 담배를피고
: 흥미없는 기사까지 샅샅이 읽은후에야 남원에 도착했다..
: 내가받은 표가 남원까지라. 내릴까 생각도 했으나. 새벽이고 눈날리는 이녁에
: 잘 알지도 못하는 코스로 간다는게 내키지가 않는다.
: 남원을 지나자 자리가 듬성듬성 비기시작한다. 통로에서 큰대자로 자던사람들이
: 하나둘 정리되어 빈자리로 앉더니 옆에서 코를골던 처녀처럼
: 세상에 둘도없는 편한 자세로 돌변한다.
: 사람의 정을 띨려면 야간열차를 타라했던가..어쩌면 그렇게 편한(?)모습들인지
: 벌리고.. 골고... 잠꼬대하고.. 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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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시15분 구례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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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느끼는 바람이지만. 웬지 모를 설레임이 가슴 가득하다..
: 나의 지리산은 늘 이곳부터 시작된다. 어느쯤에선가 헤아림은 멋었지만
: 열 두어번정도가 아닌가 싶다. 남원까지 내리던 눈발은 가늘어졌고.
: 생각했던것 처럼 등산객들은 그리 많이 내리질 않았다.
: 예전엔 보지못했던 버스가 이미 역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 열차에서 내린사람들은 마치 군용버스에 오르듯 거의 모든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고
: 화장실에 또 다른곳을 가려는 몇사람만 남아 서성인다. 기대처럼 춥지는 않았지만
: 다른때보다 사람이 없는 역사가 낯설어 썰렁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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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들르던 수퍼에들러 초코파이.자유시간.껌한통.일회용카메라.김치....
: 채 구입하지 못했던 식료품을 사서 봉지에 들고 역 광장으로 나오니
: 서너명 아직 뚜력한 목적지를 못잡았는지.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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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십니까.?"
: "네.. 노고단으로요...아니.. 성삼재로요..."
: 혼자인걸 알고 택시기사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디로 가세요..?"
: "네.. 화엄사로 갑니다.. "
: "만원 주세요..!"
: "뭔 만원씩이나..."
: "그럼 팔천원..."
: "되써요..."
: "....."..
: 실강이를 하는데 승객들도 없고 한 신사복차림의 사람이
: 시내를 가자고 택시를탄다..
: "아저씨... 육천원 갑시다 화엄사..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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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듯 나를보면 소릴친다.. 나이는 우리또랜데. 기분은
: 않좋았지만. 손해날일은 없고 해서.. 그냥 타기로했다.
: "그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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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분도 채 않되는 거리를 큰 선심쓰듯 가자던 기사에게 말붙히기도 그렇고해서
: 화엄사입구 주차장에 식당의 간판 불이 켜있는걸 보고는 밥이라도 먹고가는게
: 낫다 싶어서 미리 내렸다. 눈내리는 넓디넓은 주차장에. 오락기구들이 잔뜩한
: 공원을 덮는 지리산의 새벽눈이 정말 영화처럼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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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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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승우, 지리산 눈과... 홀로선 고독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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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생각은 별반 없었지만. 그래도 먹고 움직이는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을겉같아
: 불켜진 간판있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바깥에서 볼때 몇몇사람들이 모여있어
: 마치 산에온 사람들이 이른 아침식사를 하는줄만 알았는데. 문을열고 들어서니
: 분위기가 영 아니였다..
: "식사 됩니까..?"
: "...아직 않되는 디요..!"
: 가만보니 예닐곱이서 둥그렇게 앉은게. 아마 카드판을 벌리고 있는모양이다.
: 바깥으로 내리는 눈쌓인 동네와는 정말 대조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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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하며 바깥으로 나왔는데. 눈발을 굵어지고 정말 자동차 라이트빛 하나
: 가로등하나 켜진곳이 없다. 눈이라도 내리지 않았다면. 주저 앉고 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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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떡할까.. 한참 이리저리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누가라도 혹시 날 봤다면
: 정신나간놈 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 "이럴줄 알았으면 화엄사 입구까지 택시라도 타구갈꺼.."
: 오랫만에 와본길이라 거리가 얼마나 될지모르고
: 막상 입구에 간다한들.이 신새벽 어두운 화엄사계곡을 오래전 악몽에 시달렸던
: 기억을 더듬으며 간다는게 썩 내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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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분을 서성이는데. 택시 한대가 화엄사쪽으로 지나간다.
: 작은 실내등에 비춰지는 모습을 보니 서너명이 타고 있는듯하다.
: (에이.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데.. 슬슬 걸어가 보지머.. )
: 함박눈을 맞으며 터덜터덜 걷는데 정말 허전함이 물밀듯하다.. 왜 이리 처량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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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을 때리는 눈이 귀찮게 느껴지는데 모자챙 위로 쌓인 눈때문에 모자가
: 자꾸만 눌려 내린다. "제길.. 눈 허벌나군..." 그렇게 기다린 눈인데.
: 기다린보람은 있지만. 이렇게 많이 내리다니.. . 귀찮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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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거리가 멀줄은 몰랐는데. 가도가도 화엄사는 보이질 않는다.
: 사람도 없고 차소리도 없고.. 자꾸만 그여름의 귀신생각이 난다.. 배낭뒤에
: 무언가 자꾸만 붙어 쫓아 오는 것만같다.. 뒤를 돌아보면 잔바람에 날리는 눈보라뿐
:
: 저만치 앞을보면 눈맞은 가로수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멀리 서있는 장승이
: 마치 날 노려보고 오기만을 기다리는듯한 쓸데없는 생각만 자꾸난다.
: 30여분을 부지런이 걷는데. 멀리 불빛이 보인다..
: "저기다..!" 거리상이나 위치상이나 화엄사 입구가 틀림없다..
: 화엄사 입구라해도... 머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절은 문을 닫았을 터이고..
: 내가 좋아해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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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빛이 가까워 오는데 예전엔 보지못했던 찻집이 눈에 띤다. 정갈하고 고풍스런
: 느낌의.. 아마 신도들의 휴식공간 이라고 절에서 불하해 내놓은 곳인듯했다.
: 빗장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사람은 없는데 난로는 피워 있었다.
: 통나무로 깔끔하게만든 테이블위에는 전통차기 가 크고작게 가지런이 놓여있다
: 작은 몇개의 방과 아마도 대청을 분위기한 마루도 있고. 천정은 전통 한옥의
: 멋을 그대로살린 고풍스런 찻집이였다.
: 배낭을 내려놓고 인기척을 내어도 사람소리는 들리지 않고 꽤나 이름있는
: 오디오에서 [대황하] 라는 신디사이저 연주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 그런 새벽에 그런 음악을 그런 산사에서 듣게 될줄이야.. 또다른 감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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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복을 입은 아주머니 한분이 졸음가득한 눈빛으로 반기더니 산엘 가냐고 묻는다
: (이시간에 산에 가지 않으면 이 배낭을 메고 여긴 왜 왔담...)
: 요기꺼리로 호박죽을 하나시키고 역앞에서 사온 식료품을 배낭에 단도리하고
: 랜턴을 꺼내 건전지를 넣고 새벽산행 단도리를 한다. 고맙게도 보온병에
: 더운물까지 부탁도 하지않은 고마움을 챙겨주신다.
: 음악뿐 아니라 그곳에 있는 오디오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 매니아 쯤 되는사람이 설치한듯 한데 CD 플레이어는 와디아 였다.
: 스피커나 앰프는 낯설은 제품인데. CD 만으로 예측컨데. 아마 내용깨나되는
: 기기들임에 틀림없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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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저리 둘러보며 한껏 게으름을 피우는데도 올라가는 사람들은 보이지않고.
: 날은 밝을 생각조차 하질 않는다.화장실을 가도 담배를 피워도.시간은 왜그리
: 더디가는지.. 7시 10분 더 있을수도 막연하게 아무나 기다릴수도 없었다.
: 스패츠를 착용하고 파일자켓을 입고 눈내리는 화엄사길을 출발한다.
:
:
: 뜬눈속으로 자꾸만 닥쳐오는 눈이 걸리적 거린다.
: 까만새벽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하얀 눈으로 느껴지는데 .. 이 장관을
: 대낮에 봤다면 어땠을까... 그랬던 우려함은 얼마 안가 깨지고 말았다.
: 랜턴이 필요없을 정도로 날은 훤했다. 밝아오는 아침이래서 였고
: 엄청나게 쏟아지는 눈 때문에 여서이기도 했다.
:
: "설마~했던'헉헉' 니가 나를 ~떠나 '헉헉' 버~려써 설마했던 니가나를 버려써~ "
:
: 헉헉 거리면서 노랠부르며 좋지 않은 기억을 되살리지 않으려 했다.
: 3년전에 이만치에서 야영을 했으리라.. 4시간이나 시달렸던 귀신의 환영
: 때문에 화엄사에 대한 기억은 늘 찝찝함으로 남아 있는데.
: 그런 기억을 이겨보려고 일부러 찾았는지도 모르는데... 쉽사리 잊혀지진 않는다
:
: '스스스스~ 우 수수수수.... ' 공포영화의 효과음 같은 바람소리에
: 눈꽃들이 오버자켓의 모자와 야구모자 로 완전무장을 한 내 얼굴로 차고 든다
: 나뭇가지에 쌓이고 쌓였던 눈꽃들이 때아니게 불어오는 바람에 함께 떨어져
: 가뜩이나 많이 내리는 눈발과 어우러져 더많은 눈을 뿌린다..
: 오버복의 바람막이를 뒤집어쓰고 턱앞에 바람막이까지 채우고 걷자니
: 후욱 후욱~ 입김이 모자챙아래서 연기처럼 돌다 이내 서릿발처럼 얼어버리고만다
: 스슥 스슥~ 배낭의 어깨끈과 바람막이가 쓸리는소리가 누군가 뒤쫓아오는듯
: 기분나쁜 소리가되어 자꾸만 신경을 거슬르게 한다.
: 푸르스름한 아침여명이 밝아 오는데. 누군가 분명 앞서간듯 한데
: 발자욱이 다시내린 눈에 가려져 긴가민가 싶어진다.
:
: 한시간여 를 걷는데 지난날 여름의 갈증을 풀어주던 암자의 모습이 보였다.
