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8경 (2017. 7. 28) 명승보 후편 1
제1경 백제탑 석조(百濟塔夕照); 정림사지(定林寺址) 석탑의 저녁노을
제2경 부소산 모우(扶蘇山暮雨); 부소산의 저문 비
제3경 고란사 효종(皐蘭寺曉鐘); 고란사의 새벽 종소리
제4경 낙화암 숙견(落花岩宿鵑); 낙화암에서 밤 지새운 두견
제5경 구룡평 낙안(九龍坪落雁); 구룡평야에 내려앉는 기러기
제6경 백마강 침월(白馬江沈月); 백마강에 잠기는 달
제7경 수북정 청람(水北亭晴嵐); 수북정에 이는 맑은 이내, 또는 여기서 보는 백마강 아지랑이
제8경 규암진 귀범(窺岩津歸帆); 규암나루로 돌아오는 돛단배
* 세계문화유산인 ‘백제유적지구’ 충남 부여에는 전(前)8경, 후(後)8경, 신(新)8경이 있다. 본 시조는 ‘신8경’을 읊었다. 1920년 김창수 부여군수가 지정했다. 윤대영 외 7인이 각각 지은 칠언절구 한시 8수와, 작가미상의 시조 8수가 전한다. 출처; 다음카페 강서-문화, 역사 탐방 부여팔경 모노맨(2011. 10. 15). 필자는 국내 최초로 현대 정격시조 8수를 짓고, 계절별로 각 2수 씩 배당했다.
1. 백제탑 석조(百濟塔夕照)
나라는 기울어도 오층탑 고졸(古拙)한데
당장(唐將)은 가고 없어 이끼만 쌓였으니
저녁놀 붉게 물들어 길손 시름 깊다네
* 충청남도 부여군 정림로 83(동남리) 정림사지박물관에 있는 아름다운 오층석탑이다. 이탑은 미륵사지석탑(彌勒寺址石塔, 국보 제11호)과 함께 백제석탑이, ‘목탑의 번안(飜案)’이라 하는 근거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석탑양식의 계보를 정립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1층 탑신에 "大唐平百濟國碑銘"이라고 새겨놓아, 당시의 수난을 엿볼 수 있다. 1962년 국보 제9호로 지정되었고, 1981년에는 전면발굴이 이루어져, 석탑주변도 조사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발췌 수정). 탑을 비추는 석양이 근사하다.
* 윤대영(尹大榮)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 제63회 백제문화제 2017년 시화전 출품.
2. 부소산 모우(扶蘇山暮雨)
저물녘 부소산은 산새들 귀소(歸巢)하고
번성도 한 때인가 목객(木客)의 울타리에
부슬비 촉촉이 내려 조롱박꽃 바르르
*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에 있다. 높이는 106m이고, 읍의 북쪽에 위치하며, 금강에 연하여 있다. 백제 때 성왕이 도읍을 웅진(熊津)에서, 이곳 사비(泗沘)로 천도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부여의 진산(鎭山)으로, 동쪽 작은 봉에 비스듬히 올라간 곳을 영월대라 부르고, 서쪽을 송월대라 이른다.”고 한다. 금남정맥의 함몰점으로, 저녁 보슬비가 쓸쓸하다.
* 목객; 땔감용 나무를 베거나, 줍는 일을 하는 사람. 나무꾼, 초인(樵人), 초군(樵軍), 신채(薪採) 등.
* 유승렬(柳承烈)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 졸저 산악시조 제1집 『山中問答』 ‘찬비 젖은 고란초’-부소산 시조(제 26,140쪽) 참고. 2001. 6. 10 ㈜도서출판 삶과꿈.
3. 고란사 효종(皐蘭寺曉鐘)
고란사 흰 구름은 천년도 수유(須臾)인 듯
흥망은 부질없어 강토 임자 누가 되든
새벽종 민초를 깨워 여운 한층 길구나
*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부소산(扶蘇山)에 있는 절.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麻谷寺)의 말사이다. 창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으나, 백제 때 왕들이 노닐기 위하여 건립한 정자였다는 설과, 궁중의 내불전(內佛殿)이라는 설이 전한다. 백제의 멸망과 함께 소실된 것을, 고려시대에 백제의 후예들이 삼천궁녀를 위로하기 위해, 중창하여 고란사(高蘭寺)라 하였다. 그 뒤 벼랑에 희귀한 고란초가 자생하기에 고란사라 불리게 되었다. 새벽에 울린 종소리는 은은하다.
