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표작
지저깨비
이솔희
오늘도 어제처럼 일상을 조각한다
나도 몰래 내 것이 된 절벽을 쪼아내고
접었던 목표를 펼쳐 한 발 한 발 딛는다
막막함 지녔을 때 모든 것에 화가 났다
한 치 앞 분간 못하는 혼돈에 두근대며
손가락 까딱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발밑에 자욱하게 떨어진 어둠 조각
내 것이 아니었는데 내 것인 줄 알았어
비로소 맞이한 햇살, 온몸으로 받는다
신작
강가에서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살고싶다
타성에 갇히지 않고 새 물과 뒤척이며
순금빛 화살을 따라 흘러흘러 살고파
쉼 없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싶다
미움에 머물지 않고 첫정으로 그림자 지워
가슴에 휘영청 달 띄우고 흘러흘러 가고파
생명의 강물처럼 더불어 손잡고 싶다
만나는 풀꽃 인연 싱그러움 주고받아
죽음도 넘을 수 있는 사랑으로 살고파
감회
—고 장식환 위원장님 영결식에서
조시를 들으며 밤하늘 유영했다
언제나 따순 미소 힘이던 말씀, 말씀
마음속 별빛이 되어 반짝이고 있음에
약력을 새기며 시간을 되감았다
지난날 그 언제쯤 차 한 잔 마주하고
그간에 쌓인 고마움 전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어디쯤 지나시고 계실까
이 세상 베푼 온정 학으로 피어나서*
높푸른 하늘 위에서 훨훨 날고 계실까
*고 장식환 위원장님의 「종이학」에서 차용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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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깨비 외 2편 / 이솔희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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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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