: (아침이라도 해먹고 갈까.. 거기 있으면 누구라도 만나겠지..)
: 암자로 올라오는 신도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좁은 길에
: 새벽녁에 누군가 차를갖고 올라왔음직한 자동차 바퀴자국이 나있었다.
: 그나마 사람의 흔적을 느낀다는게. 한시간만의 반가움 이였다.
: 음식물을 팔던 조그만 식품점은 간판만 휑뎅그레 하고 안은 텅 비었다
: 물통을가지고 혹시나 얼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샘으로 가는데.
: 멀리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고갤들고 바라보니 스님 두분이
: 싸리비를 들고 입구부터 비질을 하고 계신다. 이쪽으로 바라보던 한분이
: 나를보더니 손을들어 인사를한다. 나도 손을들고 고개를 반쯤숙이며
: 답례를한다.. 아마 모처럼보는 사람의 모습에 반가움 이였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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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턱에 나있는 길때문 이였는지 능선보다 바람이 세차게분다.
: 물을떠서 수통에 반쯤채운다., 아무것도 먹은게 없는터라 갈증난다고
: 너무 많은 냉수를 먹으면 체온이 떨어질까봐 조금조금 입속에서 덥히며
: 목으로 넘긴다. 참치캔을 먹을까. 하다가 꺼내기도 귀찮고 해서 자유시간
: 한개와 초컬릿 한개를 꺼내먹는데 꽝꽝 얼어 깨물기도 힘들다..
: 바람막을곳이 마땅히 없어 길 한가운데 멀쭝하게 서서 과자를 깨먹는 모습이
: 내가 생각해도 참 불쌍하기 그지없다. 날은 휜~ 하게 밝아온다...
: 십여분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자니 체온이 떨어서 으스스한게 춥다.
: 알몸에 런닝을 입어서인지.. 찬바람에 땀에젖은 런닝서츠가 맨몸에 닿을땐
: 오싹 오싹 오한을 느낀다.. (빨리가자.. 가야지 않춥지..이러다 몸살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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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십여분을 쉬었음에도 오는사람 가는사람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 "이정도 시간이면 내려오던지 아님 발빠른사람이 앞서갈만도 한데..."
: 몸속에 땀은 범벅이되고 몸은 천근만근이고. 눈보라는 멈출줄 모르고,
: 십여분걷는데 한걸음에 두번씩 미끄러진다. "왜 이러지..?"
: 다리가 힘이풀려서 인지. 배낭이 무거워서 인지.. 눈이 유난이
: 미끄러운건지.. 밟는대로 뒤로 미끌리고. 미끌리면 맥이 탁 풀린다..
: 이십여미터 평탄한 길이 나오더니 그 바위 바로 그 바위가 보인다
: 지난여름 멀쩡하게 앉아있는 헛것을 보았던 바로 그바위...
: 그생각이 나 등골이 오싹했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 "저기서 아이젠 을 차고 가야겠다..." 일부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연스런척
: 걸음을 옮긴다. 오버 바지를 입지 않은탓에 눈위엔 섣불리 앉지 못하고
: 배낭을 내리고 그위에 걸터앉아 아이젠을 꺼낸다. 동대문에서 새로구입한
: 코베아 열두발아이젠.. 네발아이젠만 사용하다 처음으로 사긴했는데..
: 생각보다 무겁다 눈이 내리는데 첩첩산중에 앉아 볼트를 풀었다 조였다
: 눈속에 떨어진 새끼손톱만한 너트를 찿느라 수선을 떤다..
:
: "니기미.. 미리 싸이즈나 마추고 올껄..."
:
: 어찌어찌 발에 마춘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어어라.."?
: 생각보다 발이 무겁다.. "야..이거 하나 찼다고 발이 미렇게 무겁나..??"
: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은듯 갑자기 무가워진 발걸음이 거북스럽다.
: 즐겁지 않은 귀신바위를 뒤로하고 무거운 아이젠으로 무장을하고
: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군..."
: 한걸음 한걸음이 계단식 오르막이다. 무릎 반쯤쌓인 눈은 아이젠이 그리 썩
: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단지 눈 아래 바위를 찍으며 미끌리는 몸을 받힐뿐.
: ~후윽~ 후욱~ 몇걸음 옮기다 고개를숙이고 허릴 구부리고 땅을집고
: 그냥 선채로 쉰다.. 오를수록 눈보라는 거세진다.. 앞이 않보인다.
: "제길... 눈이라도 그쳤으면..." 이젠 공포스런 기억도 없어지고..
: 그냥 눈이라도 그ダ만 싶었다.. 눈도 어느정도라야 산뜻하고 낭만이고 하지
: 이건 앞이 않보일 정도니 만사가 귀찮고 낭만이고 머고 짜증만 난다.
:
: 마땅하게 앉아서 쉴만한 자리도 없고 앞바람으로 되돌아오는 눈보라가
: 눈을 자꾸만 어지럽혀 오르막이 두배는 힘들어진다..
: 두어시간을 오르는데. 뒷꿈치에 알싸 한 통증이 오기시작한다.
: 새로산 아이젠이 뒷축을 밀어바치며 걸어주는 방식이라서 인지.
: 안쪽에 양말이 쓸리며 뒤꿈치를 자극하고 있는듯했다..
: "제길.. 별게 다 신경 거슬리게 만드는구만...뜨벌.."
: 벗을까..말까.. 산에서 어떠한 고통보다도 신경 거슬리는건 바로 뒤꿈치 까지는것
: 다리가 풀리고 배가 고픈건 쉬고 먹으면 해결되지만. 뒷축이 벗겨지는 고통은
: 내려갈때까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른날 늘 준비했던
: 일회용 반창고도 없는것 같았다.. "아~ 벗긴 벗어야 하는데.."
: 만사가 귀찮아 앉아서 아이젠 벗기도 싫을정도였다. 그냥 고개숙이고
: 산을 오르는 내모습.. 먼발치서 행여 그모습을 보기라도 했다면.
: 영락없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의 모습이 였으리라..
:
: 걷다 걷다.. 바람이 세차진다 싶었는데. [노고단 0.8KM ] 푯말이 나온다.
: (다왔다..) 푯말을 보고 잠시오르니.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 군 작전도로가 나온다. 사지에서 걸어나온듯한 느낌이다.. (죽진 않겠군...)
: 한발올려야 하는 계단 앞에서 내친김에 아이젠을 풀어 손에들고 걷는다.
: 손에들고 걷기가 너무불편 하다는걸 알지만. 배낭을꺼내 집어넣기가 더욱
: 힘들것만 같았다. 아이젠을 손에들고 모자는 반쯤 벗겨지고 터덜 터덜 걷는데
: 늘 느끼는 감동이지만 옛 노고단 산장 자리가 눈에띤다..
: 마치 폭격을 받고 부서저버린듯 한 을씨년스런 벽돌건물.. 거친숨을 몰아쉬며
: 잠시선채 물끄러미 바라본다. 11시가 훨씬 넘은시각 배는 고프고 몸은춥고.
: 결국 12시가 헐 넘어서야 노고단 산장에 도착할수 있었다.
:
: 과연 .. 노고단 답게 바람은 멈출줄 모른다. 산장 입구이던 취사장이던
: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싶더니 취사장 열린 문으로 하얀 김이 나오는게 보인다.
: 누군가 점심밥을 하는모양이였다. 허기가 두배로 ..내 배낭에 뭐가 있었지..
: 햄..하고.. 육계장하고.. 소시지..풋고추.. 하얀밥에..훌치락~.. 먹는 상상에
: 배고픔은 두배가된다.. 뒤꿈치가 까진발로 아픔을 잊은채 산장문을 연다,.
: 배낭을 내리기도 전에 노고단실 일라고 써있는 침상방 문을 여니 아니다를까.
: 잠겨져 있다. 몇해전엔 없었던 휴계실이 옆에 생겼다.. 바람은 피할수 있으니
: 일단 옮겨 배낭을 내리고 옷을 벗어 여벌옷으로 갈아 입는다 파커를 꺼내 덮입고
: 방풍의 바지를 꺼내 파일 바지 위로 껴입는다..
: 등산화 끈을 풀고 야전의자에 앉으니 한숨이 놓인다.. 배는 고픈데
: 밥하러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떻게할까 한참을 망서리는데.
: 50쯤 넘었을까.. 하는 등산객이 두리번 거리더니 들어온다..
:
: "안녕하세요..."
: "네네.. 반갑습니다..."
: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 "나..나요..? 난 저 화엄사에서... "
: "네? 그러세요..:"?
: 여태까지 단 한명의 사람도 못만나고 혼자 고독을 씹으며 왔다니까.
: 자기는 오면서 서너팀 이나 만났었다고한다.. 참 기가막힌 일이다.
: 이것또한 귀신에 홀린일 아닌가... "! 난 그 길고 험한 길을 장장 6시간동안
: 혼자 고독을 곱씹으며 왔는데..흑흑~ 내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거야..
: 벗어놓은 런닝을 말리려보니 땀에절어 묵직하다 두순으로 돌려짜니.
: 누런 땀국물이 흐른다.. "으~ 니코틴국물..." 양말을 벗고 뒷꿈치를보니
: 1센티정도 살갗이 밀려 올라와있다.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였다.
:
: 나중에 올라온 사람이 도시락을 꺼내더니 "술한잔 할라우.?!" 하며 청하병을
: 꺼낸다. 이양반 말투가 바깥에선 윗대가리 쯤 있는모양인데.
: 내 외모도 그리 어려보이지 않고 만만해 보이지 않는데. 덜컥 하대를 한다.
: "어디서왔어..?"
: "한잔 할래..?"
: "어이쿠~ 뒷꿈치가 많이 까졌네?!"
: 복장이나 또 혼자 다니는걸로 봐선 산깨나 다녔던 사람인듯 싶은데.
: 사람 대하는모습은 그리 예의 바르지 않은듯 싶어 썩 달갑지는 않았다.
: "네 그러지요.. 전 서울서 왔습니다. 화엄사로 올라왔구요..."
: 청하 병에 담아온 술과 도시락 반찬을 꺼내 한잔 권하는데. 작은 잔에 따루어
: 한모금 들이키니 온몸이 짜르르하다..