* 심재숙(沈在淑)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4. 낙화암 숙견(落花岩宿鵑)
궁녀가 자진(自盡)하니 진달래 오한(惡寒) 들고
아찔한 낭떠러지 밤새 운 두견새여
망국한 성대(聲帶)를 찢어 산바람이 쓸어가
* 부여군 부여읍 백마강변의 부소산에 있는 바위. 위에는 백화정(百花亭)이라는 조그마한 정자가 있다. 『삼국유사』에 인용된 백제고기(百濟古記)에 의하면, “부여성 북쪽 모퉁이에 큰 바위가 있어 아래로는 강물에 임하는데, 모든 궁녀들이 굴욕을 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차라리 죽을지언정, 남의 손에 죽지 않겠다.”고 하고, 서로 이끌고 이곳에 와서 강에 빠져 죽었으므로, 이 바위를 타사암(墮死巖)이라 하였다. 밤새 슬피 운 두견이는 울대가 찢어졌다.
* 윤자철(尹滋喆)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5. 구룡평 낙안(九龍坪落雁)
십리 벌 펼친 갈대 살 앉는 기러기 떼
서풍 분 보름달밤 고국이 그립겠지
떠도는 백제 유민(遺民)아 슬픈 피리 불지 마
* 부여군 북서산지(北西山地)에서 발원하는 은산천·구룡천·금천·사동천 등이 주변에 충적평야(沖積平野)를 형성하며, 금강에 합류된다. 특히 금천과 구룡천이 합류하는 구룡면·규암면·남면 일대에 펼쳐진 구룡평야·남면평야는 군내의 대표적인 쌀 생산지이다. 우거진 갈대밭에 부는 가을바람이 왠지 처량하다.
* 최영태(崔永泰)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6. 백마강 침월(白馬江沈月)
잔잔한 백마강에 그림자 비친 계수(桂樹)
맑은 향 어리어도 누치는 못 삼키니
조각달 벽파(碧波)에 잠겨 목욕 한껏 즐기네
* 부여 부근을 흐르는 금강의 별칭이다. 일반적으로 금강변 부여읍(扶餘邑) 정동리의 앞 범바위[虎岩]에서부터, 부여읍 현북리 파진산 모퉁이까지의 약 16㎞ 구간을 백마강이라 한다. 비친 달빛이 참 곱다.
* 누치; 길이는 약 25~60cm이다. 색깔은 은갈색이고, 등쪽은 어두운색, 배쪽은 은백색이다. 몸통 측면 중앙에는 12~17개의 원형 또는 삼각형 모양의 점무늬가 줄지어 있고, 위쪽에 불규칙한 무늬는 등쪽과 연결된다. 하천의 중·하류지역의 모래와 자갈이 깔리고, 유속이 빠른 여울에 서식한다.(담수어류도감)
* 정인황(鄭寅晃) 한시 참조하기 바람.
7. 수북정 청람(水北亭晴嵐)
강벼랑 붉은 정자 풍류는 질박(質朴)한데
가물댄 푸른 기운 잡힐 듯 선녀 나신(裸身)
하늘에 아양을 떠는 봄산 이내 맛보세
*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 147-2에 있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00호다(1984. 5. 17 지정). 동에는 부소산(扶蘇山)과 나성(羅城)이 있고, 정자 밑으로 백마강(白馬江)이 맑게 흐르고 있다. 봄에 이내 내지는, 아리랑이가 가물거려 정취 있다. 조선 광해군(1608∼1623) 때, 양주(楊州) 목사(牧使) 김흥국(金興國1557∼1623)이 건립하였으며, 그의 호를 따서 수북정이라 불린다. 그는 김장생(金長生), 신흠(申欽) 등과 친교가 매우 깊었고, 지금도 신흠의 수북정(水北亭) 팔경시판(八景詩板)이 걸려 있다. 구조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이다. 아래쪽에 있는 자온대(自溫臺)는 백제시대 왕이 왕흥사(王興寺)에 행차할 시, 이 바위를 거쳐 가곤 했는데, 왕이 도착할 때마다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져서 ‘구들돌’이라 명명했다 한다. 앞에 굴참나무가 근사하다.
* 이위래(李渭來)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8. 규암진 귀범(窺岩津歸帆)
낚싯대 거두어도 갈매기 꿈쩍 않고
홀연 듯 동풍 부니 돛단배 서성대다
버들꽃 가득히 싣고 나루터로 온다네
* 부여군 규암면 백마강변에 있는 옛 나루터다. 백제대교 남쪽 200m에 위치한다. 속칭 엿바위(자온대)로 알려져 있다. 인근에 우여(우어, 웅어, 위어)회가 유명하다는데, 먹어보지 못했다. 버드나무가 운치 있다.
* 낚시 상식; 일반적인 경우 동풍(샛바람)이 불면 갑작스럽게 날씨가 나빠진다. 또한 활발하게 입질하던 물고기들도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이 때에는 낚싯대를 접고, 철수를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 유관수(柳觀洙)의 한시 참조하기 바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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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문학》 제15호(2017년) 속명승보. 정격시조 2제.
* 8경 전체를 해마다 한 수씩 '백제문화제'에 출품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