: "좋은술이여.." 마셔보니 꼬냑이다.
: 장조림과 갓김치를 싸왔는데. 서울서 왔으면서도 도시락을 싸온걸봐서
: 어지간이 산에 다니는 사람인듯하다.
:
: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
: "네 여덟 입니다.."
: "음. 그럼 아이들은..?!"
: 아이들과 가족관계.. 결국 나같은 나이에 아이들까지 있으면서 성탄절날
: 산에 혼자오는 놈들은 문제가 있는놈들 이다.. 라는 그의 결론이였다.
: 작은 도시락에 있는 밥을 꺼내며 함께 먹자고 몇번을 권하는데 아이들싸가는
: 보온 도시락 에 있는 밥을 혼자 먹어도 모자를것같은 밥을 어찌 나누어먹어.?
: "먼저 드십시요.. 전 밥해서 바로 오지요머.."
: 절름거리며 코펠을들고 취사장으로 나서는데 꼬냑 두잔에 알딸딸 하다..
: 빈속에 추위에 찬술이 들어가서인지. 기분좋은 취기가 오른다..
:
: 산장문을 열고 취사장으로 가는데. 바람은 걷잡을수 없다
: ~피위~위 융..~ 쌔~~~~~~~~~~~~앵~ 마치 톱날연주 소리처럼 귀를 스친다.
: 가재미눈을 뜨고 취사장으로 가는데 취사장의 철문이 얼어 한사람 가까스로
: 게걸음으로 들어설수 있을정도만 열려 있고 그 나머지는 열리지도 닫히지도
: 않는다. 비집고 들어서니 매캐한 휘발류냄새. 김치찌게냄새. 라면냄새..
: 에닐곱명이 밥이며 라면이며 를 끓이는데 자욱한 김이 싸우나에 온듯한 착각을
: 일으킨다. 밥냄새를 맡으니 시장기는 더욱하다.
: 일인용코펠에 쌀을씻고 감자를깍고 .. 밥을 올리고 참치캔을 딴다.
: 생전 집에선 참치라곤 입에도 대질 않는데. 밥도없이 한입에 절반을 넣는다
: 우걱우걱 씹는데 살얼음이 밴 참치가 그렇게 맛있을줄 정말 몰랐다..
:
: 아침일찍 세석쪽에서 온듯한 젊은이 셋이 라면을 끓이는듯했다 그외도 두서너명이
: 밥을 해대는데. 노고단에서 잠을잔듯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 모두 얼굴에는 홍조를띠고. 온몸에는 더운김이 풀풀일어난다.
:
: "그란디 여그 공무원인지 먼지덜은 싸가지가 존나 엄땅게요.?"
: "그란이를 어데 하로 이틀잉가.?.. 아, 꼬우면 나가 자면 되자니여..!!"
:
: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까 올라올때 매점에서 잠깐 본 깍두기머리 한명을
: 보았는데. 웬지 모르게 거부감이 드는 인상이였다..
: 마치 누군가 실수를 범하길 기다리기라도 하는양. 얼굴가득 인상을 쓰고 있는
: 모습이 전형적인 권위의식의 본보기 싸가지 없는 쌍통이였다.
: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자릴 배정해 준답시고 나를 이끌고 산장안으로 가면서
: "혼자 십니까."
: "여기다 취사하시면 않됩니다"
: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렇습니다.."
: 말하는투가 영락없는 뒷골목 깍두기머리다..사사껀껀 참견에
: 하지 않아도 될말까지 해가며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 공익근무 요원인지. 근무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일일이 사람들이
: 자기말에 따르는걸 보며 주옷~ 도 아닌 즐거움을 느끼는 싸가지가 역력하다.
:
: 몇되지 않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옷들을 두툼하게 입어서인지.
: 걸어다니느라 돌면 부딪히기 일쑤이다. 싸우나인지 취사장인지 분간이 않될정도
: 의 김서린 공간에서 엉거주춤 코펠을 들고 수저를 퍼가며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불 조절을 않해서인지. 기가막힌(?) 삼층밥이 되었다.
: 생쌀을 씹으며 바닥은 쓰디쓴 탄밥 임에도. 밥맛은 꿀맛이다.
:
: 그나마 더운국물에 밥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좀 살 것 같았다. 한숨이 나온다.
: 휴계실로 돌아와 아직 침상은 문을 열지않았는데. 어디서던 잠시 눈이라도
: 붙혔으면 좋겠다. 의자를 한쪽으로 밀고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꺼내
: 비비적 거리고 깔고 덮고 누웠다. .. 콘크리트바닥의 한기가 올라온다.
: 콜맨 버너의 불을 붙혀 젖은 등산화를 빗대어 세워놓고 손을 호호하며 녹인다
: 깜빡 깜빡 하고 졸고있는데. 아까 봤던 50대 아저씨가 들어오면 반색을 한다.
:
: "식사했수? "
: "네.." "고생을 많이 했는 모양일쎄.?"
: "네.. 죽겠어요.."
: "난 이제 바로 출발해야겠어.. 뱀살골로 오면 거기서 만납시다.."
:
: 머라고 대꾸할시간도 없이 배낭을 메고 산장밖으로 나가버린다.
: 체력도 좋다.. 콘크리트의 한기때문에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사람들이
: 하나둘씩 들어온다.. 성삼재쪽 도로가 폭설로 운행금지가 되어 등산객들은
: 모두 화엄사로 돌아 올라오는 모양이였다. 삼십여분을 졸다 깼는데.
: 한기가 나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보온병에 누룽지 끓인 숭늉으로
: 입을 달래며 불어 마시는데. 바깥에서 실갱이 하는소리가 들린다.
:
: "아니 내몸 내가 알아서 간다는데 당신들이 무슨참견이야..이런 제길~"
: "글씨 않된당게요.. 여그 보면 출입금지가 않보이냔 마리요..라~"
:
: 50대 아저씨와 깍두기머리한 공무원이 폭설로 입산금지가 되었다며 나가는길을
: 막아선 것이다. 비오면 비때문에 통제하고. 눈오면 눈온다고 통제하고..
: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면 늘상 있는 일이고 금지 표지판은 늘 보는것이지만.
: 자주다니는 등산객들이 어디 그런것 신경쓰나.. 알아서 가고 돌아오고 하는걸..
: "야야. 그냥 보내드려..알아서 하신다는데.."
: 공무원 우두머리쯤 되어보이는 내또래 친구가 매점에 머릴 삐끗이 내밀고
: 한마디한다..
: "원참.. 하여간 이거 고쳐야해요.. 권위 의식말야.."
: 50대 아저씨가 산장문을 밀고 나서며 기어코는 한마디 하고 나간다.
:
: 일장 떠들고난후 내 존재를 느꼇는지 휴게실로 들어온 깍두기 머리가
: "아저씨 여기서 취사하시면 않됩니다.."
: "아..네.. 취사가 아니구. 추워서."
: "그럼 옆방 침상으로 가세요.."
: "거기 문을 열었어야 들어가지.."
: 남들 실강이 덕분에 침상문을열고 들어갔다.
: 히타를 틀었는지. 훈훈함이 가득하다. 한쪽 구석에 자릴잡고 짐정리를 하는데.
: 예의 깍두기 머리가 와서 참견을 한다.
: "저기 말입니다. ..그게 말입니다.."
: "소등은 말입니다.. 10시 이고말입니다. 음주는 말입니다 안되고 말입니다."
: 남도 억양에 말끝마다 입니다 씁니다 를 놓치지않고 같다 붙힌다..
: "알았단 말입니다!"
: 농담반 해서 약간의 언성을 높혔더니. 의아한듯 바라보더니
: 피식 웃고 나간다.
:
: 본격적인 취침자세로 돌입한다.. 매트리스와 깔판을 깔고 침낭을 고루펴고..
: 젖은옷들은 이곳저곳 라디에이터 있는곳에 널고.. 시간을 보니 3시가
: 조금 넘었다. 뱀사골로가긴 틀린것같고. 어쨌든 피곤함부터 잊자 잊어..
:
: 정말 꿈같은 단잠이였다. 얼마간을 잠들었는지도 모르겟지만. 잠깐 잠을깬 바깥은
: 눈은 간곳없고 찬바람만 잔뜩 불어대고 있었다.. 산장안을 둘러보니 건너편과
: 내쪽과 열댓명정도가 자릴피고 수선을 떨고 있다.. (언제 이렇게 왔어,,,들..)
: 일어나 시계를보니 5시.. 두어시간 남짓 잠을 잤는데. 찌뿌뜨뜨.. 한게..
: 침낭안에서 고양이 기지개하듯 온몸을 이리저리 좌우로 쭈~왁 펴본다..
: 이제좀 살겄같았다.. "아~아아하~품~~~ "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힘이 쫙~ 들어간다
: 무얼할까... 시간도 어중띠고 이시간에 어딜 움직인다는건 더욱 그렇고..
: 밥때는 아직 않되었고... 옆자릴보니 30초반 쯤 되었을까.. 하는 청년이
: 언제와서 잠이들었는지 나와 비슷한시간에 잠을깨 똑같은 기지개를 켠다..
:
: "언제 오셨어요..? "
: "네 한 두어시간 됐습니다.."
: 사람좋은 웃음으로 웃는모습이
: 얼굴에 온통 주름인데. 그 인상이 정말 보기 좋은 얼굴이다..
: 직장동료와 함께 왔다는데. 동료면 옆자리에 있을텐데.. 윗침상에 있다는 눈짓이다.
:
: 가만보니 여자 동료이긴 한데.부잣집 맏며느리 감이다 얼굴이 풍성한게 몸도 넉넉하
: 고.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하는 날 언제 봤다고 저리 친하게 인사를 하는지..
:
: "어디루 오셨어요..? "
: "네 저희들. 성삼재가 막혀 화엄사루 왔읍니다.:"
:
: 이런..묻는 사람들마다 모두 화엄사로 왔단다.. 그럼 내가온길은 화엄사가 아닌가?
: "나두 그쪽으루 왔는데..아무도 못봤는데..??"
: "저희들 올땐 많았어요..:"
: 하여간 화엄사 계곡은 늘 나를 황당하게 만든다..
: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려서 오늘은 노고단에서 자고 내일 뱀사골로 내려 간단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엄사에서 왔고. 내일 몇몇팀을 제외하곤 모두 뱀사골 코스인
: 모양이였다.
:
: 산에선 누구나 친하게 지낼수있는 동질감이 형성된다.
: 출발한곳.집. 갈곳.잘곳.자는곳.나이.직업. 어느하나 모든것이 서로의 연결고리가
: 되고 그 말꼬리로 서로 친하게 되는곳.. 도시의 한구석에선 술 한잔에
: 시비가 붙어 기분나쁜 주먹다짐을 한다해도. 산에선 적어도 그럴일이 없다.
: 단지 서울에서 왔다는겄과. 옆자리에 자릴 잡았다는이유 하나로 이런 저런얘길하다
: 함께 취사장에 가게되었다. 저녁은 라면으로 때울 작정이란다.
: 난 산에선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라면은 금하고 있다.
: 가쁜숨을 몰아쉬며 언덕을 넘는데 뱃속에서 라면 냄새가 올라오면 그것만큼 고역
: 스러운 냄새는 없다..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해도 꼭 밥을 해먹는 편이다,
:
: 취사장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여름처럼 줄서서 기다릴정도는
: 아니라 천만 다행이였다..날도춥고 바람까지 부는데 밥하는 시간이라도 적어야지.
: 내 일인용코펠 을 보더니 함께온 넉넉한(?) 처녀가 신기한듯 바라보며 웃는다..
: "왜요? 코펠이 너무 작아서요..? " 아마도 앙증맞은 내 코펠이 신기했나보다
: 이것저것 잡탕찌개를 끓이고 이번은 신경써서 밥을했다. 저쪽에선 7~8명정도
: 젊은 건각들이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양동이만한 코펠에 무언가를 끓인다.
: 나중에 알고보니 기아자동차 선후배 사이들인데 5년만에 왔단다.
:
: "행님 이거 한잔 드이소.. 이기 마 딱 직인다 아잉교.."
:
: 뭔가 보니 막걸리다. 사람들이 많으니 짐은 나누어졌을테니 그 무거운 막걸리까지
: 가져올수 있었겠지..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복장으로 봐선 알수없는데.
: 나이 가장 많이 먹어보이는 대머리가 작달막한 사람들보며 행님 행님 이란다..
: 두 직장동료는 라면을 끓여 먼저 먹는다며 내 앞에 코펠을 밀어 놓는다
: "같이 드시지요.."
: "네.. 그러지요 머,.." 염치불구하고 포크를 들이댄다..
: 밥이 딱 맞게 되었다.. 작은 코펠 뚜껑위로 한그득 담긴 하얀밥이 먹음직하다.
:
: "같이 먹읍시다.. "
: "찌게가 정말 죽이네요.."
: "네.. 난 맨날 죽습니다.."
: "하하~"
:
: 살아있는 모습들이다.. 싸우나같은 온통 뽀얀 김속의 취사장에서 떠들고 웃고
: 술마시고 밥먹고... 산 아니면 어디서도 볼수없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 오래전에 배낭깊숙이 넣어놨던 그리소주 한병이 생각났다..
: "한잔 하실래요..? "
: "...아..네.. 머..그러지요... 하하..."
: 인상좋은 웃음으로 웃는모습이 술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
: 술과 담배는 될수있는한 줄여볼까 하고 산에 오는데.. 오면 늘 더하게된다...
:
: 넉넉한 여직원까지 합세하여 소주 한병이 언제 없어졌는지 흔적없이 사라졌다.
: 아쉬움이 가득하다.. 설겆이를 마치고 산장으로 돌아왔는데도. 먼가 허전한게
: 주름살 가득한 젊은 친구와 멀뚱이 앉아 바라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 한잔 더하자고 종용한다.. 팩소주 한병을 꺼내더니 "이건 부족하겠지요..?"
: 이친구 술깨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7시가 넘어 날은 어두워졌는데.
: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댄다.육포한장과 팩소주 한통놓고 이런 저런 얘길하는데
: 이친구얘길 가만이 듣자니 젊은사람답지않게 자연과 환경.. 산에대한 지극한
: 사랑과 감성을 지닌 친구다..
:
: "안내산악회 없애야 합니다.. 그때문에 산 다 망쳐놔요..."
: "천왕봉만 갔다오면 지리산 다갔다고 그러는데.. 그래선 않되지요..."
:
: 얼근하게 취한듯한데. 취기어린 잡담을 산과 사람들에대한 푸념뿐이다.
: 아무데나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사람들 .. 떼거지로 몰려 다니면서 술먹고 소리치고
: 산이란 산은 온통 유원지화 되어 가는것에 대한 불만감.. 국립공원 관리인들의
: 쓸데없는 권위의식. 자끄만 대형화 현대화 되어가는 산장문화..
: 그냥 불없이 물없이 추우면 추운대로 피아골이나 연하천같은 자연의멋이 남아있는
: 그런 옛산장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침을 튀면서 열변을 토한다..
:
: 틀린말 하나없다. 지리하긴 하지만. 뚜렷한 소견이있고 자기만의 확고한 사상이 있는
: 정말 보기 드믄 젊은 이였다.. "네 당근 입죠..." 반대편 이층에서 물끄러미
: 바라보던 넉넉한 (?)동료가 그윽한 미소로 주름청년을 바라보며 웃는다.
:
: "결혼 하셨나요..?"
: "네.. "
: 느닷없이 묻는 질문에 무슨 질문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 "크리스마스인데.. 아이들이 뭐라 않그러나요..?"
: "네.. 머 늘 이렇게 다니니까.. 나중에 함께 오면되지요 머..."
:
: 두번씩이나 각기 다른사람에게 들은 질문인데.. 별 답변할 말도. 듣고 싶지도 않은
: 그런 질문이다.. 얼마 되지 않은 소주팩은 동이났고. 혹시나 해서 매점으로 갈까
: 했는데. 아니다를까. "술있나 한번 물어보지요 " 그러더니 따라 나선다..
:
: "여기 소주 혹시 있습니까.? "
: "... 산장에선 술 않팝니다.."
: 딱딱하기가 아침에먹은 자유시간 초컬릿 처럼 아무맛도 재수때가리 없기 그지없다
:
: 주름청년과 멀뚱해서 돌아 서는데. 고교 생처럼 보이는 이쁘장한 남학생과
: 키가 훌쩍큰 여학생이 산장안에 들어서는데. 복장이 그냥 평상복이다.
: "아~후~ 추워... "
: 여학생은 목에 목도리를 두른게 보온장구가 다이고.신발은
: 앞축이 길게 나온 소위 요즘 유행하는 패션 구두이다.. 남학생은 얼굴이
: 까마잡잡한게 머리도 짧고 단정한모습이 착실한 범생이 모습이다.
: 딱. 생각에 크리스마스라고 좋아하는 두학생이 노고단 가자 머 어쩌자.. 이래서
: 동네 뒷산정도 생각하고 무작정 오다보니 여기까지 온듯했다.. 그나이엔 그게
: 낭만 도 되겠었지만..
: "학생들 어디서 오는거야.? "
: "..네..화엄사 서 왔어요"
: 사투리 적당이 들어간걸 보니. 근처 학생들이 분명한데.. 그 한기에 엄청
: 얼었던 모양이다..
: "?? 아니 그렇게 입고 거길 올라 왔단 말야.?? "
: "..네.."
:
: 정말 기막힌 일이였다. 배낭도없이 그냥 평상시 입는 옷으로 운동화그냥 신고.
: 화엄사로 왔단 얘긴데... 허허.. 무지한건지 젊음이 좋은건지...
: 그냥 기분에 오다보니 온게지.. 그러더니 초코파이 몇개와 콩조림 캔하나를사서
: 둘이 다시 나간다.
: "아니 학생 ..어딜가는데.? "
: "네.. 내려 가려구요..."
: "아니 이 해거름에 어딜가.. 성삼재 가봐야 차도 않다니는데.."
: "괜찮아요."
: 참 대단하다.. 저런 행동은 객기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걸게다..
: 몇번을 잡아 말렸는데도. 구지 내려가야 한단다.. 여학생이 더 서두른다..
: 아마도 산장이라 둘이 외박한다는게 부모님께도 용납되지 않을썽싶었는지..
:
: 주변에 10대 청소년들의 비행문제.. 라는 사회 사건들을 하도 많이 본터라
: 처음본 이미지는 (한심한 녀석들.)이였는데. 이 아이들하는 행동거지를 가만보니
: 불량식품은 아닌듯했다.. 내려간다니.. 내버려두긴 하겠는데..
: 아무래도 불안한데.. 니들이 가면 어디까지 가겠냐.. 싶어 놔두고 들어왔다..
: 9시가 채 되지 않은 산장에 사람들은 이미 저녁밥을 다 지어먹고. 책보는사람
: 이미 코를고는사람.. 여기저기 내일 갈 코스며 만난 사람들과의 얘기며를
: 나누느라 소란하다.. 주름살 청년과 이런저런 얘길하다 화장실을 가려고 보니.
: 아까 그 고교생 둘이 얼굴이 빨개가지고 되돌아온다.. 아니나다를까..
:
: "거봐 가긴 어딜간다고... 춥지 빨리 들어와..."
: "...네..."
:
: 무어라 대답은 않하는데. 아마 집에 갈수없다는 생각에 몹시 불안한 모양이였다
: "밥은 먹었어? "
: "아니요..."
: "그럼 일단 침상에가서 몸좀녹여. 라면 해줄께.."
: "아니에요.. 않먹어도 되요.. 뇌두세요..."
: 극구 사양한다.. 이런 분위기가 무척이나 어색한 모양이다.
: "그냥 가만있어.. 밥먹구 자야지.."
: 막내동생뻘도 안되는 녀석들이 막연하게 눈맞는 재미로 산에왔다 화나 면한게
: 다행한 일이지.. 라면을 가지러 가는데 깍두기머리 .대장이 두 아이를 부른다
: 저녁을 먹일 모양이다.. 산장 사람들의 시선이 두 아이에게 쏠리게되자
: 가뜩이나 얼었던 빨간볼에 쑥스러움으로 더 붉어진다..
: 고개를 푹 숙이고 깍두기 대장을 따라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실소를 내게
: 만든다..
:
: 경상도에서 왔다는 기아자동차 산악회 팀들의 소란으로 산장안이 씨끌벅쩍하다.
: 그냥 곁에서 듣기만해도 싸우는듯한 소리로 착각할정도인데. 여섯명이서
: 서로 코스닥이니 나스닥이니 증권 얘기로 한참을 떠든다.. 정신이 없다..
: 한잔씩들 얼큰하게 걸ゴ쩝?. 아마 직장 상사를 싸잡아 욕하는 모양인데
:
: "그 개자슥 글 마 때미네 우리 회사가 안댄다 아잉교.. "
: "마 그자쓱을 다리 몽딩일 딱 ~ 뿌라가. 잡아가.."
: "바라바라..니가 참아야제"
: 강호동의 코미디가 생각난다.. 푸하하하
:
: 10시 소등이 되었는데.. 두런두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옆침상에 먼저 잠들었던
: 떡대 젊은이가 잠꼬대인지 시비인지.. 한소리한다..
: "씨발 잠좀자자니까..~"
: 물뿌린듯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소란해진다.. 니가 나한테 그랬겠냐 /..
: 란 식이다.. 떠들놈은 떠들고.. 뒤집어 잘놈은 자고.. 낮시간에 잠시 눈을
: 붙힌게 부담스럽다.. 산에서 잠을못자면.. 아까 .아침같이 고생할텐데..
: 잠이들락 말락 하는데.. 이밤의 히트대사가 터진다..
: 화장실을 다녀오던 기아자동차 사람중 하나가 그 특유의 경상도사투리로 소리친다
:
: "아, 마, 화장실 보이께네.. 오줌이 마 샤베트가 안댓나.. 마 딱 직이네.."~
: "푸 하하하~~... 호호.. 파 하하하 ... "
: "거 뜨벌 잠좀 자자니까..."
:
: 그럭저럭 소란했지만 재미있는 쑈와 영화 동시관람 이였다..
:
:
:
: 마지막으로
:
:
:
: 남승우, 지리산 눈과... 홀로선 고독과... (3)
:
:
:
:
: 무언가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을깨었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들어보니 5시 30분
: 암흑속에 랜턴빛 하나가 허공을 날라 다닌다.. 돌아보니 바로 옆에 누웠던
: 주름살 총각과 넉넉한 그의 여자 동료직원이다..(왜 이리 서두르지..?)
: 기껏 가봐야 오늘 연휴의 마지막 일테고 가봐야 뱀사골이나 피아골이 끝일텐데
: 무슨준비가 그리 많다고 벌써일어나 그렇게 서두는지 의아하다..
:
: 모른척 침낭속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일찍부터 들은잠에 한번깨인 잠은 쉬 다시오지
: 않았다. .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 못이기는채 하고 일어났는데.
: 아랫배가 빵빵하다. 일어난김에 화장실부터 다녀오려 후다닥 일어서는데.
: 넉넉한 처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을 한다.
: "안녕이 주무셨어요... "
: "네.."
: 방문을열고 현관문을 여는데 바람은 많이 조용해졌는데. 날씨가 엄청춥다
: 몸을 온통 파커안에 넣어 웅크리고 맨발에 산장용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뛴다.
: 엊저녁 때만해도 화장실까지 가는길은 깨끗이 비질을 했었는데.
: 간밤에 날린 눈발로 길이 없어졌다. 눈위를 밟는 슬리퍼의 맨발에 차디찬 눈의
: 촉감이 선잠을 멀리 쫓아보낸다. "앗차거 앗~차거.." 토끼걸음처럼 깡총뛰면서
: 화장실로 들어서려는데.. 미끄덩..~ 차디찬 화장실 타일바닥에 쌓인 눈을 밟아
: 테크노댄스 를 추듯 휘~이청~ 하다 가까스로 화장실 문을 잡고 중심을 잡았다..
:
: "아이고~ 깜짝이야.."
:
: 소변기에 온통 널린 "샤베트"에 또한층 높이를 덧쌓으며 온몸에 차가운 오한을
: 느낀다.. 서둘러 나오는데 또한번 미~끄덩~
: "아이고.. 내 이러다 사고한번치지.."
: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부시럭대는 소리 때문인지. 몇몇사람이 더 일어나있다.
: 별반 바쁠일이 없는 나나 그 사람들이나 일찍은 일어났어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 밍기적 밍기적.. 옷을 배낭에 넣다간 빼고 뺏다간 넣고.. 뭘 하려는지 나도
: 모르겠다. 하품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다시 잠들고 싶진 않다..
: 침낭위에 멍. 하니 앉아 하릴없이 춤추는 해드랜턴의 불빛만 바라보고 있다.
:
: "아저씨 식사 않하세요.?"
: "아네.. 네.... .... 해야지... "
: 쌀과 인스탄트 북어국을 들고 취사장으로 향한다. 쌀을 씻고 밥을 올리고 국데우고
: 내가 나를 봐도 묵묵 무표정이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느낌도 갖지않는
: 생각도 계획도 없는 공허함이 가득하다..
: 생쌀을 씹는듯 아침을 구겨넣고 돌아오니 벌써 불이 켜져있다.
: 두명을 빼고 산장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어수선을 피운다. 두 학생들 이였다..
: 밤새 오르락 거리느라고 피곤도 했겠지.. 긴장이 풀리니까. 피곤하지...
: 침낭만을 덮고 아무것도 깔지않고 빈 침상에 잠든 두 어린학생이 안스럽다
: 미리 봤다면 내 돗자리 라도 깔아 주었을텐데..
:
: 천천히 배낭을 꾸리면서 오늘 코스 통빡을 굴려본다. "어디로 가야하나..."
: 일단 출발하고 컨디션 되는대로 시간 되는대로 가보기로한다.
: 밤새 등산화. 방풍의.파일자켓. 침상근처 여섯개의 라디에이터 위에 온통 내옷뿐
: 여기저기 겅중겅중 뛰며 옷을 수거한다.깔끔하게 말라있는 옷을 더우채로 걸치니
: 뽀송뽀송한게 기분이 그만이다. .. 꼼꼼하게 배낭을 꾸리고
: 방풍상하의. 스패츠. 파일장갑. 가면모에 야구모자까지 뒤집어쓰니 완전무장이다.
:
: 어제 날 괴롭혔던 열두발 아이젠은 처다보기도 싫었다.
: 마침 여벌로 가져온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네발 아이젠이 있기 천만 다행이다.
:
: 나보다 훨씬 먼저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듯 하더니 이제 침낭을 말아 넣는
: 넉넉함과 주름살에게 한마디 던진다..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아직도 밤이시네."
: "네 먼저 가시면 어디서든 만나겠지요 머...후후"
: 8시가 거의 되어서야 산장문을 열고 나서는데. 너덧명이 서성이며 사진을 찍는다
: "와~~~~~~정말 기가 막히군... 저거봐 저거... 야~~~~~~ 와~" 사방에서 탄성이다
: 노고 운해 라고했던가..? 하늘은 서서이 개어 가고있고 바람도 잔잔한데
: 멀리보이는 구름위에 떠있는듯한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
: 산에서 사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나였는데. 겨울산의 흔적을 남길까 하고
: 사온 일회용카메라가 있는게 천만 다행이였다. 깊이 넣어놓은 카메라를 꺼내
: 어젯밤에 취사장에서 본듯한 학생에게 한장 부탁한다. "부탁할까요..?"
: "예.. 저쪽이 정말 멋있네요. " 일부러 손가락으로 방향까지 정해주며 위치를
: 선택까지 해주는데. 그곳에 않설수 있나.. 눈을 헤치며 비척 비척 가보는데
: 하필이면 사진의 한귀퉁이에 [화장실 입구] 가 나올판이다..
: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카메라를 들이대더니 찍는다.
:
: 나중에 남원시내에서 속성사진으로 현상했더니 아니다를까 화장실이 옆에 큼지막
: 하게 차지하고 있다. 노고단에 안가본 사람들이야 그게 화장실인지 산장인지
: 알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내 기억엔 노고단 사진에 화장실이 있다는게...
:
: 출발할까..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주름살과 넉넉함이 않보인다..
: 아까.. 이따 뱀사골에서 뵙지요머.. 그랬으니까.. 먼저가도 만나겠지머..
: 이번은 내 걸음도 만만치않게 버벅대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보다야 빠르겠지
: 노고단 정상으로 출발하는데 사진을 찍어줬던 학생들 세명이 동행하기 시작
: 한다.. "산장에서 잤어요..?" "아닙니다 야영했습니다 " 아 그래요..."
: 여학생은 어려보인다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지만 올해 일학년이란다.
: 연세대학교 원주캠에 다니는 산악부 학생들인데 ROTC 두명과 신입생 (여자) 한명
:
: 노고단 초입계단을 오르는데. 얼결에 두학생의 보폭에 맞추는데 ..
: 어라?! 이거 장난이 아니다.. 보폭을 마추기는 했는데. 뒤쳐지긴 쪽팔리고..
: 계속 그보폭으로 나가자니 허파가 터질듯하고.. ~헤엑~ 헤엑~ 하악~하악~
: 여학생은 뒤로 많이 쳐저있는데. 남학생 두명이 꼭 돼지몰이하듯 바싹 다가서서
: 쫓아온다.. 미칠지경이다.. 앞섰으니 계속가야지 쪽팔리게 뒤로쳐지긴 싫고..
: 잘난척좀 해보려는데 늘 가보던 노고제단 그 게단이 왜그리 많은지..
: 결국 정상을 몇보앞두고 선두를 포기해야했다.. ~헤~에~엑 ~..쪽팔려...~
:
: 노고단 정상 산장앞에선 느낄수 없었던 찬바람이 분다.. 앞뒤를 돌아봐도
: 정말 빼놓을수없는 장관이였다.. 아직 능선상으론 아무도 가지 않았는 모양이다
: 범생이처럼 생긴 3학년학생이 사진을 부탁한다. 좋은 배경을 잡아 한장 박아주고
: 내 카메라도 내민다.. 능선쪽으로 배경을 잡아 뒷걸음을치는데. 푹푹..
: 능선쪽은 눈이 날려 쌓였는 모양이다. 무릎까지 들어가는 눈밭이다..
: 돌탑뒤로 떠오르는 맑고 붉은 태양이 정말 장관이였다....
: 아마 이정도 날씨였다면 천왕봉에 올랐던 사람들 오늘 일출은 분명 봤을것이다.
:
: 십여분을 사진찍고 구경하다 내가 먼저 출발한다.
: 출입통제 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능선상 입구 문을 열고 발을 딛는데
: 움푹.~ 허벅지까지 눈이 쌓인다.. "우와 ~ 이거 장난이 아닌데..~~"
: 십여미터 러셀을 하고 나가는데.. 조금 올라가니 눈이 발목까지 밖에 않쌓였다.,
: 골이 패였고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눈이 내리면서 높낯이에따라 눈싸임이
: 달랐는 모양이다. 엊저녁 등산객들의 발자욱에 밤새내린 적은 눈이 흔적들을
: 반쯤만 가리고 있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설화가 장관이다..
: "정말 죽인다.. 죽여.. 우와... " 혼자 걸으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 해를 많이 받는 남쪽은 공간이 남아있고.. 북쪽은 온통 흰색으로 옷을 입고있다
: 뿌드득 뿌드득. 쌓인 눈을 밟는 느낌이 상큼하다.. 입김으로 턱까지 올라온
: 오버복의 끝자락은 출발한지 얼마 되지않아 벌써 서리가 맷힌다..
:
: 혼통 하얀 눈이다.. 눈 ,.눈,.... 아. 얼마나 보고팟던 눈인가.. 눈.
: 한참을 가다. 카메라를꺼내 사진을 찍는다.. 두어장 찍고.. 사람이 없어
: 나도 사진에 담고 싶은데.. 그 학생들 오길 기다려 한장을 부탁한다.
: 노고단쪽에선 아직 간사람이 없는 모양이였다. 눈쌓인 길을 내가 처음으로 밟는다.
: "뽀드득...뽀드득..." 발아래 굳어지는 눈 밟히는 소리가 잔잔한 음악 소리처럼
: 정겹기만하다. 뽀드득 뽀드득.. 박자를 마추면서 걷는다. 힘든줄도 모르겠다
: 여름이면 푸르른 나뭇가지로 능선길을 온통 푸르름으로 감고 남았을텐데.
: 그 나뭇가지위에 하얀 눈으로 덮혀 환상적인 길이 연출된다..
: 아이들 놀이동산 우주선 내부처럼.. 그 아름다운 환상의 길을 난 걷고있다.
:
: 지리산의 유명한 철쭉나무 가지에 틈없이 온통 쌓인 눈때문에 마치 바닷속
: 한가운데 자라는돌 을 연상케한다. 장관이다.. 돼지령이다..
: 발아래 펼쳐지는 끝없는 산과 산.. 그 산을 덮고있는 눈과 눈...
: 산이주는 경외감.. 섣부른 감탄으로 그산을 감히 논할수 없을것 같았다.
:
: 난 그제야 왜 이토록 이 지리산을 그렇게 오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
: 나의 존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산은 이 자리에 늘 이모습으로 있었을것이다.
: 그 신비롭고 강한.. 감히 무어라 섣부른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 이였다.
: 난 그 거대한 자연 안에 감히 머무르고 있는겄이다..
: 한참을 그자리에서 움직일수 없었다.. 아무것도없는 그냥 산과 산을 벅찬감동으로
: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
: 언제인가 어느 산자락의 석양이 그리도 멋있어서. 부랴부랴 사진에 담은적이
: 있었다. 훗날 그 감동을 확인하려 그 사진을 꺼내봤는데. 그 산에서 느낀
: 그 엄청난 감동은 느낄수 없었다. 단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때의 감동을
: 말로써 연출하려 할뿐.. 그후론 산에서 찍는 사진에 어떤 의미를 주지못해
: 산에서는 사진을 잘 찍으려 하지않았었다..
:
: 지리산은 몇차례인지 셀수 없을정도 많이 왔었음에도 가는 길에 정확한 지명을
: 아직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습관처럼 땅만 보고걷는 행동때문에.
: 어디가 삼도봉이고 어디가 임걸령인지. . 단지 산장이 위치하고 샘터가 있는곳
: 이외는 몇번을 가도 긴가민가 하게된다.. 운전하면서 길눈이 어두운건 이해가
: 가는데. 지형이 바뀌지 않는 산에서 그것도 몇번씩이나 다녀간 산길을 기억하지
: 못한다는게. 나 자신도 썩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
: 두어번을 쉬고 학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다 임걸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 사람의 발자욱을 보지 못하고 왔는데 반대편에서 오다가 피아골로 내려간
: 사람들의 발자욱이 보인다. 적어도 한명은 아니였고 서너명 정도의 흔적이였다.
: 어디로갈까... 거리상으론 비슷한데..피아골 이냐.. 뱀사골 이냐...
: 재작년인가.. 두 친구들과 피아골로 내려간적이 있었다.
: 피아골 산장지기 함태식 씨의 융숭한(?)대접을 받고도 전화 한통 못해드린게
: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수해난 직후라 전화도 잘 되지않아 하산길에 우리에게
: 전화까지 부탁하시던 지리산 산신령..함태식씨.. 평소 말씀 없던 그분에게
: 원두커피며 소주며..수해 직후라 늘 다니던곳에 사람들이 없어서였을런지 모르지만
: 괴팍한 그분의 성품에 그나마라도 우리에게 배려해주었음을 늘 고마움으로
: 기억하고 있었던 터였다..
:
: 뒤쫓아온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자 난 이쪽으루 내려 갑니다.."
: "네 가시게요..? 저희들은 오늘 세석까지 갈껍니다.." 응 그래 보게되면 또 봅시다"
:
: 뒤돌아 내려걷는데.. 몇발자욱 못가서 나뭇가지에 배낭이 걸린다..
: 임걸령에서 피아골 로 내려가는길은 늘 그렇게 좁았다.앞으로가다 뒤로 끌려 내리고
:
: 그러기를 몇번.. 여태껏 감동하고 기분좋은 걸음으로 눈길을 걸어 왔었는데.
: 피곤한 길에 들어서니 욕이 절로 나온다.. "니기미.. 돋 나 힘드네..."
:
: 앞서가던 등산객이 미끌어졌는지. 길~게 나있는 미끄럼자국이 내가봐도 경쾌하다.
: 꽤나 긴장되는 급경사인데.. 그 예전엔 나무로만든 계단이 있었을텐데..
: 어느 없어졌는지.. 폭우로 쓸려 내려갔는지도 모를일이다..
: 일부러 아이젠을 사용치않고 자연스레 미끄러질 요량으로 뒷꿈치를 대고
: 몸에 힘을 빼는데.. ~어어~라" 뿌드득... 털썩~
: 왼발을 앞으로 오른발은 뒤로길게... 찢어 2~3미터를 쫘~악 미끄러진다..
: 내가 미끄러지면서 생각해도 우스꽝스런 자세이다..
: "아이고~~~~~아야~~~~~~~야야야..." 허벅지 윗쪽이 찢어질듯 아프다..
: 무슨 발레하는 자세로 게다가 그 무거운 배낭까지 맨채로 넘어졌으니..
:
: 일어서려는데.. 다리가 쉬 접혀지질 않는다. 하필 근처에 의지할 나무하나없다.
: 끄으~응~ 용을 쓰며 가까스로 일어났는데.. 허리가 끊어지는듯하다.. ..뜨벌..."
: 급경사를 코앞에두고 그나마 배낭의 무게가 아니였으면 더미끄러져 대형사고가
: 날뻔한걸.. 정신을 추스리고 나서야 알수있었다..."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 넘어진김에 쉬어간다고. 배낭을 맨채 앉아서 쉰다.. 사람도 없는데..
: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은 초입부터 경사가 가파르다.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였다
: 40분여 내려왔을까..멀리서 사람의 기척이난다 싶더니 빨간 모자를쓴 등산복차림의
: 전원일기 타입의 아저씨가 올라온다.. "안녕하세요..~ " 네 반갑습니다.."
: "어디서 오시는길이세요..?" 내가 물었다,..
: "피아골에서요.."
: "아 그러세요.."
:
: 노고단에서 출발해 어제저녁때 피아골산장 에서 잠을 잤는데 버스가 안들어온단다.
: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마을까지가서 수선을 떠는것보다 뱀사골로 가는게
: 편할것같아 뱀사골로 가는 중이란다..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다.
: 피아골로 가서 시간이 남으면 버스로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 만일 없으면..(?!) 어짜피 산행이니까 다시 올라오면 된다지만..
: 갔던길을 다시올라오는건 정말 싫은데... 어쩔까... 이 전원일기 아저씨는
: 올라오면서 () 뺑이를 첫단다.. 아이젠이 없어 가파른길에 허벌나게 미끄러졌다며
:
: 생각끝에 뱀사골로 가기로했다. 어찌했건 .. 기분좋으면 연하천이나 벽소령으로가고
:
: 아니면 그냥 뱀사골에서 일박하고... 뜻하지않게 전원일기랑 동행하게 되었다.
: 임걸령으로 되돌아 오니 날씨가 한층 더 좋아졌다.. 찬바람에 쌀쌀함은 더한데
: 하늘은 맑고 산밑에 구름은 마치 솜을 뭉쳐놓은 듯 뛰어내려도 바쳐줄듯 푸짐했다
: 말없이 한껏 늑장을부리며 걷는데 앞에 누가 앉아있다 가만보니 학생들중 막내
: 1학년 여학생이였다. 화장끼도 하나없고 도수높은 안경에 얼굴엔 아직어린티가
: 남아있는.. 함께동행하던 전원일기가 "아니 뭔 처녀 배낭이 그렇게 큰감..?"
: 배낭 크기는 나와같은데. 내용물은 라면 일색이란다.. "선배들은 먼저 갔어.?"
: 가쁜숨을 몰아쉬며 도리도리 고개를 병째?보?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 이친구들 지난밤에 산장옆에서 야영까지 하면서 잠도 잘 못잤을텐데...
:
: 어린학생을 세워 셋이 함께 출발한다..날좋은 햇빛이 눈에 반사되어 눈이 부셔온다.
: "야~ 이거 얼굴 다 타겠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섬뜩한 찬바람도 그렇게
: 기분 나쁘진 않다.. 상큼한 느낌이다.
: 돼지평전이다.. "와~~ 우와..." 탄성을 지르며 가는데 저만치 두학생이 기다리고
: 있다..
: "은선아~ 빨리와.."
: "몰라~씨..힘들어 죽겠는데.."
: "하하~"
: 돼지평전 양쪽으로 펼쳐진 눈과 산... 허벅지까지 빠지는 저만치 산등성이 끝자락.
: 사진 몇장 박는다.. 장관이다.. 장관이야... 그냥 한참을 서있었다..
:
: 12시가 다되어서야 뱀사골 입구에 다다를수 있었다,. 2년전엔 본적없는 단정한
: 나무 계단이 이백여미터 이상 놓여져 있었다..올 여름이나 작년쯔음 되지 않았을까
: 예의 그 두학생이 앞서 와있고.. 1학년 막내여학생과 번갈아 가면 뒤쳐 졌었는데
: 전원일기는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서오십시요.." 인사를 나누며
: 배낭을 벗는다. 러쎌로 나있는 길 양옆은 무릎이상 빠지는 많은량의 눈밭이고
: 산장으로 내려가는길과 반대편 언덕의 적설량이 다르다.
: 아직 발자욱이 없는 반대편 언덕으로 성큼성큼 가는데 발목.무릎.허벅지.허리..
: 점점 깊어진다.. "와 이 눈좀바바..." 탄성을 지르는데 학생들 두명이 와
: 하며 달려들더니 사진 사진.. 을 노래한다.. 덩달아 나도 한장 찍고..
: 해가 있는쪽의 모습이 정말 장관 이였는데.. 일회용카메라 여서 역광보정도 않되고
: 아쉬운김에 나오던 않나오던 몇장을 꾹꾹 누른다.. 사람없는 풍경사진이 어색할까
: 학생중 한명을 세워놓고 몇장을 찍는다..
: "나중에 잘나왔으면 보내줄께요.."
: 한나절을 함께 다니면서 아직껏 이름도 서로 묻지않고... 아저씨와 학생으로..
:
: 학생들은 장터목으로 나는 뱀사골로 헤어지며 주머니에 있던 자유시간을 꺼내준다..
:
: 두학생이 두손으로 깍듯하게 받으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를 반복하며
: 삼등분해서 막내것도 남겨놓잔다... 참 보기드믄 학생들이란 생각이 들게한다.
: 아쉬움에도 갈길이 달라 멀리까지 손을흔들며 영영 이별이라도 하는양 작별을
: 마친다.. 능선에서 뱀사골로 내려가는 길도 새로만들어진 게단으로 깔끔하다.
: 아이젠을 풀어버리고 터벅버턱 걷는다.. 음지가 강한 뱀사골산장..
: 식수대도 바뀌였고. 산장앞엔 개 두마리만 어슬렁 거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 일요일인데.. 게다가 연휴인데 정오를 조금 넘긴 이시간에 산장이 이렇게
: 조용하고 .. 허전하다니.. 의아하다.. 산장앞 햇살좋은 자릴잡아 배낭을풀고
: 바람부는 양지에다 방풍의를 벗어 널어말린다.. 진짜 날씨한번 끝내주는군..
:
: 생각보다 차분하고 컨디션도 기분도 썩 좋다.. 여기서 하루 더 묵을까 생각도
: 해본다.. 배낭을 열고 남은 반찬을 꺼내어 무얼먹을까 생각하는데..
: 언제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게 햄쏘시지 5개들이가 눈에 띤다.. 산장지기가 나와서
: 눈인사를 하는데. 예전에 그사람인지. 누군지 알길이 없다.. 안다해도 말한적도
: 없었을테고..
: "소주 있습니까./?"
: "네,, "
: "하나만 주십시요.."
: 팩소주 하나가 삼천원인데.. 도시에서 가격보다 곱절이상 받는 이유가 있으려니.
: 그러나 산에서 마시는 한잔의 술은 강남의 룸살롱에서 마시는 50만원짜리
: 씨바스 보다 감칠맛 난다는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
: 밥을 먼저하고 야채를 썰어 국을 끓이다 나뭇가지 두어개를 잘라 소시지 뒷쪽에
: 길게 꼿아 핫도그 모양으로 끓는 국에 집어넣어 뜨끈하게 醮쨈?.
: 스텐레이스 컵에 팩소주 하나가득 따루어 한모금에 소시지 한입을 썰어 넣는다.
: "캬~ 죽인다... 갈비가 이맛에 비할손가.. " 혼자먹는 술맛도 기막히다..
: 밥이 뜸이될쯔음. 개가 짖는다 했더니. 아까 삼도봉에서 헤어진 전원일기 아저씨다
: 내가올땐 한번도 짖지 않던 개들이 전원일기가 내려올땐 엄청 짖어댄다..
: 뭐 원수진일 이 있는지.
: "아니~ 어떻게 늦으셨습니다..."
: "식사는 하셨나요?"
: 산에서 살찔까봐 밥을 줄여 먹는단다.. (별 희한한 사람이 다있다..)
: 따뤄놓은 술과 전원일기의 아침에 남은밥 ..서울에서 사온 마늘조림 소시지. 장국
: 진수성찬이 따로없다. 내컵에 담겨있던 소주를 절반 나누어주니 넙죽 받는다.
:
: 별말없이 점심겸 반주겸 하는데.. 기아자동차 팀들이 내려온다..
: 갑자기 조용하던 산장이 경상도 사투리로 씨끌벅적해진다.. 밥을한다 국을 끓인다
: 개를 쫒는다.. 천천히 먹는데도 소주 한잔은 금방 없어진다. "한잔 더하시지요.?"
: 가타부타 대답하기도 전에 술두개만 더 주세요.. 총알같이 팩소주 두개를 내오는데,
:
: "아니.. 그렇게 드시고 괜찮으시겠어요.? " 머.. 운전할것도 아닌데 어떠랴..
: 눈쌓인 산장앞에 눈위에서 한잔하는 데 날씨도 따땃한게 나른하고 ..졸립기도하다
: 전원일기 아저씨도 별 말이 없다.. 필요한 말 이외는 하질 않는 모양이다.
: 말 많은 사람보단 나도 이런사람과 다니기가 헐 편해하는 편이다.
:
: 설겆이를 할 즈음엔 서너팀들이 더 내려와 북적거린다. 혼자산행하는 사람은
: 전원일기와 나 둘뿐인듯 하다. 전원일기 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데.
: 지리산을 몇번왔는지 모르겠단다.. 심지어 한달건너 한번씩 오기도 했단다.
: 174정도에 68킬로정도 나이는 나보다 서너살 많아보이고. 악의가 전혀없는 얼굴에
: 때에따라선 에고이스틱 한 분위기마져 풍긴다. 차를 가져와 남원에 세워놨으니
: 서울 갈때 함께 가잔다.. 대답은 네 했지만. 낯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 어색해 하는 내가 과연 그렇게 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배낭을 꾸리고 복장을 점검하고 담배를 한대물어 피는데.. 전원일기가 한마디 한다
:
: "가시지요.."
: "...."
: 마치 며칠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처럼.. 마치 내준비가
: 끝나길 기다렸다는듯이... 네..그러지요 머...
:
: 얼결에 둘은 동반자가되어. 뱀사골을 함께 내려오게 되었다.
:
:
: 어찌할까 생각이 많으면 가고싶은곳도. 먹고싶고 하고싶은것도 많다더니.
: 무었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만 많아지고 행동은 섣불리 나대질 않는다.
: 날은 너무좋은데 . 생각처럼 북적 거리지도 않고 그져 조용하고 한적할 뿐이다.
: 한여름 휴가철에 너도나도 산이며 계곡이며 를 찾을때. .. 그 한여름에
: 뱀사골을 오른적이 있었다. 함께한 친구가 무리한 산행으로 탈진되어
: 오후부터 야영준비를 했는데. 너무많은 사람들의 홍수로 능선부터 초입까지
: 발디딜틈 없이 텐트와 텐트의 행열이였다. 그땐. 물한그릇을 뜨기 위해.
: 두시간여를 기다린적도 있었는데. 그 가뭄 그행열에서도 몇몇 깔끔떠는 여자들이
: 상추를씻고 세제를풀어 설것이 를 하기도 했었다.
:
: 길고 길다... 여름의 뱀사골은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그 산의 장관에 넋을 잃어
: 가던 걸음을 자주 멈추게하는데. 겨울은.... 이 겨울은 그져
: 볼품없는 그냥의 산 길이다. 굵은 나뭇가지들은 남쪽면은 나무의 검은실체와
: 북쪽의 반대편은 녹지않은 눈 옷으로 덮혀 . 그 모양들이 피카소의 그림처럼
: 제각각이다. 팔벌린 곰도 있고. 잠자는 호랑이. 웃는 모습의 기린..
:
: 한적하다....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가는 길이나. 아무도 없다.
: 전원일기 는 저만치 뒤쳐져 따라오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산행을 했던
: 사람처럼 .그냥 막연하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도 그냥 말없이 걸을뿐이다.
: 내리막길은 늘 시간에 쫏기는 사람처럼 서두름이 역력하다. 차시간도 모르면서
: 마치 이렇듯 서두르지 않으면 마지막 버스를 놓칠겄만 같이 서두른다.
: 시간 반쯤을 걷다 파일자켓 안으로 땀줄기에 흠뻑젖은 런닝셔츠가
: 맨살에 묻어나는 섬뜩함이 자꾸만 싫어진다.
:
: 배냥을 내리고 웃옷을 벗고 런닝을 벗어버린다. 彭逃至 눈길을 가느라
: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전달되던 아이젠의 딱딱함도 귀찮아져
: 그냥 벗어버린다.. 소변을 보고 보온병에 마지막으로 담아온 숭늉을 마시는데
: 전원일기의 모습이 보인다. 마주치는 눈빛엔 반갑지만 어색한 미소가 묻어난다
: "드실래요.?" 누룽지 건더기가 묻어있는 보온병뚜껑을 내미는데
: 씨익 웃으며 받아드는 모습이 천상 전원일기다. 사람이 참 좋아보인다.
: 10여분여를 별반 말도 없이 병아리 해바라기 하듯. 멀뚱이 앉아있다.
: "가시죠 ~" 하면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일어서 또 걷는다.
:
: 보기보담은 다르게 나역시 누군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몇시간이고
: 입을 떼는법이 없는데. 이사람도 어지간한 모양이다.
: 숨차고 힘든 산행에 노래부르는 사람이나 이렇게 저렇게 묻고 떠들고가는 그것이
: 힘들어서 이기도하지만. 무슨 뚜렷한 주제없이 떠드는게. 별 재미를 못느낀다.
: 그런 뜻없는얘기를 하다보면. 분명이 언쟁이 생기고 언쟁의 끝엔 작으나마
: 감정이 남게된다. 그러다보면 실례를 하게되고 언잖은 앙금이 남게되니까.
:
: 걷고 걸어도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 그여름 장엄했던 계곡의 아름다움은 눈과 얼음속에 깜깜히 묻혀버렸다.
: 낮게깔린 눈을 밟노라면 미끌림에 가끔씩 짜증섞인 한숨이 배어나온다.
: 서시오.가시오. 말없는 동행과 함께가는데. 기대하는 말도 없었지만..
: 그렇게 간다는게. 정말 무료하고 재미없다. 혼자라면 혼자라고 스스로
: 말하고 고독해 하련만. 발길을 놓칠까바 바짝 따라오는 전원일기의 존재가
: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음을 틀킨듯 쑥스럽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
: 언제 앞에 있었는지 평상복차림의 두 아가씨들이 저만치서 앞서간다.,
: 오솔길을 지나 평탄한 길이오면 운동화에 미끄럼을 내기도하며 ..
: 걸음이 빠르다. 가로메는 그냥가방과. 산행장비가 아닌 일상 여자들의 소품이
: 담긴듯한 작은 배낭을매고 지난밤의 그 학생아이들처럼 크리스마스에
: 친한 친구 둘이 산에가자.. 해서 올라왔던 모양이다.
: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기도하고 미끄럼을타며 한명이 앉으면 앞에서
: 끌며. 그렇게 즐거운지 즐거운척 인지 깔깔거리며 앞서간다.
:
: 초입.
: 늘.. 그 작은 움막은 하얗게 옷만을 갈아 입은채로 그자리에 있었다.
: 작은 텃밭에 그여름에 심었던 고추가지가. 열매만 따 벗겨진채
: 호호할머니 의 게으름으로.. 반은 눈에 반은 비닐에 떨구어져 찬바람에 서있었다.
: 얼지못하게 열어져 있는 계곡의 수돗물은 한적한 계곡끝에 문명의 첨병처럼
: 멀리서 가늘게 쉴새없이 소리친다.. 움막을 지나는데. "이것좀 사가시우~"
: 뒤 돌아보니 유리로 쪽문을 만들어 지나가는사람을 살피던 할머니가.
: 곳감을 흔들며 무료한 호객을한다..
:
: 앞서가던 두 아가씨를 앞질러 가는데. 학생이 아니라 스믈중반을 헐 넘은
: 아가씨들이였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앞서는데. 덩달아 걸음이 빨라진다.
: 국도가 보인다 싶었는데. 어느새 길은 눈은없고 어름뿐이다.
: 뿌드득 뿌두득~ 눈을밟는가 싶더니 [지리산 관광안내판] 이 보인다.
: 앞서가던 처녀둘이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 거리는모습이 찍어줄사람을 찾는다
: 찾아봐야 우리밖에 더있나.. "찍어 드릴까요..?" "....네..그러면 고맙.."
: 나역시 그바람에 일회용 카메라로 지리산 공식마크 를 처음 찍는다.
:
: 4시 버스터미널
: 앞서가도 뒤따라가도 10여개되는 잡화점을 지나는데 사람의 그림자가 않보인다
: 버스터미널 에 붙어있는 휴게실겸 식당에 그나마 한사람이 밥을 먹고있다.
: 앞서갔던 전원일기가 "표는 끊었읍니다 ... 막걸리나 한잔 하시지요..?"
: 내 표까지 끊었단다.. 계산이 빠른놈은 아니지만. 가식없는 배려에 생각이
: 많아진다.. "산장에서의 그 한잔에 감탄했나..?"
: 이천 몇백원 밖에 않되는 차삯 이지만. 뜻하지않았던 호의가 무척 고맙다.
:
: 휴계실옆 식당문을 열더니 "아줌마 막걸리 큰걸루 한통 줘요.."
: 4시 20분 차라는데. 20여분을 남겨놓고 막걸리는.. 다음차는 4시 50분..
: "못타면 다음차 탑시다 머..."
: 한잔을 들이키는데 껄쭉한맛이 느껴진다. 원샷~ 가슴이 쩌르르 하다..
: 소변을 모고 오한을 느끼듯. 몸을 부르르 떤다.. 기분 짱이다.
:
: 우리를 바로 뒤쫓아 왔는지 젊은 남녀 한쌍이 표를끊고 식당에 들어선다.
: "비빔밥이 얼매요.? " 신세대 는 조금 넘은듯한 젊은이가 묻는데.
: 전라도 사투리가 억세다.. "이차 말고 몇시 차가 또 있습디요,?"
: "50분에 또 있답니다. 밥먹어도 충분하지요.. 일루와서 한잔합시다.."
: 전원일기가 마치 주인인양 친절하게 설명한다..
: 사양이고 뭐고 모자를 벗더니 앞자리에 넙죽 앉는다..
:
: 주거니 받거니 삼십여분에 막걸리가 세통이 바닥난다.
: 누가누군지 어찌해서 지나는 사람을 맞아드려 한잔술에 친해지는지.
: 산이라면. 등산복을 입은 사람이라면 스스럼없이 막걸리 한잔에 친해진다.
:
: 그 낙에 산을 오른다.. 그런 사람들은 산에서 만날수 있다..
:
: 4시50분
: 버스에 올라 히터 나오는 자리를 잡아 양말을 벗고 등산화를 더운바람 구멍에
: 들이대고.. 눈을 감았다 떳는데. 남원이다.
: 서둘러 깨우는 전원일기 아니였으면. 광주까지 그냥 갈뻔했다..
: 부랴부랴 양말을 신고 채 마르지않은 등산화를신고 내리는데. 막걸리 먹었던
: 후유증의 트름이 길~게 나온다.. 자고 깨니 술이 취하는것같다..
:
: 6시가 채되지 않은시각인데 남쪽 지방답지않은 찬바람이 쌩쌩분다.
: 으스스 몸이 덜덜 떨린다. 대합실 현금지급기에서 부족한 경비를 보충하고
: 신발끈을 다시매고 배낭을 정리하는데.한참을 어디엔가 전화를 하던 전원일기가
:
: "어짜피 오늘은 술때문에 음주운전은 곤란하고 어디서 한잔 하실래요.?"
: "글쎄요.. " 한시간여 전에 먹은 술이 채 취기오르지도 않았는데.
: 11시 넘어까지 서울가는 열차는 있을테고. 뭐 뚜렷이 오늘 가야한다는 이유도
: 없고... 길건너 정육점을 겸 하는 고기집에 따라간다..
: 소주 두병을 마시는데. 이런저런 산에서 못한 애기를 한다.
:
: 세명의 아이가 있고 그중 큰 여자아이와는 가끔씩 산행을 하는데.
: 그맛도 이젠 아이가 싫다하니 더이상 가잔말도 못하겠더란다. 서운하단다
: 늘상 초면의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나오는 얘기로 일관한다..
: 산예대한 얘기가 중심이 된다. 또 그렇게 한사람을 만났다.
: 한참을 얘기하는데. 취미속에 음악 얘기를 하게되었다..
:
: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 40여분이나 지났을까.. 때지난 LP 판을 열댓장 들고오더니
: "이거 선물입니다 ..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군요..."
: 약간 취기가 오른듯한 말투에 사람좋은 웃음이 함빡하다.
: 김정호.박인희.사월과 오월.김민기.김현식.... 비닐도 뜯지않은 오래된 LP
:
: 너무나 의외의 일이라 멀뚱이 바라만 보았다..
: 가끔은 기분좋은 술자리끝에 내일이면 후회할 계산을 호기있게 하는 사람을
: 나를 포함해 보긴했다.. 물론 다음날 아침이면 바로 후회가 막급함에도 불구하고
: 이건 상당히 다르다. 값어치로 따지면 머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 만난지 10시간도 채않된. 이름도 모르는 그냥 말그대로 지나가던 사람에게
: 더우기 성심을 기울여 그 나그네의 취향에 맞을쎄라 골라서 선물이라니...
: 받지 않으면 서운할거란다.. 산에서 편한사람을 만나 기분이 좋았단다..
: 처음이란다..
:
: 계산이라도 하려 서둘러 일어났는데. 어느틈에 계산까지 해버렸다.
:
: 그렇게 전원일기 와는 그자리를 끝으로 헤어졌다..
: 통성명도 하지 않은채..
:
: 배낭을 메고 나오는데. 술기가 확 오르더니 정신없이 취한다,.
: 황당하기도... 배고픈 나그네가 진수성찬을 받은 고마움 보다 더 황당한 고마움에
: 걸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
: 그 열장의 LP 들은 지금 내 오디오 위에 잘 보관되어 있다.
: 이름도 모르는 그 전원일기 .. 정말 인연이 닿는다면 어느 산자락에서 또
: 볼수있을까... 그 너무 고마운 선물에 풍요로운 즐거움을 만끽했다.
:
: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도 여늬날처럼 가까워져 오는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지진
: 않았다..
:
:
:
:
:
: 남들과 다른 재미있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글을 쓴다는건
: 나만의 욕심일지 모른다. 내가 봐도 재미없는 글을 누가 즐겁다 하겠는가.
: 무언가 커다란 기대로 시작한 일이 뜻하지 않은 풍파로
: 서둘러 문을 닫아버린 듯한 아쉬움이다
: 산을 좋아하고.. 사람과 만남을 들기는 사람들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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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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